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아이를 빨리 나오게 하는 법

입력 2006.07.21 14:48

홀몸도 버거운 한여름, 터질 듯한 배를 안고 생활해야 하는 임산부에게 늦어지는 출산만큼 힘들고 초조한 일은 없다. 항간에는 출산을 유도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떠돌고 있는데 과연 얼마만큼 신빙성이 있을까.

쪼그려 앉아 걸레질 하기, 오리걸음 걷기 등은 임산부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분만 촉진 운동법. 이에 대해 을지병원 산부인과 홍서유 교수는 “쪼그려 앉는 스쿼팅 자세는 외골반의 크기를 벌려 주고, 자궁 쪽으로 힘이 쏠리게 하여 많은 임산부들이 따라하고 있으나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며 “오히려 오래 쪼그려 앉아 있을수록 신경을 압박해서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소에 하지 않았던 운동을 열심히 하는 임산부들도 있다. 몇 시간씩 산책을 하거나 계단오르내리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움직임 자체가 진통을 유도하는 것은 아니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종렬 교수는 “임신 중에 운동을 하게 되면 태아가 많이 커지지 않아 분만과정이 수월해질 수는 있지만 운동 자체가 출산을 촉진시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동서신의학병원 여성의학센터 김소라 교수는 “특히 계단 오르내리기는 발을 헛디딜 수 있어 위험하므로 대신 평지를 약간 땀이 날 정도로 빠른 걸음으로 15~20분 정도 걷거나 요가 등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운동보다는 오히려 유방 마사지가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권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종렬 교수는 “유두를 자극할 경우 뇌하수체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진통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슴 마사지는 수유 준비를 위해서도 필요하므로 임신 중기부터는 꾸준히 해주는 것이 좋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자궁 하부절을 성기가 자극할 경우 프로스타글란딘이 분비되어 자궁을 수축시킨다. 이 프로스타글란딘은 정액 자체에도 포함돼 있다. 미국의 ‘산부인과 저널’ 최신호에 따르면 임신 말기까지 왕성하게 섹스를 한 그룹은 절제된 성생활을 한 그룹에 비해 지연 임신이 4분의 1가까이 줄어들었다는 보고도 있다. 섹스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한쪽에서는 굳이 권장하지는 않는다. 동서신의학병원 산부인과 김소라 교수는 “말기 임산부에 있어 섹스는 금지 사항은 아니지만 굳이 권장하는 방법도 아니다”며 “무리하게 섹스를 해서 양수 파열이 생기거나 산모가 힘들어 할 경우 태아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먹거리는 어떨까?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들은 삼겹살이나 참기름 등 기름진 음식을 먹으라고 산모들에게 권한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기름진 음식을 과하게 먹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과식을 한 산모가 분만시 응급사태가 생겨 수술을 할 경우,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서 폐를 막게 되면 흡인성 폐렴에 걸려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산모들이 분만을 위해 입원할 때 금식시키는 것도 비상 사태에 대비한 안전 조치인 것이다.

한방에서는 기혈이 부족하거나 임신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때,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을 심하게 했을 때 분만이 지연된다고 본다. 이 때에는 부족한 기혈을 보충해고 태아를 밀어내는 힘을 키워주는 한약을 처방한다. 보통 마지막 달에 먹는 이 한약은 주 성분이 녹용과 당귀, 천궁 등으로 구성된다.

쉬즈 여성한의원의 이희영 원장은 “말기의 임산부에게 삼음교 혈자리(발 안쪽 복사뼈 위로 손가락 네 개를 붙여서 갖다대었을 때의 끝부분)에 침을 놓기도 하는데 이는 분만이 지연됐을 때 놓는 침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분만 시 통증을 완화하고 분만의 소요시간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 밖에 자스민 에센셜 오일도 옥시토신을 분비, 자궁수축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의 민간요법 중에서는 달맞이꽃종자유나 산딸기잎 닳인 물이 도움이 된다는 설도 있다.

/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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