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구팀, 논문 50여 편 분석 “연체류에 최다”

버려진 플라스틱이 우리 몸을 공격하고 있다.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 조각이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이 침투해 있는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해양 쓰레기가 분해돼 생성되거나 인위적으로 미세하게 제조된 5mm 이하의 플라스틱 입자를 말한다. 최근, 해양 속 생물들에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축적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연구가 영국에서 나왔다. 특히 겨울철에 많이 찾는 홍합이나 굴 속 미세플라스틱 함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굴·홍합 속 미세플라스틱 많아
영국 헐요크의과대 연구팀은 2014~2020년에 이뤄진 미세플라스틱 오염 수준과 관련한 연구 50여 편을 메타분석했다. 그 결과, 오징어·홍합·굴 같은 연체류 속 미세플라스틱 함량이 0~10.5MPs/g으로 가장 높았다. 새우 등의 갑각류에는 0.1~8.6MPs/g, 어류에는 0~2.9MPs/g 들어 있었다. 갑각류에 미세플라스틱이 많은 이유는 홍합이나 굴 같은 소형 갑각류가 모래에서 작은 먹이들을 걸러 먹는데, 이때 미세플라스틱이 먹이와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한 사람이 연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량은 5만5000MPs/g”이라며 “통째로 섭취하는 굴이나 홍합 등을 통해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몸속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 미세플라스틱, 대체 왜 안 좋을까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다양하다. 홍영습 동아대 중금속노출환경보건센터장(예방의학교실 교수)은 “바다로 흘러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이 어떤 경로로든 우리 몸에 들어오면, 몸속에서 분해되지 않고 이동해 상피세포, 점막, 장, 혈액을 타고 임파계와 간담도계로 이동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그 후 태반, 혈액, 뇌장벽, 장관, 폐 등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런 미세플라스틱이 호흡기로 들어오면 호흡기의 상피세포에 접촉해 인체로 흡수된다. 조직 염증, 세포증식, 괴사, 면역세포 억제 등을 유발한다. 기침, 호흡곤란, 폐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에는 심뇌혈관계나 내분비계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생식기 등에 직접적으로 독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홍 교수는 “플라스틱에 첨가되는 물질 중 비스페놀A와 프탈레이트는 독성 영향이 큰 물질”이라며 “몸속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이 내분비계나 생식계에 장애를 일으키고 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해감과 내장 손질은 필수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세플라스틱은 주로 해양생물의 소화기에 축적돼 있다. 따라서 해산물을 먹을 때 내장을 제거하는 게 바람직하다. 굴이나 홍합처럼 내장을 제거하기 어려울 때는 해감을 충분히 하는 게 도움된다.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하는 임신부, 영유아, 노인이라면 해산물 섭취 시 수은뿐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도 인지하는 게 좋다. 아직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줄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정도로 국내 연구가 활발히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이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홍영습 교수는 "앞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사용량이 늘어 그만큼 우리에게 돌아오는 미세플라스틱이 많아질 것"이라며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생선 내장 손질을 잘 하고 해감을 반드시 하는 등의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