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면 피로회복제? 의존하다 病 키울 수도

입력 2018.10.23 06:24 | 수정 2018.11.21 10:10

간기능 정상이면 간장약 효과 미미
드링크제, 일시적 카페인 각성 효과

자영업을 하는 정모(57·서울 동작구)씨는 올 초부터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피로는 간 때문'이라는 텔레비전 광고가 생각나서 약국에서 간장약을 사 먹었지만 피로감은 나아지지 않았고, 최근에는 오히려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겁이 나서 병원을 찾은 정씨는, 의사로부터 "간 문제가 아니라 빈혈 때문에 피로가 유발됐는데, 계속 간장약만 복용하고 적합한 치료는 못 받아서 증세가 악화됐다"는 말을 들었다. 철분제를 복용하며 빈혈을 치료했더니, 피로가 가시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도 호전됐다.

◇"UDCA로 피로 해소 효과볼 사람 많지 않아"

"피로는 간 때문이야"라는 광고 노래가 유행처럼 불린 적이 있다. 피로감이 느껴지면 UDCA(우루소데옥시콜산, 담즙 분비·배설을 원활하게 함)가 주성분인 우루사(대웅제약)를 사 먹는 사람이 많다. 우루사는 여러 제품군으로 나와 있는데, 우루사정200㎎·우루사정100㎎·복합우루사연질캡슐의 생산 실적 총액은 661억원이다(제약협회 자료). 대웅제약은 UDCA 섭취 시 피로 개선 효과를 조사한 연구 논문을 내놓았다. 이 논문에 따르면 10주간 간장약을 복용했더니 간기능 수치가 개선되고, 권태감·식욕 부진·소화불량 등이 개선됐다. 이를 근거로, 피로할 땐 자사 제품을 복용하라고 광고한다. 하지만 이 연구는 만성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우루사·박카스 등은 모든 사람에게 피로 해소 효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우루사·박카스 등은 모든 사람에게 피로 해소 효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과체중, 운동 부족 등을 개선하는 게 피로 해소에는 더 중요하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신진영 교수는 "간 기능이 안 좋을 땐 UDCA를 복용하면 당연히 그에 따른 증상이 개선된다"며 "간 기능이 정상이면서 피로를 느끼는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가 아니라서, 일반인들이 이 약을 먹고 피로 개선 효과를 얼마나 볼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피로하다고 무작정 UDCA를 먹으면 피로의 '진짜 원인'을 악화시키고 피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피로가 진짜 간 때문인 경우, 즉 UDCA로 피로 개선 효과를 느낄 사람은 얼마나 될까. 피로를 유발하는 질환은 다양하다. 지방간, 급성간염 같은 간질환을 비롯해 갑상선기능저하증, 당뇨병, 신부전, 암, 빈혈, 폐결핵, 기생충감염, 우울증, 불안장애 등이 있어도 피로를 느낀다. 신 교수는 "이런 모든 질환을 다 합해도 피로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건 30%에 불과하다"며 "피로는 대부분 수면 부족, 운동 부족 등 생활습관 문제 때문에 생긴다"고 말했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서영균 교수는 "피로의 원인이 간 문제라고 하더라도, 지방간염이나 독성간질환이 있을 때 등 특정한 경우에만 UDCA를 처방한다"며 "이때에도 UDCA를 하루에 200~300㎎ 먹는데, 약국에서 살 수 있는 간장약·영양제는 함량이 이보다 낮다"고 말했다. 신진영 교수는 "피로의 원인이 간 기능 이상이라면 UDCA 만으로 해결하려다가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다"며 "간은 자각 증상이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피곤함을 느낄 정도라면 간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고 말했다.

◇타우린 피로 해소 효과 미지수… 같이 든 카페인·당류 영향

타우린이 주성분인 박카스(동아제약)도 피로 해소를 위해 많이 마신다. 지난해 기준 박카스D액의 생산 실적은 1408억원, 박카스F는 909억원이었다(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 타우린은 혈압을 안정시키고 심장근육이 원활히 수축할 수 있도록 한다. 간 기능 장애로 인한 과산화지질(지방이 산화된 것) 형성을 막고 담즙 분비를 촉진하기도 한다.

신진영 교수는 "간질환으로 인한 피로에 타우린이 일부 효과는 있겠지만, 타우린도 UDCA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에게 피로 회복 효과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균 교수는 "타우린보다는 카페인의 각성 효과로 피로가 잠시 늦춰지거나, 당류가 체력 회복에 일시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 뿐"이라며 "과다 복용 시엔 오히려 교감신경계가 과항진돼 피로가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카스D(약국 판매용) 한 병에는 당류가 10g, 박카스F(할인점 판매용)에는 12g 정도 들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1일 평균 당류 섭취량은 25g으로, 박카스 속 당류 함량이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헬스조선 약사자문위원 김예지 약사는 "타우린, 비타민, 이노시톨 등 인체에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성분이 든 건 맞지만 이를 섭취했을 때 피로 해소에 얼마나 효과를 내는지 알 수 있는 임상 결과는 없다"고 말했다.

◇체중 조절, 숙면이 가장 중요

피로가 느껴지면 간장약이나 드링크제를 사 먹기보다는, 가장 먼저 자신의 생활습관을 확인해야 한다. ▲과체중·비만인지 ▲최근 며칠 사이 활동량이 갑자기 늘었는지 ▲밤잠이 부족해 낮에 졸린지 ▲수면 시간이 불규칙한지 ▲영양 섭취가 부실한지 확인한 뒤 해당 사항이 있다면 개선해야 한다. 바른 생활을 한 달간 유지해도 피로가 지속된다면 병원에서 혈액·소변검사, 엑스레이 등을 받아서 피로를 유발할 만한 질환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피로도 해소된다. 만약 생활습관 문제나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피로가 6개월 이상 이어지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항우울제·부신피질호르몬제 등을 처방받아 복용하거나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피로를 없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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