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정신과 의사 ①] 정동청 원장의 성인 ADHD 이야기

입력 2020.04.01 13:00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동청 원장 인터뷰 ​

정동청 원장님
정동청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저녁 8시, 초봄의 강남역 부근. 서울 최고 번화가의 복판에서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간판이 맑게(靑) 빛을 내는 중이다. 강남역 옆이라 밤에도 북적일 줄 알았는데 코로나 탓인지 거리가 한산하다. 건물 입구는 굳게 닫혀 있다.

정동청 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건물 뒤쪽으로 오라 한다. 건물을 빙 돌았다. 어두운 지하주차장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누군가 손짓한다. 정 원장이다. 못 찾을까 봐 지하로 내려왔단다. 의학기자로서도 조금은 낯선 정신과 취재. 시리즈를 위한 첫 인터뷰이기도 해서 긴장했는데 가벼운 손짓에 마음을 놓았다. 5년 만의 만남이다. 정 원장은 5년 전 서울대병원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그리고 2017년 3월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차렸다. 평소 존경하던 선배 교수와 둘이서 환자를 보고 있다.

대학병원 교수를 그만두고 '로컬 병원'을 차린 이유가 있을까? "여러 복잡한 사정이 있었지만, 환자와 더 가까워지고 싶었던 것이 가장 커요" 그는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 많게는 하루 108명까지 진료를 봤다. 그 마저 다른 유명한 교수에게 명함을 못 내밀 정도. "잘 지내세요? 식사는 잘 하시죠? 그럼 한 달 뒤에 다시 뵐게요"가 환자와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정동청 원장님
정동청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강남역에 개원한 이유도 궁금했다. "접근성 문제를 많이 고려했어요. 정신과도 다른 병원처럼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되기 위해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말리는 사람도 많았다. 강남역에서 오래 유지되는 정신과를 못봤다는 이유였다. 임대료가 비싸기도 하고, 사람들이 강남역에 정신과가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잘 안했기 때문이다. 보험수가가 적용되기 시작한 게 얼마되지 않은 것도 한 몫 한 걸로 보인다. 그런데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 자리를 잡으면서 강남역 주변에 여러 정신과 의원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위치가 위치인지라 가장 많이 찾는 연령대는 20~30대. 회사원, 학생이 많다.

"저는 의사이기보다 '카운셀러' 내지는 '트레이너' 역할을 주로 하는 것 같아요." 살다 보면 고민해야 할 것이 많은데,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되면서 친구나 직장동료에게 자기 고민을 털어놓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아진 요즘이다. 정 원장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한다는 측면에서 '카운셀러' 역할을 한다고 했다. 트레이너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건 뇌 건강을 관리해준다는 측면에서다. "운동을 즐겁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억지로 가고 중간에 소홀해지기도 하죠. 그때마다 트레이너가 꾸준히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요. 정신과 의사도 마찬가지예요. 정신 건강을 위한 당근과 채찍을 제시하면서 환자를 돕죠."

그는 환자를 보는 데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의외였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저는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환자가 회복하고 원래 삶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스트레스를 넘어서는 보람을 느껴서인 것 같아요." 진료 후 체력적으로 느끼는 부담은 운동으로 푼다. "좋아하는 영화, 미드를 보는 취미생활을 하기도 해요. 어떤 사람이든 스트레스를 풀 통로가 필요하거든요. 환자들에게도 취미생활을 가지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병원 내부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의 장점에 대해 물었더니 '의료진의 충분한 중증 환자 치료 경험과, 환자와의 면밀한 상담'을 꼽았다. 상담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정동청 원장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환자와 대화를 계속 나누는 편이다. 가령 자신을 괴롭히는 직장 상사 때문에 힘든 환자가 있다면, 약물을 처방해도 상사를 매일 봐야하는 상황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상사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직장을 그만두는 게 나은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그만뒀을 때의 대안까지 같이 찾아보기도 한다.

정 원장은 정신과병원을 지나치며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 이미 치료가 필요할 확률이 크다고 했다. "정신과 방문을 떠올려봤다면 자신의 상황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고, 그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는 상태예요. 그 자체가 치료 과정의 시작이죠."

