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전 단계'인데… 10명 중 6명 "경도인지장애 들어본 적 없어"

입력 2022.09.19 17:10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사진=헬스조선DB
많은 사람들이 치매로 진행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0명 중 6명은 경도인지장애라는 질환 자체도 들어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치료를 위해서는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치매학회는 19일 서울 코리하나호텔에서 ‘치매극복의 날, 대한치매학회 설립 2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갤럽과 함께 실시한 이번 조사는 전국 17개 시도,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8%는 ‘경도인지장애’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없거나 오늘 처음 들어본다고 답했다.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한 비율 또한 65%에 달했으며,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임에도 73%는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위해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 역시 대부분(88%) 모르고 있었다.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은 “알츠하이머 치매로 악화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부터 올바른 인식과 적극적인 예방 및 치료가 필요한데, 현재 경도인지장애는 질병분류상 F코드로 묶여 경증질환으로 치부되고 있다”며 “중증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다 과학적인 분류체계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치매 치료 효과를 높이고 향후 개발될 치매 치료제 사용을 위해서도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재성 홍보이사는 “현재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를 위한 2세대 항체 치료제가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이 치료제들은 증상 완화가 아닌 병을 근본부터 치료하는 약”이라며 “주 치료대상을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치매’ 환자들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 진료를 통해 향후 악화 가능성이 있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경도인지장애를 경증 질환으로 잘못 여기고 있어 적절한 진단검사와 전문 의료진에 의한 추적관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며 “대한치매학회는 이 같은 치매 치료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한 제반환경 조성 등 의료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고 했다. 박기형 기획이사 또한 “항체치료제가 나오면 아밀로이드PET 검사가 필요한데, 이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며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한다면 지금보다 효과적이고 빠르게 경도인지장애를 진단해 보다 많은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치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치매에 대한 사회적 비용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료적 개입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치매 환자와 가족 모두 걱정 없는 ‘치매친화사회’를 구축하려면 ▲치매예방 분야 지원 및 전문인력 양성 ▲민관 합동 치매 관리 체계 구축 ▲치매 고위험군 고령층 지원 확대 ▲치매 관련 산업 육성 등과 같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호진 정책이사는 “그동안 정책적인 노력을 통해 치매를 관리하기 위한 기본적 사회적 인프라는 갖추게 됐으나, 이를 운영할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한 지원이 부족하고 공공 기관 위주 정책 서비스 제공으로 인해 치매 환자 관리·대응에도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며 “효율적 치매 관리를 위해 민간 영역의 참여 확대를 유도하고, 치매 전문가 육성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