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건강집착, 일상방해·실제 코로나 증상 유발

몇 주 전만 해도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델타 변이 등 각종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확산되고, 20~30대를 중심으로 방역 수칙 위반 사례가 증가하면서 1일 확진자 수가 1200명을 돌파했다.
거리두기 단계 강화가 언급되면서 피로감과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급증으로 마음건강이 더욱 위협받는 요즘, 코로나 시대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감염 걱정에 방역 걱정까지... 위협받는 정신건강
인간은 높은 감염 위험을 감지하면 손 씻기 등 질병예방 행위 수용도가 높아지지만, 지나친 공포와 불안도 함께 느끼게 된다. 공포와 불안을 느끼게 되면, 합리적인 위험 판단은 어려워지고 낙인과 혐오 등 분열과 갈등은 증폭한다. 이는 정신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데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전 세계는 1년 이상 코로나19 감염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다수는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확진 후 비난과 피해에 대한 심한 공포를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큰 상태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1년째인 올해 1월 국민의 84.5%는 '코로나19로 인한 걱정과 스트레스가 정신건강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실제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41.1%, 정서적으로 지치고 고갈됨을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도 40.6%에 달했다. 우울증을 선별하는 한국판 우울증 선별 도구 'PHQ-9'를 사용한 조사에서도 올해 1월 한국인의 우울 점수는 7.91점으로, 지난해 6월 6.75점보다 상승했다.
유명순 교수는 "한국은 초기부터 질병관리청 등 보건 당국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은 수준이었고 이를 코로나19 1년 동안 지속했는데, 이는 사회 분열이나 혼란을 줄이는 효과를 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그러나 일반인의 감염 걱정과 스트레스가 매우 높은 수준이며, 이로 인한 정신건강의 부정적 영향 역시 매우 높게 인지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감염되면 어쩌나"… 일상 불가 건강염려증 늘어
코로나19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위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심각한 수준의 건강염려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염려증이란 사소한 신체 변화나 증상에도 예민하게 반응해 질병이 발생했다고 믿는 심리적 장애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공식적인 집계는 어렵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건강염려증 증가세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기존 정신질환자들은 물론, 정신건강에 문제가 없던 일반인까지 건강염려증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극심한 건강염려증이 생긴 이들은 감염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으로 인해 ▲잠깐만 외출을 해도 온종일 씻고 ▲끊임없이 청소를 반복하며 ▲의학적으로 이상이 없음에도 강박적 수준의 건강 상태(체온, 기침 증상 등) 확인 등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전홍진 교수는 "건강염려증이 심각한 사람들은 실제 근육통, 발열 등의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데 실제 진단해보면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염려증은 일상을 방해한다는 측면에서도 문제지만, 심화하면 우울, 공황 등 다른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 건강염려증 극복하려면?
적당한 건강 걱정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건강염려는 스트레스를 가중해 정신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와 건강염려증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만 마라톤 같은 코로나19 팬데믹을 버틸 수 있다.
전홍진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감염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과도하게 건강을 염려하면, 건강하던 사람도 발열, 근육통 등 실제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감염이 우려된다면 실제 코로나19 증상과 징후가 무엇인지 먼저 확인하고, 방역수칙을 잘 지켰다는 전제하에 이상이 없다면 불안을 덜어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자신의 건강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