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문약답] 약 효과를 떨어뜨리는 ‘약 내성’

  • 글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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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3.14 14:36

    계속 먹어도 될까? 약에 대한 가장 흔한 궁금증이다.

    걱정하는 이유는 크게 보아 둘이다. 하나는 약을 계속 복용할 경우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내성 문제에 대한것이고, 다른 하나는 약을 쓰다보면 중독이나 의존성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약물중독자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혹시 나도 저렇게 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을 갖게 되기 쉽다. 약을 자꾸 쓰다보면 약효가 떨어지는 경우가 실제로 존재한다. 신경안정제로 흔히 사용되는 약 중 하나인 디아제팜은 처음에는 5mg만으로도 졸음 또는 진정 작용이 나타나지만, 약을 계속해서 남용한 사람은 그 200배인 1000mg을 써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 내성이 생긴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르핀 계열 진통제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적은 양으로도 통증에 효과가 잘 나타나다가, 시간이 지나서 몸이 적응하고 나면 더 많은 양을 사용해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내성이 생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몸이 약효에 익숙해지기 때문일 수도 있고, 특정 약을 오래 복용하면 간과 신장이 그 약 성분을 청소하는 능력이 증가해서, 더 빠르게 몸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약의 내성을 이해하기에 좋은 예로 알코올이 있다. 처음에는 술을 한두 잔만 마셔도 취해서 비틀거리던 사람이 매일 같이 술을 마시면 알코올의 약효에 대한 내성이 증가한다. 취하려면 더 많은 양을 마셔야 하고, 이게 악순환이 되어 자칫 알코올 의존증이나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커진다. 태생적으로 술이 센 사람일수록 내성으로 인해 음주량이 점점 더 늘어나기 쉽고 이로 인한 위험성도 더 큰 편이다.


    알약 이미지

    약 내성과 음주 능력 향상은 닮은꼴
    문제는 우리 신체의 모든 부분이 약효 또는 부작용에 동일하게 적응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것처럼 모르핀 계열 진통제를 장기 복용하면 뇌가 적응하므로 약효가 전보다 떨어지고, 더 많은 양을 복용해야 할 수 있지만, 불행히도 변비 같은 부작용에 대한 인체의 적응은 매우 느린 편이다.
    모르핀 계열 진통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게 변비약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진통제를 오남용 하는 경우에 문제는 더 심각한데, 약물의 쾌락에 중독된 뇌는 더 많은 양의 약을 요구하지만, 심장과 폐와 같은 중요한 장기들은 약의 부작용에 온전히 적응하지 못하여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주 한두 잔에도 비틀거리던 사람이 잦은 음주로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기면 한두 병을 마시고도 걸음걸이에
    이상이 없어 보인다. 자신감을 가지고 술을 더 마시게 된다. 그러나 뇌의 착각일 뿐이다. 간, 신장, 근육, 위장 등의 여러 장기가 알코올의 독성에 그대로 노출되고 결국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게 된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다수의 약에는 내성(약물 내약성)이나 중독성 문제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있지도 않은 내성을 걱정해서 약의 복용을 늦추거나 중단하면 더 큰 문제다. 생리통에 자주 사용되는 소염진통제가 그렇다. 내성을 걱정해서 배가 아픈 걸 가능한 참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야 비로소 약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때는 통증의 원인이 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이미 많이 쌓인 상태여서 약이 효과를 나타내기 더어렵다.
    생리통 초기에 소염진통제를써서 통증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 축적되는 걸 막아줘야 적은 양의 약으로도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생리통에 소염진통제를 써도 내성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 매번 약을 쓴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히스타민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라는 신호탄처럼 작용한다. 혈관을 확장시켜서 코막힘, 콧물을 유발하고, 눈, 코, 피부를 간질인다. 항히스타민제는 말 그대로 히스타민의 작용을 막아서 알레르기성비염의 증상을 줄여주는 약이다.

    항히스타민제는 내성 없어
    봄철 알레르기로 눈, 코가 간지러운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때 자주 사용되는 약이 항히스타민제다.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같은 원인 물질에 대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과민하게 반응하면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등의 알레르기성비염 증상이 나타난다. 눈·코 주위 피부가 가렵거나 붓기도 하고, 알레르기 증상으로 인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서 피로가 누적되기도 한다. 매년 봄만 되면 알레르기성비염으로 고생하면서도 약 복용을 두려워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미리 약을 썼다가 내성으로 효과가 떨어질까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항히스타민제는 1년 내내 사용해도 효과가 유지되는 약이다. 알레르기 원인물질에 노출되면 우리 몸속 비만세포는 여기에 반응하여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을 내어놓는다. 1980년대에만 해도 항히스타민제를 오래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이로인해 아직까지도 항히스타민제를 장기복용하면 내성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이전 연구 조사의 방식에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다. 항히스타민제를 오래 쓴다고 내성이 나타난다고 볼근거가 없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봄철이면 계절성알레르기 증상을 겪는 사람이라면 지난해 봄에 사용한 약을 올해 또 쓴다고 내성이 생길까봐 걱정할 이유가 없다.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약 사용을 시작하는 것보다 시즌이 다가오면 미리 투약을 시작하여 알레르기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계속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


    고혈압·당뇨 치료제의 경우
    고혈압, 당뇨병, 전립선비대증 같은 만성질환에 사용하는 약들도 내성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런 약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약 자체에 대한 내성이 생겨서라기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질환 자체가 진행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당뇨병 치료제의 효과에 몸이 적응해서가 아니라 당뇨병 자체가 더 심해져서 약효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다. 이런경우, 약의 적절한 사용은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지언정 내성 문제는 일으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항생제의 내성(저항성)은 조금다른 문제인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사용하면 의사의 지시에 따라 끝까지 사용해야 세균이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이 생길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확실히, 약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늘수록 불필요한 두려움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정재훈약사

    정재훈
    과학·역사·문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관점에서 약과 음식의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탐구하는 데 관심이 많은 약사다. 현재 대한약사회 약바로쓰기운동본부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방송과 글을 통해 약과 음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하고있다. 저서로는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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