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병원이 우리 병원의 암적인 존재라는 말까지 들었다. 진료를 볼수록 손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보다 경제 수준이 훨씬 낮은 국가에서도 소아는 무료로 수술해준다. 결국 한국은 겉으로만 아이들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나라다.”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김웅한 상임대표(서울대병원)의 말에 대부분의 소아외과 의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26일, 서울대 어린이병원 CJ홀에서 열린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심포지엄에 참석한 소아외과 의사들은 겉으로는 필수의료라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병원에 손해만 끼치는 것으로 취급받는 소아외과의 현실과 개선 방안에 대해 목소리를 모았다.
성인 심장질환 수술은 사례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표준화도 잘 돼 있다. 의사 입장에서는 참고할만한 가이드라인이 정비돼 있는 셈. 그런데 소아외과 수술은 의사가 아무리 능숙하더라도 처음인 수술이 많다. 소아외과 수술은 환자가 많은 선천성 기형도 아주 간단한 기형을 제외하고는 모든 환자가 다르다. 훈련이 잘 돼 있는 의사라도 처음 접하는 사례가 많아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위험도도 높다. 3~4번 수술해야 하는 경우도 흔하고 보호자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개별 환자가 가지는 희소성을 고려했을 때 소아외과는 집중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멸종할 수밖에 없는 분과다.
현실은 소아외과를 가장자리로 밀어내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소아외과 의사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의 의료체계가 소아외과 수술의 난이도나 위험 부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외과수술 관련 수가가 성인 환자를 기준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아외과 계열은 저평가된다는 말이다.
대한소아비뇨의학회 박성찬 간행이사(울산대병원)는 “소아 요도 하열 같은 경우에는 기능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아비뇨의학과에서 수술해야 한다”며 “수술 전, 요도가 어디로 형성될지 예측할 수 없으므로 수술 난도도 높고 중간에 추가해야 하는 절차도 다양한데 적용 가능한 수가 코드가 절제 부위에 따라 네 가지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가 코드도 없는데 보험 급여 삭감까지 잦다는 게 소아외과 의사들의 주장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 신창호 보험위원(서울대 어린이병원)은 “소아정형외과 역시 수술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만 코드가 없는 것이 많아 심평원에서 예고 없이 삭감하고 있다”며 “교수 1명, 전공의 3명, 마취과 1명, 간호부 1.75명, 방사선사 1명이 약 9시간 45분 진행한 수술의 실제 인정액은 약 211만원 삭감된 98만원으로 시급으로 따지면 인당 만원이 조금 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난도 수술만이라도 제대로 보상해야 소아외과가 그나마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 진단이 뒤따랐다. 신 위원은 “정형외과 같은 경우 1, 2차 병원은 비급여로, 3차 병원은 로봇 종양 수술 등으로 손해를 매울 수 있는 반면 소아정형외과는 이런 게 전혀 없다”며 “전문의나 센터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고난도 수술에 대한 세부 분류 및 수가체계 작업이라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지속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수술할 의사가 한 명도 남지 않는 것이다. 특히 중증·희귀질환의 경우 빠르게 수술하지 않으면 아이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저수가로 종합병원에서도 소아외과 수술을 하지 않으면 이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진도 유입되지 않으면서 가까운 미래엔 수술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몇몇 질환은 극소수의 의료진이 없으면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한소아이비인후과학회 이상혁 학술이사(강북삼성병원)는 “외이도폐쇄증이라고 쉽게 말해 귓구멍이 막히는 희귀질환은 우리나라에서 10인 미만이 수술하고 있는데 의료진 한 명이 정년퇴임을 하고 9년을 더 해야 할 정도”라며 “소아이비인후과에서 가장 중요하고 위중한 질환은 기도질환인데 복잡후두협착증의 경우 수술할 수 있는 전문의가 국내에 2명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김웅한 상임대표(서울대병원)의 말에 대부분의 소아외과 의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26일, 서울대 어린이병원 CJ홀에서 열린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심포지엄에 참석한 소아외과 의사들은 겉으로는 필수의료라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병원에 손해만 끼치는 것으로 취급받는 소아외과의 현실과 개선 방안에 대해 목소리를 모았다.
성인 심장질환 수술은 사례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표준화도 잘 돼 있다. 의사 입장에서는 참고할만한 가이드라인이 정비돼 있는 셈. 그런데 소아외과 수술은 의사가 아무리 능숙하더라도 처음인 수술이 많다. 소아외과 수술은 환자가 많은 선천성 기형도 아주 간단한 기형을 제외하고는 모든 환자가 다르다. 훈련이 잘 돼 있는 의사라도 처음 접하는 사례가 많아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위험도도 높다. 3~4번 수술해야 하는 경우도 흔하고 보호자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개별 환자가 가지는 희소성을 고려했을 때 소아외과는 집중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멸종할 수밖에 없는 분과다.
현실은 소아외과를 가장자리로 밀어내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소아외과 의사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의 의료체계가 소아외과 수술의 난이도나 위험 부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외과수술 관련 수가가 성인 환자를 기준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아외과 계열은 저평가된다는 말이다.
