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염려증
예민하고 불안증 있으면 잘 생겨… 건강 이상 시작되는 50대가 많아
직장인 김모(40)씨는 평소 인터넷에서 건강 정보를 찾아보는 게 취미다. 매일 먹는 비타민만 해도 10종류에 달한다. 김 씨는 기침 한 번만 해도 머릿속에 온갖 질병이 떠오른다. '폐렴이나 폐암은 아닐까?'하는 걱정에 매번 병원을 찾지만, 의사는 항상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복통이 느껴져 대장내시경도 했다. 대장이 깨끗하단 의사의 말이 믿기지 않아, 2주일 뒤 다른 병원에서 다시 대장내시경을 받았다. 검진 결과는 '정상'이었다. 김씨는 검사 결과가 못 미더웠고, 자신의 건강이 걱정돼 업무시간에도 건강 정보만 찾아보고 있다.
◇건강염려증도 질환… 예민한 사람에게 잘 생겨
김씨 같이 건강에 문제가 없는데도 지나치게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건강염려증(질병불안장애) 환자다.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덕인 교수는 "의외로 이런 사람이 흔한데, 1차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5~8%는 건강염려증이라는 연구도 있다"며 "증상이 없거나 매우 경미한데도 생명에 위협적인 심각한 상태라고 생각하며, 평소 건강에 과도하게 신경쓰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4~2017년 사이에 발생한 건강염려증 환자는 총 1만6068명이며, 50대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짜 환자와 달리 '닥터 쇼핑' 잦아
건강염려증 환자는 "나는 심각한 질환인 것 같은데, 의사들은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호소한다. 그런데 문제점은 '진짜 질환이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현철 교수는 "건강염려증 환자는 진짜 환자와 구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며 "병원을 가기 전부터 자신에게 질환이 있다고 굳게 믿고, 건강 정보를 지나칠 정도로 찾아보며, 정상 진단을 받는데도 비슷한 검사를 계속해서 받는다"고 말했다. '닥터 쇼핑'을 하는 것도 특징이다. 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정상이라고 말하면 실망하면서 곧바로 다른 의사를 찾는 것이다.

◇의사와 신뢰 쌓아야… 인터넷 검색은 주의
건강염려증이 심해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는 상담치료·인지행동치료·약물치료 등을 한다. 약물은 신체 감각에 대한 민감성을 줄여주는 데 효과가 있는 항우울제를 처방한다. 박진영 교수는 "건강염려증 환자는 의사를 의심하는데, 제대로 치료하려면 의사 한 명을 정해 꾸준히 치료받아야 조금씩 신뢰가 생기고, 치료 순응도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생활습관 개선도 필요하다. 커피 등 카페인이 많이 든 음료는 피한다. 카페인은 정신을 각성 상태로 만들어, 불안·초조함을 더 잘 느끼게 한다. 자신의 신체 증상을 인터넷에 자꾸만 검색해보는 행동은 좋지 않다. 자신의 증상에 집착해 건강염려증이 악화될 수 있다.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취미생활이나 운동이 도움이 된다. 이 때는 한 가지를 오랫동안 하는 것보다, 짧은 시간 자주하는 것이 좋다. 아픈 증상에 집착하는 것을 막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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