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속 면역 세포 변화 관찰해 癌 진단… 안 보이는 암까지 찾는다"

    입력 : 2017.10.16 09:15

    癌 조기진단_ 서울송도병원 '암 면역 검사' 개발
    소량의 혈액으로 하루 만에 결과
    정확도 86%… CT·MRI와 비슷
    암 예측 가능해 예방·관리 유용
    "국내 특허 출원 및 논문 준비 중"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 암(癌)을 진단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검진의 편의성을 높인 것은 물론, CT·MRI로는 발견하지 못하는 작은 암 조직까지 예측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서울송도병원은 최근 부설 세포연구소에서 혈액 속 면역 세포의 분포·농도를 관찰해 암이 있는지 예측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자체 평가에서 정확도(실제 암이 있을 때 암을 찾아내는 확률)는 86%로 나타났다. 이는 CT·MRI의 정확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영상장비의 성능 또는 판독하는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CT·MRI의 암 검사 정확도는 70~90%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 검사 기간은 CT·MRI보다 짧다. CT·MRI의 경우 보통 판독에 2~3일이 걸리는 반면, 서울송도병원의 암 면역 검사는 하루면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암 발생 시 혈액 속 면역세포도 변화

    지금까지 암은 CT·MRI 같은 영상장비로 온몸을 훑거나, 내시경을 몸속에 집어넣는 방법으로 진단했다. 서울송도병원은 아주 적은 양의 혈액(15㏄)을 뽑아 암을 예측한다. 암은 정상 세포의 돌연변이로 시작된다. 돌연변이 세포는 하루에도 수천 개씩 생성된다. 그러나 돌연변이 세포가 모두 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면역 세포가 돌연변이 세포를 찾아다니며 없애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면역 세포의 분포와 농도에도 변화가 생긴다.

    서울송도병원은 여기에 착안했다. 이를 위해 건강한 사람 300명의 혈액을 뽑아 면역 세포의 분포·농도를 일일이 조사했다. 같은 기준으로 대장암 환자 300명의 면역 세포도 조사했다. 그 결과, 암 환자의 면역 세포는 분포와 농도가 정상인과 달랐다. 차이가 확연한 면역 세포·단백질은 64개였다. 각각에 가중치를 두는 방식으로 암 환자와 정상인을 구분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후 암 환자 143명에게 적용해봤더니 86%의 정확도로 암이 있는지 맞췄다.

    CT·MRI로도 찾지 못하는 미세한 암을 혈액으로 진단할 수 있는 검사법이 개발됐다. 송도병원 이종균 이사장(오른쪽)이 세포연구소 직원과 한 환자의 암 면역 검사 결과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CT·MRI로도 찾지 못하는 미세한 암을 혈액으로 진단할 수 있는 검사법이 개발됐다. 송도병원 이종균 이사장(오른쪽)이 세포연구소 직원과 한 환자의 암 면역 검사 결과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암 전단계 상태나 암 발생 여부까지 진단

    암 면역 검사는 암 전(前)단계까지 예측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결과가 좋다. 대장암을 예로 들면 1기에 발견했을 때 5년 생존율은 92%지만, 4기에 발견했을 때 11%로 매우 낮다. 보통 암 세포가 분화를 시작해 '암'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커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5년 내외로 추정된다. 암 면역 검사는 면역 세포의 분포 정도를 토대로 암을 예측하므로, 초기 암은 물론 암 전단계에 해당하는 2~3년째에도 암을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암 전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해 암 진행을 늦추고, 암이 진단됐을 때 재빨리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병원측의 설명이다. 서울송도병원 이종균 이사장은 "특히 가족 중 암 환자가 있거나 흡연·비만 같은 암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이 검사를 받아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이유에서 기존 방법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곳에 발생한 암을 진단하는 데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암검진 항목에 해당하는 위암·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의 경우 기존 검사로 쉽게 발견했다. 반면, 두경부암·췌장암·난소암 같이 덜 알려진 암은 대부분 3기 이후에 발견돼 매우 치명적이다. 증상이 거의 없는데다 장기가 작고 몸 깊숙이 있어 기존 영상장비로는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종균 이사장은 "암 면역 검사의 경우 혈액 속 면역 세포의 변화를 살펴 몸 어딘가의 암 위험을 찾아내는 방식이므로 기존 검진에서 발견하기 쉽지 않은 초기의 암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 생존자에게도 이 검사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수술과 항암치료로 암 조직을 제거했더라도 암이 완벽히 없어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영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암 조직은 암 재발·전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종균 이사장은 "암 면역 검사는 잔존 암을 확인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면역 세포 활용한 혁신적 암 진단 기술"

    서울송도병원은 앞으로 표본 집단을 정상인·암환자 각 300명에서 1000명 이상으로 늘려 검사의 정확도를 더욱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국내 모 대학병원과 협의 중이다. 대학병원으로부터 혈액 표본을 받아 서울송도병원이 분석하면 이를 다시 대학병원이 암 진단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종균 이사장은 "병원 자체적으로는 암 면역 검사를 이미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을 조만간 학회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혈액 속 면역 세포의 분포·농도를 이용해 암을 확인하는 방법은 혁신적인 기술"라며 "부설 세포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에 매진한 지 10년 만의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특허를 출원한 상태로 등록이 마무리되면 미국 등에서 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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