대한소아비뇨의학회 박성찬 간행이사(울산대병원)는 “소아 요도 하열 같은 경우에는 기능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아비뇨의학과에서 수술해야 한다”며 “수술 전, 요도가 어디로 형성될지 예측할 수 없으므로 수술 난도도 높고 중간에 추가해야 하는 절차도 다양한데 적용 가능한 수가 코드가 절제 부위에 따라 네 가지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가 코드도 없는데 보험 급여 삭감까지 잦다는 게 소아외과 의사들의 주장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 신창호 보험위원(서울대 어린이병원)은 “소아정형외과 역시 수술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만 코드가 없는 것이 많아 심평원에서 예고 없이 삭감하고 있다”며 “교수 1명, 전공의 3명, 마취과 1명, 간호부 1.75명, 방사선사 1명이 약 9시간 45분 진행한 수술의 실제 인정액은 약 211만원 삭감된 98만원으로 시급으로 따지면 인당 만원이 조금 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난도 수술만이라도 제대로 보상해야 소아외과가 그나마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 진단이 뒤따랐다. 신 위원은 “정형외과 같은 경우 1, 2차 병원은 비급여로, 3차 병원은 로봇 종양 수술 등으로 손해를 매울 수 있는 반면 소아정형외과는 이런 게 전혀 없다”며 “전문의나 센터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고난도 수술에 대한 세부 분류 및 수가체계 작업이라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지속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수술할 의사가 한 명도 남지 않는 것이다. 특히 중증·희귀질환의 경우 빠르게 수술하지 않으면 아이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저수가로 종합병원에서도 소아외과 수술을 하지 않으면 이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진도 유입되지 않으면서 가까운 미래엔 수술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몇몇 질환은 극소수의 의료진이 없으면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한소아이비인후과학회 이상혁 학술이사(강북삼성병원)는 “외이도폐쇄증이라고 쉽게 말해 귓구멍이 막히는 희귀질환은 우리나라에서 10인 미만이 수술하고 있는데 의료진 한 명이 정년퇴임을 하고 9년을 더 해야 할 정도”라며 “소아이비인후과에서 가장 중요하고 위중한 질환은 기도질환인데 복잡후두협착증의 경우 수술할 수 있는 전문의가 국내에 2명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아외과 기피 현상의 근본적인 해결법은 신생아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정부가 소아의료의 가치를 높여줄 필요가 있다. 대한소아심장학회 한미영 보험이사(경희대병원)는 “올해 1월,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일본을 넘었지만 소아외과 관련 수가 체계는 한참 미치지 못 하는 것으로 보고된다”며 “소아의료를 담당하는 부서도 없고, 체계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어린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필요한 의료 및 보건복지 서비스를 다 책임질 수 있도록 ‘성육기본법’을 제정해 놓은 일본과는 매우 비교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의 출산율을 반영해 소아외과 의사들이 얼마나 필요한 지 계산한 다음 지역가산이나 연령가산 등을 활용해 소아외과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가 인상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패널토론에 패널로 참석한 서울대 어린이병원 김민선 교수는 “신생아가 줄어드는 상황에선 적정 의료 인프라를 유지하려면 수가를 15배 인상해야 한다는 데이터가 있는 만큼 수가만으로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어린이병원의 적자를 정부가 보상하는 방안도 있는데 실제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보상하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해하는 의료진들도 있지만 일본이나 독일도 그렇게 하고 있고 미국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의 어린이병원이 기부금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패널토론에는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도 참석했다. 이 의원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자 소아응급의학과 세부전문의로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에서 약 10년 간 근무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의료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율성인데 개별 환자의 희소성 덕분에 창조성까지 중요한 게 소아외과”라며 “여기 있는 소아외과 의료진들은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영역에서 멀어지는 것, 주변 동료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 등에 소외감을 느껴 절규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수가를 높이는 데에서 더 나아가 의료 자체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소송 등 법적인 위험부담에 관한 추가적인 논의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8년 창립된 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은 7개 소아외과학회인 대한소아외과학회, 대한소아신경외과학회,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 소아심장수술연구회, 대한소아이비인후과학회, 대한소아비뇨기과학회가 참여하고 있다.
수가 인상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패널토론에 패널로 참석한 서울대 어린이병원 김민선 교수는 “신생아가 줄어드는 상황에선 적정 의료 인프라를 유지하려면 수가를 15배 인상해야 한다는 데이터가 있는 만큼 수가만으로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어린이병원의 적자를 정부가 보상하는 방안도 있는데 실제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보상하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해하는 의료진들도 있지만 일본이나 독일도 그렇게 하고 있고 미국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의 어린이병원이 기부금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패널토론에는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도 참석했다. 이 의원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자 소아응급의학과 세부전문의로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센터에서 약 10년 간 근무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의료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율성인데 개별 환자의 희소성 덕분에 창조성까지 중요한 게 소아외과”라며 “여기 있는 소아외과 의료진들은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영역에서 멀어지는 것, 주변 동료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 등에 소외감을 느껴 절규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수가를 높이는 데에서 더 나아가 의료 자체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소송 등 법적인 위험부담에 관한 추가적인 논의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8년 창립된 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은 7개 소아외과학회인 대한소아외과학회, 대한소아신경외과학회,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정형외과학회, 소아심장수술연구회, 대한소아이비인후과학회, 대한소아비뇨기과학회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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