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까지 두 달이 남았는데, 아이는 자꾸 나오려 하고, 아내 혈당은 조금만 잘못 먹어도 190까지 나오고... 대략 난감...
극단적인 고단백 저 탄수화물식의 연속입니다. 평소 고기 싫어하는 마누라에게도 고역이고, 고기 싫어하는 사람이 고기 먹을 수 있도록 끼니마다 다른 요리 해 내는 것도 창의성의 한계에 도전하는 느낌이네요. 60일간 3끼씩이니까, 아직도 180끼를 더 해 먹여야 합니다!
그래서 준비한 오늘의 요리는 닭 가슴살 스테이크입니다.
준비물 : 닭 가슴살(안심도 OK) 150g, 소금, 후추, 버터 1숟가락, 메밀가루 1숟가락 (없으면 밀가루도 OK), 우유 반 컵.
음식 좀 아시는 분이라면, 근육 키우려고 운동 좀 해 보신 분이라면 “닭 가슴살 스테이크라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닭 가슴살이란 건 퍽퍽하고 팍팍해서 스테이크에 적당한 음식이 아니죠. 이게 가능한 건 전적으로 보온 밥솥의 힘입니다. 70도 안팎으로 저온 장기 가열하면 어떤 고기든 모든 근섬유와 결체 조직이 흐물흐물해져서 젓가락만 "닿으면 쪼개져요~". 닭 가슴살도 녹듯이 부드러워지거든요.
닭 가슴살을 한 덩이(100~200g) 접시에 올리고, 앞뒤로 소금 후추 뿌려 밥을 보온중인 밥솥에 넣은 후 3~8시간 정도 보냅니다.
몇 시간 뒤에 보면 이렇게 되어 있죠. (육즙이 고여 있는데, 따라내서 소스에 씁니다.)
화이트소스를 만듭니다. (아내가 지방 섭취가 너무 적어 체중이 늘지 않는 듯 해 화이트 소스를 얹습니다만, 살 찔 필요가 없는 사람은 그냥 그대로 드셔도 됩니다. 드셔 보시면 굉장히 부드럽거든요.)
프라이팬에 버터를 한 숟가락 듬뿍 떠 넣어 녹이고 아까 따라 낸 육즙을 부은 후 마늘 다진 것 반 숟가락과 메밀가루(혹은 그냥 밀가루도 OK) 한 숟가락을 투입, 루(roux)를 만듭니다.
약간 갈색이 돌도록 볶은 후
우유 반 컵을 천천히 부어 가며 멍울을 풀어 주는거죠.
소금 후추로 약하게 간을 한 후 걸쭉한 소스를 익힌 가슴살 위에 부어 줍니다.
파슬리 가루와 베이질 가루 조금 뿌려주면 완성. 칼로 썰어 먹어도 좋고, 젓가락으로 뜯어 먹어도 됩니다.
아내 말로는 "고기가 너무 부드러워서 이상해. 닭고기 같지 않아" 라는 군요.
그래도 맛있습니다. 살도 안 찌고 정말 좋은 음식이죠. 감자 한 알과 먹은 식후 2시간 뒤 혈당 113. 오늘도 success 했습니다.
/권대석 ㈜클루닉스 대표이사 hyntel@cluni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