[내가 만난 정신과 의사 ③] 정정엽 원장의 공황장애 이야기

입력 2020.04.29 16:33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정엽 원장 인터뷰

정정엽 원장 서 있는 모습
정정엽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의사들은 보통 학술활동을 비롯해 자신의 '병원 운영'이나 '환자 진료'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틀을 벗어나 '전 국민 정신 건강'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 정신과 의사가 있다.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정엽 원장이다. 정 원장을 만나면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좇는 일이 삶의 엄청난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

정정엽 원장은 2018년 12월 개원 전까지 몇 년간 수입이 100~200만원에 불과했다. 환자를 안 보는 대신 신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5년 대중에게 정신의학 정보를 전하는 '정신의학신문'을 창간한 창간인이다. 정신의학신문은 정신과 의사가 쓴 글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매체다.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해 네이버포스트 등으로 정신의학신문에 방문하는 독자 수는 한 달 100만명에 달한다. 기자가 보기에 나름의 성공이지만, 정 원장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단다. "경제적인 가치 창출이 어려워 아직 의사 선생님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희생해 만들고 있는 실정이에요.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가 돈 벌기를 마다하고 정신의학신문을 창간한 이유는 뭘까? "정신의학 관련 정보는 온라인에도 많이 없고, 정신과 의사에 대한 정보도 찾기 힘들어요. 우리 신문을 통해 많은 사람이 정신과 의사가 직접 쓴 글을 읽고 정신적 도움을 받을 뿐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의사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정신의학은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거거든요"

그는 최근에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역시 대중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다. "사람들은 그저 세상을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기 마음속 세상'을 살아요. 자기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면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죠. 이걸 도와주고 싶었어요" 정 원장에 따르면 삶의 의미를 느끼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심리적) 자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타인의 시선에 의해 '선택되는' 삶을 산다. 그러면 남에겐 성공한 삶으로 보일지언정 자신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책에서는 그는 자기 만족을 위한 심리적 자유를 얻는 법을 상세히 소개한다.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연 이유도 자금 마련을 통해 정신의학신문을 더 잘 운영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병원은 소위 광화문에서 가장 세련된 건물로 꼽히는 '디타워' 바로 뒤에 있다. 길 하나만 건너 바로 위치하고 있다. 소위 삐까번쩍한 디타워에 비해 한없이 낡아 보이는 건물 3층에 위치하고 있지만, 광화문 직장인의 땀 섞인 한숨을 내려놓을 곳은 디타워가 아닌 '광화문숲'일 테다. 병원 이름도 이 점에서 비롯됐다. "숲이 주는 정신적 힐링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죠. 광화문의 '빌딩 숲'이 아닌 '진짜 숲' 같은 힐링을 제공하겠다는 바람에서 지은 이름이에요" 정 원장은 산림치유포럼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직장인이 많이 찾는다. "20~30대 여성 환자가 가장 많아요" 직장인은 회사 스트레스로 정신적 '이상 증상'과 '직장에서의 문제'라는 두 가지 짐을 견디며 산다. 그런데 둘 중 정신적 이상 증상만 완화해도 그에 쓰이는 힘이 남고, 직장생활을 이겨내는 데 투여할 수 있어 훨씬 편하다. "두 짐을 모두 견디는 건 힘들어요, 치료를 통해 직장 스트레스를 보다 쉽게 이겨낼 수 있습니다"

정 원장의 진료철학은 '환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다. "진심에서 비롯되는 서로간의 믿음이 치료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의원만의 차별성은 환자들이 부담 없이 받아볼 수 있는 '마음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몸 건강을 진단받듯, 마음 건강도 진단받을 필요가 있어요. 사람들이 편하게 방문해 검사받았으면 해요. 모든 병이 그렇듯, 마음의 질환도 괴로울 때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잘 치료가 잘 됩니다" 병원에서는 약물, 상담 치료 모두 시행한다. "약물이 도움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약을 권하지 않아요. 하지만 도움이 되는 분들에게는 적극 권합니다" 진료는 모두 예약제로 진행해 상담 시간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정신과 관련 보험도 많이 나왔고, 정신질환으로 진료받은 사람이 사회에서 차별받지 못하도록 모든 부분에서 법적인 보장이 이뤄지고 있어요. 특히 마음건강검사의 경우 질병코드가 따로 있어 진료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의 바람이자 목표는 사람들이 매년 혹은 2년에 한 번 주깆거으로 마음 검진을 받는 것이다. "마음까지 건강해야 진짜 건강한 것이라는 사실을 꼭 알았으면 해요"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공황장애로 지하철도 못 타던 사람, 12시간 비행도 해"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찾는 직장인 중에는 공황장애 환자가 많다. 공황은 불안한 증상이 극도로 심해진 상태를 뜻한다. 공황 증상은 신체, 감정, 생각 크게 3가지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신체 증상은 심장이 두근거리고 답답하고 숨이 차고 손발이 떨리는 것이며 ▲감정 증상은 불안하고 초조한 것 ▲생각 증상은 '이러다 죽을 것 같다' '미쳐버릴 것 같다' '또 공황이 생기면 어쩌지'라고 되뇌는 것이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며, 재발할까 두려워 특정 장소를 못 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으면 '공황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하철을 타다가 처음을 공황발작을 겪을 수 있어요. 그럼 지하철 타는 게 편한 길인데도 불구하고 버스를 타죠. 그러다 버스에서 공황발작이 나타나면 택시만 탑니다. 점점 생활반경이 좁아져요"

