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로봇④]병원 내 로봇, 약 조제·문진도 ‘척척’

입력 2021.12.08 17:19

안내·코로나19 문진, 항암제 조제까지
병원 업계 “사용 범위 늘어날 것”

병원 내 로봇의 쓰임새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수술실, 재활치료실 외에도 여러 곳에서 로봇이 인력을 대체하고 있으며, 업무 역시 단순 안내부터 약 조제, 배송까지 다양해졌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산업계 전반적으로 로봇 도입의 필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원내 로봇 또한 활용 범위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LG 클로이 서브봇’
서울대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LG 클로이 서브봇(LG CLOi ServeBot)’/LG전자 제공

◇물품배송 로봇, 병원 누비며 약·검체·서류 등 전달
“죄송합니다. 잠시만 양보해주세요” 약 배송을 위해 병원을 누비던 로봇이 사람과 마주쳤을 때 나오는 음성 안내멘트다. 130cm 키에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이 로봇의 이름은 ‘LG 클로이 서브봇(LG CLOi ServeBot)’. 지난해 서울대학교병원에 처음 도입된 후 현재 이원 의료재단, 국립암센터 등에서도 도입·활용 중이다.

클로이 서브봇의 업무는 ‘물품배송’이다. 처방약품, 진단시약, 혈액 검체와 의료진에게 필요한 여러 용품, 서류 등을 입력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한다. 제품 서랍에 배송할 물품을 담은 뒤 화면에서 이동 순서를 정하고 출발 버튼을 누르면, 3D 카메라와 초음파 센서를 기반으로 필요한 곳에 물품을 배송하는 방식이다. 목적지가 여러 곳일 경우 동선을 고려해 스스로 경로를 설정하며, 목적지에 따라서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도 한다. 또한 장애물을 만나면 멈추거나 방향을 전환해 움직이고, 배송 중 물품을 도난당하지 않도록 잠금장치도 설치됐다. 의료진은 이 모든 과정과 배송 현황을 원격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LG 클로이 서브봇’
사진과 같이 제품 서랍에 배송할 물품을 담은 뒤 화면에서 이동 순서를 정하고 출발 버튼을 누르면, 필요한 곳에 안전하게 물품을 배송한다./LG전자 제공

◇안내·청소에 코로나19 문진까지… 업계 “사용 범위 늘어날 것”
병원에서 이용 중인 로봇의 역할은 물품 배송뿐만이 아니다. 2019년 LG전자와 로봇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맺은 서울대병원은 지난해부터 청소로봇과 안내로봇을 각각 도입해 활용 중이다. 안내로봇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직원 대신 방문자 체온측정, 문진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들을 로봇이 맡음으로써 병원 직원,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줄고 효율은 크게 늘었다. 특히 의료진 입장에서는 약제·서류 배송을 로봇이 대신하면서 의료진 본연의 업무인 환자를 돌보는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으며, 마약성 진통제, 항암제 등 직접 운반이 위험한 약품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배송할 수 있게 됐다.

업계는 로봇 도입을 통해 여러 효과를 보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병원 업무에 로봇이 투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로봇의 역할, 병원 측의 도입 의도 등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사용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며 “현재 병원 내에서 안내, 물품배송 등에 활용되고 있다면, 향후에는 병원 살균·방역, 보안·경비 등 사용 범위가 다방면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항암제 조제 로봇
항암제 조제 로봇 ‘아포테카케모(APOTECAchemo)’/강북삼성병원 제공

◇항암제 조제 등 전문적인 업무도 지원
병원 내 로봇의 업무는 단순 반복 업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수술 로봇과 재활치료 보조 로봇 외에 약을 짓는 일에도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아포테카케모(APOTECAchemo)’는 2015년 삼성서울병원에 국내 최초 도입된 항암제 조제 로봇으로, 지난해와 올해 분당서울대병원, 강북삼성병원에서도 각각 제품을 도입·활용 중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1년 9개월여 동안 로봇을 통해 항암제 5만7000건을 제조했다. 이는 전체 항암제 무균조제의 약 35%에 달하는 수치다.

항암제 조제 로봇은 의사가 항암제를 처방한 뒤 약사가 용량·용법 등을 검토해 진행을 확정하면, 이를 바탕으로 약을 조제한다. 약품 이미지, 바코드 등을 통해 약품이 정확히 투입됐는지 확인하고, 소수점 단위로 혼합액 무게를 측정해 약을 조제한다. 약이 조제되면 담당 약사의 최종 확인을 거쳐 환자에게 투여된다.

항암제 조제 로봇의 경우 조제 과정에서 오차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안전한 조제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큰 장점을 갖는다. 그동안 항암제 조제 과정에서 주사침에 찔리거나 용기가 파손돼 조제자가 약물에 노출되는 문제가 있었다면, 로봇은 이 같은 위험을 모두 차단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측은 “기존에는 시설 환경, 보호장비 문제 등으로 공기 중 잔류하는 약물 성분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보니, 매번 위험성을 의식하면서 작업에 임해야 했다”며 “항암제 조제 로봇의 경우 이 같은 위험을 막을 수 있고, 약물 조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 또한 완벽하게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시장 성장 여건 갖춰져… “규제 완화, 표준화된 지침 필요”
원내 로봇 활용 확대를 위해 필요한 여건은 모두 갖춰지고 있다. 관련 기술 발전은 물론이며,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업무가 늘면서, 정확하고 안전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확대되는 상황이다. 한국로봇산업협회 기반혁신본부 서준호 본부장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움직임과 비대면 업무가 모두 가능한 로봇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과거에는 의료 현장에서 로봇을 선택적으로 활용했다면,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로봇을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지원 로봇의 경우 수술 로봇과 달리 이제 막 보급이 시작된 단계다. 전문가는 지속적인 시장 성장과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비롯한 여러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 본부장은 “현장에서 수요가 많은 만큼, 기술·비용과 제도적 측면이 뒷받침된다면 의료 지원 로봇 역시 수술 로봇, 재활 로봇 등과 같이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관련 법 개정과 기준 마련을 서두르되, 현재 기준이 없다면 일단 규제하는 것이 아닌, 기업이 부분적으로 여러 방안을 시도해볼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 개발을 위한 병원과 기업 간 협력은 잘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로봇이 보다 많이 사용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도 표준화된 로봇 사용 지침, 시스템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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