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유튜버처럼 먹고 아이돌처럼 마르고 싶다"는 청소년들

10대 흔드는 모순된 신체 욕망
많이 먹고도 날씬한 몸 원해
폭식 후회한 뒤 굶고 운동 '악순환'
성장기에는 '잘 자라는 몸'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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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이나 아이돌 영상을 본다고 모두 신체 이미지 왜곡이나 섭식장애를 겪는 것은 아니지만, 체중과 외모에 대한 불안이 큰 청소년은 많이 먹은 뒤 다음 끼니를 거르거나, 먹은 양을 만회하기 위해 과도하게 운동하는 등 위험한 체중조절 행동을 반복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먹방 유튜버처럼 많이 먹고도 살이 안 찌면 좋겠어요."

중학생 김모양의 유튜브 추천 화면에는 먹방과 아이돌 직캠, '뼈말라(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체형) 브이로그'가 나란히 뜬다. 먹방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지만 정작 자신의 체중이 조금만 늘어도 불안해한다. 아이돌의 식단을 검색하고 '급찐급빠(급하게 찐 살 급하게 빼기)' 루틴과 공복 운동 영상도 찾아 따라 한다.

많이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먹방과 적게 먹으며 마른 몸을 강조하는 '뼈말라' 콘텐츠는 정반대처럼 보인다. 그러나 10대들에게는 '먹는 즐거움은 누리되 몸은 날씬해야 한다'는 모순된 기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몸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아이들 "신체 기준 왜곡 위험"
최근 먹방은 출연자가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뿐 아니라, 체형과 관리 비결에도 관심이 쏠린다. 많은 양의 고열량 음식을 먹으면서도 날씬한 몸을 유지하는 모습 자체가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는 "많이 먹는 행동과 마른 몸을 만드는 것 모두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두 모습을 동시에 동경할 수 있다"며 "극소수의 예외적인 모습을 일반적인 기준처럼 받아들이면 신체 기준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SNS에는 다이어트에 성공한 결과가 주로 노출되고 실패나 체중 변화 과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임 교수는 이를 '생존자 편향'으로 설명하며 "성공한 모습만 반복해서 보면 누구나 쉽게 체중을 관리할 수 있는 것처럼 받아들이기 쉽다"고 했다.

먹방 뒤에는 아이돌 직캠과 소식좌 브이로그, 하루 한 끼 식단과 공복 운동 영상이 이어진다. 먹방은 '얼마나 많이 먹는지'를, '뼈말라' 콘텐츠는 '얼마나 적게 먹고 마른지'를 부각한다. 이 과정에서 마른 체형은 외모를 넘어 성실함과 능력, 자기 관리의 증거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임 교수는 "SNS 속 마른 체형이 유능함이나 경제적 능력까지 보여주는 것처럼 해석되기도 한다"며 "자존감과 정체성이 형성되는 청소년에게 이런 외모지상주의는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질병관리청의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비만에 해당하지 않는데 스스로 살쪘다고 여기는 여학생의 '신체이미지 왜곡 인지율'은 28.2%였다. 연령별 체질량지수 85백분위수 미만인 여학생 4명 중 1명 이상이 자신을 살찐 편이라고 인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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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과 소식좌 브이로그 등 콘텐츠/사진=유튜브 캡처
◇먹고 후회하고 다시 굶고… 흔들리는 성장기 건강
먹방이나 아이돌 영상을 본다고 모두 신체 이미지 왜곡이나 섭식장애를 겪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체중과 외모에 대한 불안이 큰 청소년은 많이 먹은 뒤 다음 끼니를 거르거나, 먹은 양을 만회하기 위해 과도하게 운동하는 등 위험한 체중조절 행동을 반복할 수 있다. 절식으로 허기가 심해지면 다시 폭식하고, 이후 죄책감 때문에 또 굶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울시 서남병원 가정의학과 문성진 과장은 "폭식과 절식을 반복하면 몸이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로 인식해 기초대사량을 낮추는 방향으로 적응할 수 있다"며 "오히려 체중 관리가 어려워지고 혈당 변동이 커져 피로감이나 집중력 저하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기는 키가 빠르게 자라고 근육과 뼈, 체지방의 비율이 계속 변하는 시기다. 성인처럼 현재 체중이나 체질량지수(BMI)만으로 건강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문 과장은 "소아·청소년은 성별과 나이, 성장 속도를 함께 고려한 성장곡선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여자 청소년의 체지방 증가와 남자 청소년의 근육량 증가는 정상적인 성장 과정인 만큼 특정 체형보다 자신의 속도에 맞게 성장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성장기에 식사량을 무리하게 줄이면 단백질과 칼슘, 철분, 비타민 등이 부족해져 성장 지연과 근육량 감소, 빈혈, 면역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여학생은 생리불순이나 무월경을 겪을 수 있고, 최대 골량을 형성해야 할 시기의 영양 부족은 장기적인 뼈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체중도 약으로 빠르게 조절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명 먹방 크리에이터를 둘러싼 식욕억제제 관련 논란 역시 먹방과 체중 관리 약물이 함께 거론되는 계기가 됐다. 문 과장은 "비만 치료제는 미용을 위한 다이어트약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 사용하는 치료제"라며 "청소년도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기 어렵고, 비만으로 건강 문제가 동반된 경우 전문의의 평가를 거쳐 제한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른 몸'에 지친 대중… 몸 평가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같은 사회 흐름 속에서 최근 오랜 다이어트를 멈추고 자연스러운 체중 변화를 공개한 연예인들의 모습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이들이 엄격한 체중 관리에서 벗어나 현재의 몸을 받아들이게 된 경험을 전하자 "건강이 우선이다", "편안해 보여 다행이다" 등의 응원이 쏟아지기도 했다. 임명호 교수는 이를 "획일화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피로감이 반영된 반응"이라고 해석했다.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 실패나 체중 변화로 고민한 경험이 있어 연예인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연민과 동일시를 느낀다는 설명이다.

다만 '말라서 예쁘다'를 '살쪄서 보기 좋다'로 바꾸는 것만으로 몸 평가 문화에서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의의 응원이라도 체형이 여전히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체중 변화보다 이들이 말한 회복과 행복, 자기 인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성진 과장은 "청소년기에는 또래나 연예인과 체중을 비교하기보다 자신의 성장곡선 안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성장기의 몸은 날씬함보다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우선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