공황장애는 왜 생길까? 기전을 보면 이렇다. 뇌는 크게 2개의 층으로 나눌 수 있다. 불안 등의 감정을 다루는 뇌가 있고, 인지적 기능을 담당하는 뇌가 이를 싸고 있다. 인지적인 부분이 감정적인 부분을 적절하게 억제한다. "불안을 관장하는 뇌가 예민하게 반응해 작은 자극만으로 불안이 과도하게 커지면 공황발작이 나타나는 거예요"

공황장애 치료에는 불안을 다스리는 약물 치료와 함께 인지 치료가 권장된다.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는 항불안제를 쓴다. GABA(가바)라 불리는 뇌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해 뇌를 억제하고 진정시킨다. 이후에는 항우울제로 근본적인 치료를 진행한다. "증상이 생기고 얼마 안 돼 방문한 사람은 약을 한 번만 먹어도 매우 좋아졌다고 느껴요. 공황 증상 중 신체, 감정, 생각 중 신체적인 부분이 좋아지는 데 2주, 감정적인 부분이 완화되는 데 1달, 전체적인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6개월로 잡습니다. 공황장애 환자의 경우 5개월 치료받았을 때와 6개월 치료받았을 때를 비교했을 때 6개월 치료한 사람이 재발 확률이 더 적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하지만 6개월과 7개월을 비교했을 때는 거의 차이가 없었죠"

정정엽 원장 앉아 있는 모습
정정엽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공황장애 약물의 부작용을 물었다. "우선 '정신과 약'이라는 건 없어요. 편견을 버렸으면 해요. 정신과에서 쓰이는 항우울제, 항불안제는 내과, 외과, 정형외과, 통증의학과에서 매우 많이 쓰입니다. 심지어 정신과보다 더 많이 쓰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정신과에서 처방받을 때 유독 부담스러워하죠. 정신과 약은 다른 약과 상호작용도 적고 매우 안전한 약입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의존성이다. "의존성이 있다고 하면 대부분 안 먹으려고 해요. 하지만 안 먹고 참았다가 너무 불안하면 어쩔 수 없이 먹고, 그로 인해 불안이 가라앉고, 또 참다가 불안해서 먹어 증상이 좋아지는 과정이 반복되면 조건 반사적으로 의존성이 더 강해져요. 의사 처방대로 규칙적으로 먹으면 의존성 없이 잘 나을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공황을 예방하는 법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최소한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지 않게 해야 한다. "물잔에 물이 가득 담겼어도 처음 들었을 때는 별로 무겁지 않아요. 하지만 30분만 들고 있어도 팔이 빠질 것처럼 아프죠. 스트레스도 양 못지 않게 노출되는 정도를 줄이는 게 중요해요" 공황발작을 다시는 겪지 않겠다고 마음 먹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황 증상이 있어도 내 삶을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어요. 그럼 증상도 줄어듭니다"

공황이 나타났을 때는 '복식호흡'이 중요하다. 배가 올라올 때까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깊게 내쉬는 연습을 해보자. "손발 떨림, 얼굴 열감, 가슴 두근거림은 내가 조절할 수 없는데, 폐만 건강하다면 숨 쉬는 건 마음대로 할 수 있거든요. 뇌는 우리 몸이 외부로부터 공격받을 때 위험을 감지하는 것뿐 아니라 내면적인 위험 신호도 알아차려요. 폐가 깊고 편안한 호흡을 하면 뇌가 '위험 상황인 줄 착각했다'고 여기며 불안 반응을 꺼버립니다"

공황장애는 약물 효과가 비교적 큰 편이다. "환자 중에 공황장애로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도 가지 못했던 사람이 비행기를 12시간 타고 해외 여행까지 가게된 적이 있어요. 엄청난 발전이죠. 치료받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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