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4.10.17 17:20

한 분야에 특화한 한방전문병원

전문병원제도는 보건복지부가 특정 진료과목이나 특정 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부여하기 위해 2011년부터 시행한 제도다. 전문병원은 지정분야가 있다. 관절이나 대장항문, 뇌혈관, 화상 등이다. 한방 분야도 해당된다. 질환별로는 한방중풍과 한방척추, 진료과목으로는 한방부인과가 한방전문병원 제도의 대상이다.

한방전문병원제도가 시행되기까지는 논란도 있었다. 한방전문의제도조차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았다거나, 양방과 한방의 진료가 다른데 동일한 기준으로 추진하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7개의 한방병원이 전문병원으로 지정 됐고, 현재는 1주기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주기 사업을 준비 중이다. 그러면 한방전문병원은 무엇을, 어떻게 전문화해서 진료하는 병원일까. 그리고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될 수 있을까.


# 한방전문병원제도 시행되기까지

전문병원제도 도입 초기에는 한방병원을 전문병원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양방 의료계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한방전문의제도가 시행(1999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한의학에 무슨 전문분야가 있느냐”는 등의 비판이 쇄도했다. 한의계에서도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양방 의료체계와 다른 체계를 갖는데도 동일한 기준을 갖고 추진하려는 점, 시범사업 당시 한의사 1만6000여 명 중 전문의는 10%도 안 되는 1000여 명에 불과했다는 점 등 때문이다.

김태호 홍보이사는 “한방전문의제도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전문의 수가 부족한 상황인데도 양방과 동일한 기준으로 전문병원 지정을 추진하는 것에 반발이 있었다”고 말했다. 척추와 중풍 2개 분야에만 전문병원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 지금은 전문병원 분야를 ‘치매’까지 확대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의계는 주장하고 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2011년 1기 한방전문병원이 지정됐고, 3년간의 지정기간이 끝나는 올해 말에는 2기 전문병원이 다시 지정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동서한방병원, 동수원한방병원, 자생한방병원이 전문병원 신청을 했다.

산소요법 치료
동서한방병원은 중풍 환자에게 산소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도록 특수제작한 치료기기 안에서 산소요법 치료를 실시한다.

◇한방전문병원이 궁금하다

현재 지정돼 있는 한방전문병원은 어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한방중풍과 한방척추 두 분야로 나눠서 알아봤다.

※한방중풍
1기 한방중풍 전문병원은 5곳이었다. 동서한방병원, 동수원한방병원, 상지대한방병원, 원광대익산한방병원, 원광대전주한방병원이다. 올해로 개원 36년을 맞은 원광대익산한방병원은 전주한방병원과 ‘통폐합설’이 나돌았지만, 지난 5월 ‘양한방통합의료병원’으로 제2의 개원을 선포했다. 양한방통합암센터, 중풍뇌신경센터, 여성소아센터, 척추관절통증센터 분야를 특화하고, 양방병원과 긴밀한 진료시스템을 갖춰 가고 있다.

한방중풍 전문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중풍환자가 전체 내원 환자수의 45% 이상이어야 한다. 올해 말 2기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려면, 연 환자수가 872명 이상이어야 한다. 한방내과, 한방재활의학과, 침구과를 필수 진료과목으로 해야 하며, 한방전문의가 4명 이상 있어야 지정할 수 있다.
2기 전문병원 인증을 신청한 동서한방병원은 병원 내 동서협진검진센터에서 한방의료진과 양방의 내과·가정의학과·재활 의학과 의료진이 함께 환자를 본다. 1984년 전국 최초로 양·한방 협진시스템을 도입해 중풍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중풍 환자의 상태를 한방의 적외선체열진단·생체기능검사·맥진검사 등과 양방의 CT·MRI·혈액검사 등으로 정확하게 검사한다. 물리치료·작업치료·언어치료 등 양방의 재활치료를 도입, 환자의 일상 복귀를 돕는 과정을 한방재활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했다. 동수원한방병원에는 중풍 종합검진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나 경동맥 초음파검사 등 양방 검사뿐아니라 사상체질검사나 경락기능검사 등 한방 검사를 함께 받을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은 추나수기치료로 환자 척추를 맞춘다.
자생한방병원은 추나수기치료로 환자 척추를 맞춘다.

※한방척추
한방척추 전문병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척추질환자가 전체 환자의 45% 이상이어야 한다. 필수 진료과목은 한방재활의학과와 침구과가 돼야 하고, 연 환자수가 8203명 이상이어야한다. 현재 지정된 한방척추 분야 전문병원은 자생한방병원 강남과 경기도 부천 2곳이다.

자생한방병원은 척추 질환을 비수술요법인 추나(推拿)로 치료한다. 추나요법은 ‘밀고 당긴다’는 의미로 엄밀하게 말하면 ‘추나수기요법’이 맞지만, 자생한방병원은 추나수기요법과 추나약물요법, 추나침치료 등 세 가지를 추나요법으로 함께 부른다. 추나수기요법은 보통 10~20회의 치료를 받으면 효과를 본다. 그러나 디스크가 너무 튀어 나와 신경 압박이 심하면 처음부터 수기요법은 쓰지 않는다. 이때는 추나약물요법부터 1~2주 적용한다. 수기요법만 하면 비뚤어진 뼈를 일시적으로 맞출 수 있지만 디스크가 다시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추나약물로 어느 정도 나아지면, 약물과 함께 수기요법을 병행한다.

양·한방 통합진료로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한다.
중풍 환자가 오면 한방 치료만 받는 것이 아니다. 양·한방 통합진료로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한다.

