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요청 취재 |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탈모가 생겼다고 하면 ‘이런 음식이 좋다’, ‘이런 샴푸가 좋다’며 생활습관에 의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심우영 교수는 “생활습관만으로는 탈모를 해결할 수 없다”며 “탈모 예방은 생활습관이 중요하지만, 이미 생긴 탈모는 약물이나 수술로 치료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심우영 교수가 알려주는 탈모 관리 정도(正道)를 알아보자.

 

탈모는 무엇이고, 자신이 탈모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이 머리가 빠지기만 하면 탈모라고 생각하는데 아닙니다. 정상인 사람도 머리카락이 하루에 80~100개씩 빠지거든요. 머리카락은 성장기-퇴행기-휴지기라는 주기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빠지고 다시 자라납니다. 그러나 하루에 머리카락이 100개 이상 빠지면 탈모입니다.

그리고 육안으로 봤을 때 머리카락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죠. 머리가 얼마나 빠지는지 가늠할 수 없다고요? 그럼 이렇게 해보세요. 머리를 3~4일 감지 않은 상태에서 엄지와 집게 두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가볍게 당겼을 때, 4~5개 이상의 머리카락이 빠지면 탈모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탈모인 사람은 모근에 힘이 없어서 쉽게 스르륵하고 빠지죠.

 

탈모도 여러 종류가 있을 텐데, 어떤 게 있나요?

크게 원형 탈모와 남성형 탈모가 있습니다. 원형 탈모는 머리를 봤을 때 동전같이 작고 동그란 크기의 탈모 부위가 있는 겁니다. 심해질수록 부위가 점점 커지죠. 부위가 여러 개 되기도 합니다. 남성형 탈모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탈모입니다. 남성호르몬 문제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정수리와 앞쪽 머리숱이 점점 줄어드는 형태입니다. 남성형 탈모라고 해서 남자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이름에 남성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여성 역시 남성형 탈모가 나타납니다.

 

탈모의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원인은 유전입니다. 원형 탈모의 경우 유전이 90% 이상이고, 남성형 탈모도 유전과 관련 있지요. 유전이 되는 정확한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부모 중 한 사람에게 탈모가 있다면 자식들에게 탈모가 생길 확률이 50% 정도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체내를 돌아다니다가 필요한 곳에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란 형태로 바뀌어 쓰입니다. DHT는 모낭을 수축시키고, 머리카락의 성장을 방해합니다. 같은 양의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돼도, 유전적으로 모발이 DHT에 성장이 잘 억제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성은 심한 다이어트나 출산으로 탈모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특정 약물복용(항암제·항응고제 등), 갑상선질환이나 빈혈도 탈모를 유발합니다.

 

탈모는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병원을 무작정 찾기 어렵습니다. 병원에 가야 하는 시기는 언제인가요?

탈모는 초기에 치료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지나치게 초기부터 병원을 찾아 약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는 약물 등으로 치료해도 딱히 차도가 없을 수 있거든요. 탈모는 매우 천천히 진행되는 병입니다. 육안으로 탈모라는 확신이 들면 병원을 찾는 게 옳다고 봐요. 저를 찾는 환자의 5% 정도는 ‘아무 치료도 하지 말고 6개월 뒤에 다시 오세요’란 말을 듣습니다. 6개월 뒤에 오면 탈모 증상이 없어졌거나, 탈모가 아닌 사람도 있어요. 물론 치료를 언제 하느냐의 정확한 진단은 숙련된 전문의가 해야 합니다.

 

어떤 치료를 받는 게 좋습니까?

약물치료가 기본입니다. 약물 중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제품은 경구용 약인 프로페시아와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2~5%) 뿐입니다. 프로페시아를 2년간 먹은 남성형 탈모 환자의 경우 80%가 모발의 수가 증가하고, 탈모 부위가 좁아졌다는 연구결과도 있을 정도로 경구용 약물은 효과가 좋습니다.

그런데 약물치료를 해도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경우는 모발이식을 고려해야 합니다. 뒷머리 부분의 모발을 체취해서 탈모가 생긴 부위에 심는거죠. 보통 탈모라 해도 뒷머리 부분은 숱이 풍성한데, 이를 이용해 모발을 재배치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모발이식을 하면 탈모에서 해방되나요?

아닙니다. 많은 환자가 ‘모발이식=탈모치료 끝’이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모발이식이 끝이 아닙니다. 모발이식한 환자도 머리가 빠져요. 모발이식이 잘 안 됐기 때문이냐고요? 아니죠. 모발이식을 머리 전체에 할 순 없어요. 탈모가 이미 심한 곳에 모발이식을 했다 해도, 탈모 환자의 머리카락은 천천히 없어지는 상태입니다.

모발이식을 한 곳은 머리카락이 풍성한데, 원래 탈모 부위가 아니라 이식하지 않은 곳에 탈모가 나타나는거죠. 그래서 모발이식한 후에도, 약물치료를 권합니다.

 

약물은 평생 먹어야 하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원한다면 계속 먹을 수 있지만, 사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죠. 저는 환자들이 어느 정도 탈모를 감추고 싶은 나이대가 지나고 난 후에는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70세가 되었는데도 계속 탈모약을 먹을 필요가 있을까요? 나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줘도 멋지다고 봐요. 탈모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니까요.

 

생활 속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탈모 예방법은 없나요? 탈모샴푸나 두피마사지 등이 효과가 있는지도 알려주세요.

과거 우리나라는 남성형 탈모 환자가 적었는데, 최근에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서구화된 식습관입니다. 전통적으로 많이 먹는 음식인 콩, 콩나물, 두부, 된장, 칡 등에는 ‘이소플라보노이드’란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이소플라보노이드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남성형 탈모의
원인인 DHT를 억제합니다.

또한 머리카락은 머리를 감는 횟수나 샴푸, 염색과는 무관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탈모샴푸나 두피마사지가 탈모 예방·치료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탈모자체를 개선하진 못합니다. 두피를 청결히 하고 일시적인 혈액순환 증가 정도의 효과가 있겠죠. 염색이나 파마도 일시적인 두피 염증을 일으킬 수 있지만 탈모와는 상관없습니다. 지나치지만 않다면 괜찮아요. 탈모가 이미 생긴 후라면 생활습관에 의존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의하세요. 이미 빠진 머리를 되돌릴 순 없지만 탈모의 진행을 얼마든지 늦출 수 있습니다.

 

 

자꾸 빠지는 머리카락, 어떻게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