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도박 환자가 암암리에 늘어나고 있다. 사행산업 통합 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박중독 유병률은 2010년 6.1%로, 연국 1.9%·캐나다 1.7%·호주 2.55% 등에 비해 훨씬 높다.
사진-조선일보DB
도박은 인간과 가장 가깝고 근원적인 유희이다. 심지어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제우스가 자신의 형제들인 포세이돈, 하데스와 지배할 영역을 나눌 때도 주사위를 이용했다는 내용이 있다. 도박중독은 마약이나 알코올과 달리 개념 자체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오래 되지 않았다. 2000년 이후 인터넷 중독, 도박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연구와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도박중독은 대부분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몇 번 소액으로 도박을 시작해서 소위 말하는 대박을 경험하면 그때부터 더 큰 돈을 베팅하고 중독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 일을 하지 않고 도박에만 집착하며, 빚이 늘어간다. 성격이 거칠어지기도 하고 도박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에 또 다시 도박에 손을 댄다.
마약중독, 알코올중독 등 물질에 의한 중독은 약물의 반복 복용으로 그 약효가 저하되는 ‘내성’이나 지속적으로 섭취하던 물질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사용 양을 줄일 경우 발생하는 생리적, 심리적, 행동적 반응인 금단증상이 나타나는데 도박중독 역시 이와 유사한 내성이나 금단증상이 동일하게 나타난다.
온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지현 과장은 “도박중독 환자가 도박을 할 때는 마약중독자들이 마약을 할 때처럼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며 “만약 도박중독 환자가 도박을 하지 않으면 호르몬 분비가 줄고 이로 인해 손 떨림이나 불안감 등 금단증상이 발생하고 이런 증상 때문에 다시 도박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도박중독의 원인을 환경, 성격, 유전 등에서 찾고 있지만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대부분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도박중독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도박중독은 엄연히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만큼이나 도박중독도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부정적 인식으로 아직도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도박중독 환자들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도박중독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강원랜드의 경우 개장 이후 도박에 중독돼 자살한 사람이 40여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강원랜드 뿐만 아니라 해마다 도박중독으로 자살한 사람이 평균 20∼30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신지현 과장은 “도박중독 환자는 먼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방법을 찾아야한다. 개인에 따라 상담치료, 약물치료, 가족치료 등이 적용된다”며 “도박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자의 의지와 가족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단기간에 치료가 되는 질병이 아닌 만큼 끈기를 가지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