추나침치료는 약침·봉침·동작침법으로 나뉘는데, 약침은 뭉친 근육을 풀어 주고 인대를 강화시키며, 봉침은 디스크 등의 통증과 염증을 줄인다. 동작침법은 통증에 사용한다. 허리 통증으로 몸을 움직이기 힘든 환자에게 침을 놓아서 운신할 수 있도록 한 뒤 뭉친 근육 등을 풀어 주는 치료법이다. 침치료는 환자마다 차이 있지만, 1회에 15~30분간 이뤄진다.

자생한방병원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동작침법으로 급성통증을 치료하고 있다. 동작침법은 걷기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통증을 일으키는 부위의 경혈에 침을 놓은 상태에서 걷도록 도와주는 방법이다. 긴장된 근육이 풀리고 혈액순환이 되면서 통증을 제어하는 힘이 길러진다. 동작침법은 1회 시술로 통증 절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실험 결과 치료 시행 30분 후 동작침법 그룹에서 요통이 46% 감소했고, 진통주사제에 비해 5배 이상 효과가 빠르며, 효과가 1개월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 내용은 2013년 국제학술지 ‘통증(PAIN)’에 게재돼 주목받기도 했다.

“비방처럼 여겨지던 한방진료가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시스템을 잡아가면서 전문병원제도까지 생겨났다.  이는 근거중심 한방의료가 제 자리를 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MORE TIP>

※한방인증제도
보건복지부는 전문병원제도 외에도 의료기관평가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의료기관 인증제는 2010년 처음 시행됐으며, 요양 및 정신 병원은 2013년부터 의무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한방병원과 치과병원에 대해서도 인증제가 도입됐다. 현재 한방병원 중에서는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자생한방병원(서울·경기·대전 3개소), 동수원한방병원, 모커리한방병원이 인증을 받았다. 이 제도는 병원이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수술이나 마취 및 약물 관리 등이 잘 되고 있는지 등을 평가해 인증을 주는 제도다. 300개가 넘는 항목을 평가하며, 평균 8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모커리한방병원은 척추뼈 사이의 근육과 인대 등을 하나씩 이완시켜 디스크의 압력을 줄이고 공간을 넓혀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는 이완 추나 등 비수술적 치료를 실시한다.


양도락검사와 맥전도 검사
①양도락 검사 : 환자는 양 손에 양도락 기계를 쥐고 전기 자극으로 병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검사를 하고 있다. ②맥전도 검사 : 의사의 손으로 맥진을 하는 게 아니라 맥전도 기계로 정량회되고, 계량회된 수치를 파악할 수 있다. 환자의 맥 상태로 병을 진단한다.

<MORE TIP>

※한방에도 이런 검사가?
한방검사 하면 맥을 짚는 검사만 생각하기 쉬운데, 다양한 검사가 있다. 양도락검사, 맥전도검사, 경락기능검사, 현훈검사, 인성검사, 치매검사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검사의 특징은 검사 장비를 이용해 비방처럼 여겨지던 검사결과를 정량화·객관화한다는 데 있다. 의사의 오감에 의존했던 전통적인 방법과 함께 좀더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는 검사들을 알아봤다.

양도락검사   양도락은 피부저항을 측정하는 기기다. 양손에 있는 자율신경 통로에 극소량의 전기를 통과시켜 그 흐름의 정도로 병의 유무를 알아본다. 보통 스트레스를 진단하는 검사로 많이 알려져 있다. 1970년대 한국에 도입되면서 경혈과 경락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측정도구로 인식돼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저항이 감소된 부위를 전기침으로 자극하면 자연치유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증명돼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중풍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실시했는데, 최근에는 소화기 질환에도 양도락검사가 유효하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맥전도검사   맥의 상태를 측정하는 검사다. 맥전도 기기로 맥 위치, 박동수, 혈 흐름 상태, 혈관 굵기 등을 센서로 평가한다. 맥은 설사를 하는 환자, 머리가 아픈 환자, 위궤양에 걸린 환자 등 환자의 증상에 따라 다르게 뛴다. 맥진에 의하여 환자의 상태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 방침을 결정할 수 있다. 또, 한의사마다의 편차를 줄이고 치료 전후를 객관적으로 비교 할 수 있다.

경락기능검사   한의학에서는 경락을 ‘기가 흐르는 통로’라고 표현한다. 경락을 전기공학적으로 측정하는 경락기능검사는 맥의 빠르기가 얼마만큼 일정한지 알게 해 준다. 예를 들면 5분 동안 측정한 맥의 빠르기가 정상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일정할 경우 피로, 면역력 감퇴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현훈검사   한의학적으로 어지럼증을 현훈이라고 하는데, 현훈검사는 현훈과 평형장애를 진찰하여 귀의 전정기관의 기능을 검사하는 방법이다. 심한 경우 20~30분에서 수시간 지속되거나 반복적으로 발작해 나타난다. 눈을 뜰 때 주위 물체가 움직이고 감았을 때 자신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현훈검사는 난청, 이명, 악성종양, 약물중독 등 적응증이 다양한데,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성검사   한방신경정신과에서 장애를 가진 환자의 진단에 사용되는 검사법이다. 심리검사전문연구기관 한국가이던스에서 제작한 검사지를 활용한다. 한방 인성검사라고 해서 크게 다른 것이 아니라, 서면으로 진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정신과에서 시행되는 인성검사와도 비슷하다.

치매검사   설문검사지로 하는 검사다. 치매나 건망증을 적응증으로 하고, 치매에 대한 검사지의 내용을 환자에게 묻고, 그에 대한 답변 혹은 반응을 기록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이 질문 역시 양방에서 시행되는 치매 검사지와 비슷하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