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암센터… 다학제·로봇수술로 치료 트렌드 이끌어

입력 2019.11.15 09:29

[암 극복, 어디까지 왔나] [암센터 탐방] [1] 연세암병원

5대 대형병원 중 암병원 첫 개원
신약 임상 등 난치암 치료에 적극, 암생존자·암고위험군 케어 심혈

한국의 암 치료 수준은 전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는다. 암 환자의 70%가 완치 판정을 받고 있다. 이런 발전에는 대학병원 암센터가 핵심 역할을 했다.

1969년 국내 처음으로 세브란스병원에 '연세암센터'가 개원을 한 뒤 지금 국내 웬만한 대형병원에는 암센터가 있다. 암센터는 공통점이 많지만, 디테일을 살펴보면 조금씩 다르다. 진단과 치료 기간을 단축하는 신속성을 강조하는 병원, 전이·재발암 같은 중증 암 치료를 강조하는 병원, 신약 개발 등 연구에 방점을 찍는 병원, 암환자 평생 케어에 관심을 갖는 병원 등 특화된 부분이 있다. 작은 차이라고 해도 환자의 치료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암센터별 특징에 대해 알아본다. 첫회는 연세암병원이다.

1969년 국내 최초로 연세암센터가 세워진 뒤 연세암병원은 50년 간 다학제 진료 등 새로운 암 치료 트렌드를 만들었다. 사진은 췌장암 환자의 치료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간담췌외과·종양내과·소화기내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핵의학과 의료진이 모여 앉아있는 모습.
1969년 국내 최초로 연세암센터가 세워진 뒤 연세암병원은 50년 간 다학제 진료 등 새로운 암 치료 트렌드를 만들었다. 사진은 췌장암 환자의 치료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간담췌외과·종양내과·소화기내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핵의학과 의료진이 모여 앉아있는 모습.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연세암병원은 소위 '빅5' 대학병원 중 가장 먼저 '암병원'을 개원했다. 2014년 지상 15층의 단독 건물을 세웠으며, 508병상 규모로 어지간한 지방 대학병원 규모로 크다. 연세암병원의 뿌리는 1969년 세워진 연세암센터로, 50년의 역사만큼 국내 암 치료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다학제 시초… 최적의 치료법 도모

폐암·췌장암 같은 난치성 암이나 진행된 암의 경우 내과·외과·영상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 등 여러 진료과 교수가 동원돼 치료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이를 다학제(多學際) 진료라고 하는데, 의료가 세분화되면서 의사의 전문성은 높아졌지만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무지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의 의사들이 모여 최적의 치료법을 논의하고자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암에 있어 다학제 진료는 효과를 인정받아 2014년부터 보험 급여 인정을 받고 있다. 연세암병원 금기창 병원장은 "암센터가 세워지고 1974년 김병수 전 연세대 총장이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다학제라는 개념을 배워 국내 처음 도입했다"며 "그 후 우리 병원은 난치암이나 진행암의 경우 내과·외과·방사선종양학과 의료진이 모여 다학제 진료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주요 암종별 5년 상대 생존율이 대부분 전국 평균보다 높다〈〉. 대표 난치암인 폐암의 경우는 5년 생존율이 10%p 이상 차이가 난다. 연세암병원을 찾는 암환자 중 갑상선암, 두경부암, 자궁경부암, 전립선암, 신장암, 골연부조직암, 뇌종양 등의 환자는 전국 평균(전체 암환자 대비 특정 암환자 비율)에 비해 많다.

◇신규 암환자 30%가 3·4기로 '중증'

주요 암종별 5년 생존율 비교표

연세암병원에 등록된 신규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5년 1만4346명에서 2018년 1만7711명으로 23.5% 증가했다. 신규 환자 중에 3·4기 암 환자 비율은 29.4%이다. 금기창 병원장은 "중증 암환자를 적극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유방 양성종양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보낸다. 양성 환자 진단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중증 유방암 환자 치료 대기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갑상선암 등 비교적 예후가 좋은 암의 정기 검진도 환자가 사는 지역 병원을 소개해주고 있다.

반면에 폐암·췌장암·간암 같은 난치암 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다. 폐암의 경우 진단받는 당시 절반 이상이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다. 항암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암인데, 기존 항암제에는 내성이 잘 생긴다. 폐암센터에서는 신약 임상 시험을 통해 기존 약이 안 듣는 환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폐암 신약 임상은 110여 개나 되며, 면역항암제 연구도 50여 개가 진행 중이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조병철 교수는 "미국 MD앤더슨 암센터 같은 유수의 암센터에서 임상시험 중인 폐암 신약은 대부분 우리 병원에서도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기창 병원장은 "난치암의 경우 결국 항암 신약이 중요한데, 우리 병원에서는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 임상시험을 적극적으로 할 뿐만 아니라 국산 신약을 만들기 위한 전초기지로서 다양한 항암 표적 물질을 찾는 연구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연세암병원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 연구 건수는 622건에 달한다.

◇로봇수술의 세계 표준 만들어

암 수술이라고 해도 수술은 '최소침습'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소침습 수술을 가장 잘 실현하는 것이 로봇수술이다. 수술용 로봇 다빈치는 2005년 국내 처음으로 세브란스병원에 도입됐다. 그후 전립선암, 갑상선암, 위암, 두경부암, 자궁경부암 등의 암 수술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로봇수술 건수는 약 2만4464례(10월 31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으며 단일 의료기관 기준으로 2만4000례 이상 로봇 수술을 한 곳은 세계적으로 세브란스병원이 유일하다. 다빈치를 개발한 미국에서는 주로 전립선암에만 적용하는 데 비해 연세암병원은 지속적으로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세계 처음으로 갑상선암·대장암 등에 로봇수술을 시도하고 새로운 수술 기법을 개발해 '세계 표준'으로 인정을 받았으며, 국내외 유명학술지에도 약 400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암예방센터로 암고위험군 모니터링

연세암병원에는 개원 당시 다른 병원에는 없는 암예방센터를 만들었다. 아직 암에 걸리지 않았지만 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암고위험군(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 대장 선종 등 암 전단계 병이 있는 사람)과 암생존자(암 치료 후 5년이 지난 사람)가 대상이다. 이들에게 전문적인 진료와 검사, 1대1 운동·영양 처방과 함께 효과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주고 있다. 금기창 병원장은 "우리 병원은 난치암 치료를 많이 하는 동시에 당장 암에 걸리지 않은 고위험군 케어에도 심혈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