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피부염은 잘 낫지 않는 피부 질환이다. 게다가 아토피 피부염에 주로 쓰이는 스테로이드 연고는 장기간 쓸 경우 피부가 얇아지고 혈관이 확장되는 부작용이 있다. 최근 연구에서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효과가 있고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확인된 한약재가 있다.
◇형개 달인 물, 아토피 염증 줄여
꿀풀과 식물인 형개(荊芥)나무는 예로부터 알레르기 체질 개선 효과가 있어 한약으로 많이 처방됐다. 그런데 형개를 달인 물이 아토피 피부염 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 한의대 해부학교실 정혁상 교수와 아이누리한의원 황만기 원장팀의 생쥐 실험 결과다. 연구팀은 생쥐가 아토피 피부염에 걸리게 한 뒤 형개 달인 물을 8주 동안 피부에 발랐다. 그 결과, 아토피 피부염이 있을 때 활성화되는 혈액 속 물질인 '면역글로불린E' 등이 40~70% 감소했다. 이 물질은 피부 염증을 유발해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킨다.
아토피 피부염에 형개(왼쪽 사진), 고삼(오른쪽 사진) 등의 한약재로 만든 로션 등을 바르면 아토피 개선에 효과가 있다. /아이누리한의원 제공
또 형개를 바른 생쥐의 피부 두께는 약 40% 감소했다. 아토피 피부염이 있으면 과도한 염증 반응으로 인해 피부가 두꺼워진다. 황만기 원장은 "형개를 이용한 입욕제, 비누, 보습제가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작년 8월 SCI저널인 '파이토 테라피 리서치'에 게재됐다.
◇한약재 든 로션, 보습 효과 높아
고삼, 육계, 삼백초, 지실 등 한약재를 혼합한 로션이 아토피 피부염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팀이 아토피 피부염 환자 24명에게 고삼 등 4가지 약재를 넣어 만든 로션을 매일 두 차례, 몸의 오른쪽 부분만 바르게 했다. 왼쪽 부분에는 일반 보습제만 바르게 했다. 그 결과, 일반 보습제를 바른 그룹의 표피(겉피부) 수분 손실량은 실험 전에 비해 11.9% 감소한 반면, 한약재가 든 로션을 바른 쪽은 21.5%나 줄었다. 표피 수분 손실량이 적어야 아토피 피부염이 개선된 것이다.
김범준 교수는 "4가지 한약재에 풍부한 플라보노이드, 페놀화합물 등의 항산화 성분이 아토피를 개선시키면서 피부의 수분 손실이 적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 성분을 농축한 연고나 크림 등을 사용하면 부작용 없이 아토피 치료에 보조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3월 국내 학회지인 '천식 및 알레르기'지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