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첫째 아이를 출산하고 직장에 복귀한 김성희(가명 여 31)씨는 아기를 위해서라도 모유수유를 계속하겠다고 결심했지만 포기해야 했다. 화장실, 여직원 휴게실에서 모유를 짜낼 때마다 미혼 여성들의 시선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었다. 모유를 회사 공동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도 녹록치 않았다. 냉장고에 보관된 모유는 종종 미혼남성들의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이렇듯 직장맘에게 모유수유는 특히나 어렵다. 직장맘들이 모유수유에 성공하기 위해선 의지뿐 아니라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우선 출산 직후의 직장맘들은 먼저 직장 동료들에게 모유수유의 의지를 밝히고 근무시간 도중에 젖을 짜내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것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해 놓아야 한다.
또 직장 내 젖을 짜낼 공간이 없다면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회사 휴게실에 착유 중이라고 푯말을 붙이고서라도 임시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 정성을 들여 짜낸 모유라도 냉장보관을 하지 않으면 상하기 마련. 냉장고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소형 아이스박스를 구입해 보관하는 것도 괜찮다.
한번 짜낸 모유는 가급적 빨리 먹이는 것이 좋은데 냉장보관은 48시간, 냉동보관은 3개월까지 안전하다. 냉동할 때는 아기가 한번에 먹는 양을 생각해서 60~120cc로 나눠 얼려야 한다. 냉동한 모유는 하루 정도 냉장실로 옮겨 녹이는 데 급할 때는 따뜻한 물에 담가 부드럽게 흔들면서 녹이면 된다. 전자레인지로 녹이면 골고루 데워지지 않아 아기가 화상을 입을 수 있고, 젖의 면역성분이 파괴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또 한번 얼렸다 녹인 젖을 다시 얼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모유 내에 비타민이나 단백질 등의 영양성분이 파괴되고 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산모의 젖몸살을 줄이고 모유량을 늘이려면 모유는 3~4시간마다 한번씩은 짜내주는 것이 좋다. 그런데 업무상 규칙적으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을 이용하고, 틈틈이 화장실에서 모유를 짜 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이러한 산모들의 번거로움에도 모유수유는 아이들의 성장 발달과 산모의 건강을 위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 특히 쌍둥이 또는 미숙아를 출산한 산모들이 모유를 먹이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어느 유제품보다 영양적으로 우수하고, 신선하며 항바이러스 항체와 같은 여러 방어인자를 함유하고 있어 방어기전이 미숙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제대로 모유를 먹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9개월 전 여자 쌍둥이를 출산한 강정화(가명 여 29세)는 “처음에 젖이 많지 않고 아이들이 투정을 부려서 수유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더구나 아기들이 점점 커가면서 허리와 팔에 무리가 많이 와 요즘은 한 명씩 먹이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강씨와 같은 쌍둥이 산모에게는 젖을 완전히 비울 만큼 먹이고, 아기가 충분히 먹고 난 후에도 젖이 남았다면 유축기와 손을 이용해 끝까지 짜줄 것을 권유한다.
대한소아과학회 신손문 교수는 “모유는 아기가 젖을 빨면서 유방을 자극함에 따라 양이 늘어난다”며 “쌍둥이의 경우 두 아기가 유방을 자극하기 때문에 쌍둥이 엄마들은 다른 산모들에 비해 더 많은 양의 모유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쌍둥이의 경우 대부분 제왕절개를 통해 태어나 초유를 먹일 기회가 적은 산모라도 초유를 먹이는 것이 좋다. 초유에는 아기에게 꼭 필요한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산모들은 양질의 단백질,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매끼 식사와 간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한편 모유수유를 하기 어려운 미숙아를 둔 산모도 아이에게 모유를 먹여야 한다. 대한소아과학회 김남수 교수는 “처음부터 인공젖꼭지 대신 작은 잔이나 주사기, 숟가락 등을 이용해 핥아먹도록 하면 나중에 직접 수유로 전환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아기가 직접 수유에 어려움이 있을 때는 너무 무리하게 직접수유를 강요하지 말고 아기의 반응에 따라 인공젖꼭지와 직접 수유를 병행하면서 점점 직접 수유로 바꿔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