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숨죽여 울어요"… 정서에 무슨 일?

입력 2022.05.26 09:49

독자 궁금증 취재
타고난 기질 가능성… 애착 형성 문제일수도

우는 아이
아이가 우는 방식은 여러 원인을 통해 결정되는데, 그중 대표적으로 기질과 애착 관계가 관여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이가 숨죽여 울어요. 혹시 아기 때 애착 형성이 잘못 된 걸까요?"

본지에 열 살짜리 자녀를 둔 어머니가 취재를 의뢰했다. 아이가 아플 때든 감동했을 때든 혼날 때든 항상 숨죽여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흘린다는 것. 독자는 혹시 아이가 제대로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아이의 우는 모습만 보고 정서가 불안정한지 판단할 수 있을까?

◇타고 태어난 기질일 수도
실제로 어린이마다 우는 모습이 다양하다. 독자의 자녀처럼 숨죽여 우는 아이도 있고, 반대로 목놓아 우는 아이도 있다. 잘 우는 아이도 있고, 정말 안 우는 아이도 있다. 그러나 우는 모습만 보고 심리 안정 상태를 단정할 수는 없다. 어린이의 표현 방식은 선천적으로 정해지는 기질과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애착이 모두 작용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 소아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기질은 아이마다 타고 태어나는 성향으로 바뀌지 않는다"며 "내성적이고, 표현에 소극적인 기질을 타고 태어난 아이들은 안정된 애착 관계가 형성됐을 때도 충분히 숨죽여 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질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1~3개월 안에 행동양식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 크게 ▲순한(Easy) ▲까다로운(Difficult) ▲반응이 느린(Slow-warm-up) 기질, 총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순한 기질의 영아는 별로 울지도 않고, 칭얼거리지도 않는다. 배변, 수면, 수유 등도 규칙적이고, 낯선 사람과 환경에도 빠르게 적응한다. 반대로 까다로운 기질의 영아는 사소한 변화에도 민감해 잘 운다. 표현이 많다. 배변, 수면, 수유 등은 불규칙하고, 새로운 환경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반응이 느린 기질의 영아는 까다로운 기질이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력이 높아진다. 기질은 정서가 불안정한 게 아니다. 그저 아이의 특성이다.

◇사회생활 어려워한다면 애착 관계 살펴봐야
물론 애착 형성이 잘못됐을 때도 아이가 감정 표현을 억제할 수 있다. 애착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 가장 가까운 사람과 형성하는 강한 감정적 유대를 말한다.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됐다면, 양육자를 통해 얻은 안정감을 기반으로 사회생활도 잘한다. 낯선 환경과 사람을 꺼리지 않고, 교류에 적극적이다. 반대로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되지 못했다면 세상에 불신이 커진다. 이런 아이는 사회적 교류를 어려워한다. 배승민 교수는 "아이가 감정을 표현했을 때 부모가 무신경했거나 과도하게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는 등 과잉 표현했다면 아이가 울 때 숨죽여 우는 등 표현을 안 하려고 할 수도 있다"며 "보통 건강한 애착 관계가 형성되지 못했다면 감정 표현을 억누르는 것과 함께 대인관계를 어려워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애착 형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면 자녀와 함께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표현하는 시간 부모와 가져야
아이가 더 많이 표현하길 바란다면, 부모가 아이의 감정 변화를 세밀히 파악해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배승민 교수는 "감정 표현을 부끄러워하는 기질의 아이는 부모도 비슷한 기질을 타고난 경우가 많다"며 "함께 각자 겪고 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시간을 갖고,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질에 맞는 양육을 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가 표현을 부끄러워한다고 다그치지 말고, 표현하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가지면서 감정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길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한편, 까다로운 기질을 가진 아이는 좋고, 싫음이 명확하고 표현을 잘한다. 반면, 주장이 강해 대인 관계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아이는 일관된 기준으로 타협하고 수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