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암환자 85% 스트레스로 화병까지

입력 2011.03.23 08:58

스트레스는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되지만, 거꾸로 질병 때문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도 흔하다. 스트레스는 신체의 신진대사를 방해하고 면역력을 떨어뜨려 질병을 악화시키거나 치료에 큰 걸림돌이 된다.

여성암 환자의 85%가 스트레스가 악화돼 화병을 앓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유방암 검사를 하는 장면. / 이대여성암전문병원 제공
이대목동병원 정신과 임원정 교수는 "질병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심하게 경험한다"며 "여성은 정서적으로 예민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우울증 등 2차적인 질병으로 이어질 위험도 남성보다 크다"고 말했다.

실제 여성암으로 투병 중인 환자의 85%가 극심한 스트레스가 악화된 '화병(火病)'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대여성암전문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 문병인 교수는 "유방암, 자궁암, 난소암, 갑상선암으로 투병 중이거나 투병했던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심적 스트레스 여부를 측정한 결과, 85%가 화병 진단 기준에 부합하거나 화병이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문 교수팀이 화병 체크리스트(40점 만점)를 사용해 여성암 환자를 조사한 결과 57명이 11점 이상으로 화병 진단을 받았고, 28명은 4~10점이 나와 화병 의심 대상으로 분류됐다. 화병은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으로, 중장년층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한국인의 고유한 질병이다. 일반인의 화병 유병률은 4~5% 정도로 알려져 있다.

임원정 교수는 "화병은 오랜 세월 스트레스를 억누르고 살던 여성의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신체를 통해 표출되는 증상"이라며 "여성암 환자는 암 때문에 아내와 엄마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는 죄책감과 함께 가족이 본인을 원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등 때문에 화병에 걸린다"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방을 절제한 환자의 경우 '여성성을 상실했다'는 좌절감이 스트레스와 화병에 영향을 미친다.

화병을 동반한 여성암 환자는 스트레스로 인해 치료가 난관을 겪게 되는 대표적 사례이다. 임 교수는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가 화병이 겹친 경우 항암제 부작용인 오심과 구토 증세가 다른 사람보다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항우울제를 처방해서 정서를 안정시키고 항암 치료 부작용을 줄여 준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