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약' 되는 사람 vs '독' 되는 사람

입력 2021.06.23 15:09

커피
녹내장 위험이 높은 사람은 커피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커피의 건강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다양하다. 커피는 특정 사람들에게 약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커피가 약이 되는 경우와 독이 되는 경우를 알아본다.

◇커피가 약이 되는 사람
▷​살 빼야 되는 사람=커피를 마시고 운동하면 지방을 많이 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국제스포츠영양회지에 실린 스페인 그라나다대 의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30대 건강한 남성 1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오전 8시 또는 오후 5시에 각자의 체중 ㎏당 3㎎의 카페인 또는 위약(placebo)을 탄 음료를 섭취한 후 운동하도록 했다. 체중이 50㎏인 사람이라면 150㎎의 카페인을 섭취한 셈이다. 이들에게 7일 간격으로 네 가지 조건(카페인 음료 섭취 후 오전·오후 운동, 위약 함유 음료 섭취 후 오전·오후 운동)의 운동을 하게 한 후 최대 지방 산화율과 최대 산소흡수량을 측정했다. 최대 지방 산화율과 최대 산소흡수량은 운동의 강도와 효과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방 산화율이 높으면 운동 후 지방을 많이 태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최대 지방 산화율과 최대 산소흡수량은 연구 대상자가 어떤 음료를 섭취했는지에 상관 없이 오전보다 오후에 더 높았다. 이는 오후에 하는 운동이 지방을 더 많이 태우는 등 운동 효과가 더 높다는 것을 뜻한다. 오전 운동 때 카페인 음료 섭취 그룹의 평균 최대 지방 산화율은 위약 함유 음료 섭취 그룹보다 10.7% 높았다. 오후 운동 때는 29%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카페인 섭취 직후에 하는 적당한 강도의 오후 운동이 지방을 태우려는 사람을 위한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강하게 볶은(dark roast) 커피를 마시는 게 좋다.

▷비알코올성 지방간·간염 환자=커피가 간 건강에 이롭다는 내용의 기사가 미국의 유명 대형 병원의 정보지에 실렸다.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간염 발생 위험을 낮추는 커피의 효과가 집중 소개됐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비만이 주요 원인이며, 치료 약이 없다. 이에 따르면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간 전문의는 커피는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세포에 과도한 지방이 쌓인 상태로, 주로 과체중·비만이거나 당뇨병·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는 사람에게 잦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내버려두면 간 경변·간암·간부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에 걸릴 위험이 낮다. 커피는 이미 간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보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커피가 간염·간 경변·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C형 간염 환자에게도 유익하다는 증거가 있다. 이미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는 사람이 커피를 자주 마시면 간 경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작아진다. 간 경변 환자가 커피를 더 많이 마시면 사망 위험이 감소한다. 다만, 커피로 간 보호 효과를 얻으려면 디카페인(카페인 제거) 커피보다 일반 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다. 항산화ㆍ항염증 성분인 카페인이 간 건강을 돕기 때문이다.​

▷심부전 위험이 있는 사람=최근에는 하루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면 심부전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 의과대 연구진은 2만1000명 이상 미국 성인의 심혈관 건강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하루에 마신 커피양에 따라 ▲하루 1잔 ▲하루 2잔 ▲하루 3잔 이상 ▲아예 마시지 않는 사람 등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에 1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 사람은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심부전 위험이 5~1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하루 2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 사람은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죽상경화증 위험이 약 30% 낮았다. 한편 디카페인(카페인이 적게 함유된) 커피를 마신 사람에게는 이러한 이점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대상자를 커피를 마신 사람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다른 카페인 음식에 대한 이점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카페인 함량이 높은 에너지 음료, 카페인이 함유된 차, 탄산음료, 초콜릿 등 제품은 심혈관 건강에 대한 이점이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를 주도한 데이비드 카오 박사는 "커피가 심혈관 건강에 이점을 가져다준 인과관계는 밝히지 못했지만, 커피를 마시는 게 심부전 위험을 크게 낮췄다는 점에는 의의가 있다"며 "다만, 커피를 마실 때는 설탕, 크림, 고지방 유제품 등을 첨가하지 말고 먹어야 건강하다"고 말했다.

▷변비에 시달리는 사람=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잔을 마시면 쾌변에 성공할 수 있다. 커피를 마시면 '위대장반사'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위에 음식이 들어가면 대장이 반사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커피는 또한 대장 운동을 항진시키며, 대장 내 음식물의 장 통과 시간을 단축시키는 작용을 한다. 대장 중에서도 특히 S자 결장, 직장 운동을 증가시킨다. 이런 효과는 꼭 커피 속 카페인 때문만은 아니다. 디카페인 커피도 카페인 커피보다는 덜하지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커피에 든 폴리페놀 등 수많은 성분이 복합적으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커피는 대장 운동을 증가시켜 설사를 악화시킬 수 있다. 커피가 하부식도 괄약근의 압력을 감소시켜 위산이 역류하고, 속쓰림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위식도 역류 질환이 있으면 모닝 커피를 피해야 한다.

◇커피가 독이 되는 사람
▷안압 높은 사람=유전적으로 안압이 높거나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 매일 다량의 카페인을 섭취할 경우 녹내장 위험이 3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녹내장은 안압상승, 혈액순환 장애 등에 의해 시신경이 손상되고 계속해서 시야가 좁아지는 질환으로, 병이 진행될수록 시야가 계속해서 좁아져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뉴욕 마운트시나이 아이칸 의대 연구팀은 2006~2010년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약 12만명(39~73세)의 DNA샘플, 건강 기록 등 건강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일일 카페인 음료 섭취량 ▲카페인 성분 음식 섭취량과 함께 ▲시력 ▲녹내장 여부 ▲녹내장 가족력 여부 등에 대해 답했으며, 연구팀은 이 같은 설문 결과와 함께 참가자들의 3년 후 안압 등 전반적인 눈 상태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높은 안압과 녹내장에 대한 유전적 소인이 있는 참가자들은 카페인 섭취량이 많을수록 안압 상승 및 녹내장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커피 4잔을 마시면 안압이 평균 0.35mmHg 높아졌으며, 특히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이 매일 커피 3잔을 마셨을 경우,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섭취하는 사람에 비해 녹내장 유병률이 3.9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카페인 과다 섭취와 녹내장 발생 간에 분명한 연관성이 있음이 확인됐다"며 "녹내장 가족력이 강한 환자는 카페인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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