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만 줄여도 혈압 1주일만에 138에서 124로

입력 2009.06.16 23:54

우리나라 사람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12g(나트륨 4380㎎)으로 세계보건기구의 권장량(5g)의 2.4배다(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이처럼 소금을 많이 먹는 것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문제가 되지만, 고혈압 환자들에게는 훨씬 더 나쁘다.

소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체내 수분량이 많아져 혈압이 올라가고 혈관 기능이 떨어진다. 의사들이 고혈압 환자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짜게 먹지 말라"는 것이다.

3명의 고혈압 환자 대상으로 실험

그렇다면 짜게 먹는 것이 혈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 권민경 영양사와 함께 소금 섭취량에 따라 혈압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실험했다.

실험은 지난 9일부터 일주일 동안 고혈압으로 평소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 정기용(54), 장순분(60), 김남순(64)씨 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먼저 세 사람의 혈압, 혈관 내피세포 기능검사, 심전도 검사 등을 한 뒤 각각 다른 식단표를 나눠주고 일주일 동안 이를 지키도록 한 뒤 다시 같은 검사를 했다.

정씨는 하루 소금 섭취량을 5g으로 맞춘 저염식 식단, 장씨는 10g으로 맞춘 반저염식 식단, 김씨는 평소와 똑같은 식사를 했다. 3명이 일주일간 작성한 '식사일지'를 분석한 결과 정씨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평균 5.2g, 장씨는 9.2g, 김씨는 12.3g이었다.

저염식 일주일 만에 혈압 내려가

검사 결과 일주일간 저염식을 한 정기용씨의 혈압이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실험 전 138/89mmHg였던 혈압이 124/78mmHg로 낮아졌다. 특히 수축기 혈압은 14mmHg나 떨어진 것이 눈길을 끌었다. 혈관의 기능을 정확히 알려주는 혈관 내피세포 기능 검사 수치(FMB)가 실험 전에는 2.308%로 같은 나이 대 평균(5%)보다 낮았지만, 실험 후에는 6.061%로 2.6배나 좋아졌다.

반저염식을 한 장씨의 혈압도 조금 떨어졌다. 실험 전 149/90mmHg였던 혈압이 140/90mmHg으로 내려갔다. 이완기 혈압은 변화가 없었으나 수축기 혈압이 9mmHg 떨어진 것. 8.257%였던 혈관 기능 수치도 8.333%로 약간 좋아졌다.

하지만 실험 기간에 평소와 똑같은 식사를 한 김씨의 혈압은 실험 전후 130/90mmHg으로 변화가 없었고, 혈관 기능 수치는 5.983%에서 5.128%로 약간 나빠졌다.

연구팀이 김씨가 일주일 동안 먹은 김치를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식품안전연구실에 의뢰해 소금의 양을 분석한 결과 100g당 1.97g의 소금이 들어 있었다. 이는 저염 김치에 든 소금(0.28g)보다 무려 7배나 많은 양이다.

소금 4g만 적게 먹어도 혈압 5mmHg 떨어져

연구팀이 실험 결과를 보여주자 실험 참가자들은 깜짝 놀랐다. 정기용씨는 "이렇게 낮은 혈압은 10년 만에 처음"이라며 "외식을 하면 소금량을 조절할 수 없어 일주일간 가급적 집에서 저녁을 먹어야 하는 것이 힘들긴 했지만 저염식 식단을 실천하면 이렇게 혈압이 개선될지 몰랐다"고 말했다.

임수 교수는 "고혈압 환자들에게 아무리 저염식을 강조해도 이미 짠 음식에 길들여진 입맛 때문에 식습관을 잘 바꾸지 못한다"며 "특히 나이가 들면 미각이 둔해져 소금 섭취량을 줄이기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철호 교수는 "약 복용이 필수적인 수축기 혈압 170mmHg 이상의 심한 고혈압 환자가 아니면 저염식만 실천해도 혈압을 눈에 띄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소금섭취를 줄이면 혈관에서 나오는 염증 물질이 감소하는 반면 혈관의 탄력성은 좋아져 동맥경화증이나 심장병 등의 위험도 줄어든다.

미국 고혈압학회에 따르면 하루 소금 섭취량을 4g 줄이면 수축기 혈압이 5mmHg 떨어지며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은 14%,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9%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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