정신과를 방문할 때까지 두려움과 고민이 많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가장 불안할 때는 그 일을 시작하기 직전이에요. 롤러코스터든 자이로드롭이든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 직전에 가장 무섭죠. 그런데 떨어지기 시작하면 무서운 줄도 몰라요. 정신과 치료도 비슷해요. 치료 직전 두려움과 고민이 극에 달하지만, 막상 치료를 시작하면 그에 대해 '도움이 된다, 안 된다'를 판단할 수 있고, 결과에 따른 추가적 선택을 하는 보다 실질적인 방법이 생기죠. 망설여진다면 용기 내 방문해보시길 바라요."라고 말했다.

다소 막연하지만, 정신 건강을 위한 팁도 물었다. "내가 가장 원하는 것, 내가 가장 행복한 것이 뭔지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해요. 특히 한국인들이 내가 원하는 것보다 주위 사람이 내게 기대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끼고, 그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죄책감이 커요. 심지어 취미생활마저 생산적인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내가 행복한 것을 선택해야 정신이 건강합니다. 이 부분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우리 병원을 찾아도 좋고, 주위에 좋은 정신과 선생님들의 도움을 꼭 받아보세요."

정동청 원장님
정동청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성인 ADHD 환자 늘어, 약물 치료 효과 매우 좋은 편"

최근 성인 ADHD를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환자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요즘 성인 ADHD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20~30대가 대부분입니다"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는 우리 말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다. 주로 소아청소년에게 생긴다고 알려졌는데, 성인 환자도 많다.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집중력 저하로 인한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이다. 환자들은 병원을 찾아 "한 가지를 꾸준히 하기 힘들다"고 주로 토로한다. 학생들은 "공부에 오래 집중하기 힘들다" 직장인들은 "업무를 자꾸 미루게 되고 사소한 실수를 반복해 상사로부터 질책 받거나 동료들로부터 좋지 않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한다. ADHD인 줄 모르고, 이런 부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함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가 ADHD로 진단받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과잉행동, 충동성은 손발을 가만두지 못하고, 지나치게 수다스럽고, 대화 상대의 질문이 끝나기 전에 못 참고 대답하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남을 방해하는 식으로 나타난다.

ADHD의 원인은 두뇌 '도파민' 보상회로의 이상이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으로 우리가 무슨 일을 했을 때 그에 대한 '보상받음'을 느끼게 해줘요. 그런데 이 보상회로가 고장나 내가 어떤 일을 해도 그에 대한 보상이 적절히 이뤄지지 못하니 끊임 없이 다른 일을 찾게 되죠. 책보다가 갑자기 핸드폰을 보고, 다시 TV를 보는 식이에요."

그런데 ADHD 진단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ADHD 증상으로 내 삶이 방해받을 때 치료를 시작하면 된다. 약물 치료 효과가 굉장히 좋다는 특징이 있다. 정동청 원장은 "약물 반응이 빠른 편이어서 환자가 느끼는 만족감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약물은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뇌에 재흡수되는 것을 차단, 체내 농도를 높여 활성화시키는 약물 '메틸페니데이트'를 주로 쓴다. 상담 치료도 도움이 된다. "환자가 자책하는 행위를 자제시키거나, 낮은 자존감에서 빠져나오게 하고, 대인관계 측면에서 이전의 위축된 습관에서 벗어나 새롭게 행동하는 법에 대해 알려주기도 합니다." 나는 산만하고 의지가 부족한 '실패자'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의지의 문제가 아닌 질환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려주고, 새로운 습관을 들이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정동청 원장님
정동청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약의 부작용은 없을까? 가장 흔한 것은 몸이 각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약을 늦은 시간 복용하면 잠을 잘 못잘 수 있다. 이 밖에 입맛이 떨어지거나, 가슴이 뛰는 느낌이 들거나, 속이 거북할 수 있다. 모두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일부 환자에서는 의존성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약물 치료 효과가 영구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눈이 나빠 '안경'을 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근시 환자가 안경을 벗으면 눈이 다시 안 보이는 것처럼, ADHD 환자도 약을 끊으면 다시 증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집중력이 떨어진 고3학생은 대입이 마무리 될 때까지, 주중에만 집중력 강화가 필요한 직장인은 주중에만 약을 먹어 효과를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ADHD 환자도 집중력이 '업그레이드'될 때가 있다는 점. "어머님께 자녀분이 ADHD인 것 같다고 얘기하면, 그렇게 게임에 집중을 잘 하는데 무슨 ADHD냐고 되물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ADHD 환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돼 집중을 잘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결론, 집중력 저하, 과잉행동으로 고생하는 사람이라면 ADHD 여부를 상담받고, 약의 도움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단, 필요한 기간에만 복용해 의존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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