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석 빼내려다 급성 췌장염, 결국 사망한 70대 환자… 뭐가 문제였나?

[의료분쟁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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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담석은 담즙 성분이 뭉쳐 돌처럼 굳어진 덩어리다. 담낭에 있던 담석이 담즙이 흐르는 담관으로 이동하면 통증이나 염증을 일으킬 수 있고, 총담관을 막으면 담관염이나 췌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담관결석 환자는 2014년 3만5458명에서 2023년 6만246명으로 10년 새 약 70% 증가했다. 이 중 60대 이상이 76%를 차지했다.

담관결석이 확인되면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 즉 ERCP로 담석을 제거할 수 있다. ERCP는 개복수술 없이 담관결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드물게 췌장염·출혈·천공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환자 상태와 시술 필요성을 신중히 따져야 하는 이유다.

헬스조선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사례를 바탕으로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후 급성 췌장염이 발생해 사망한 70대 환자 사례를 정리했다.

◇사건 개요
평소 고혈압과 협심증을 앓고 있던 70대 남성 A씨는 메스꺼움, 구토, 설사와 함께 복통이 나타나 B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복부 CT 검사를 받고 귀가했지만, 일주일 뒤 오른쪽 복부 통증으로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담석으로 인한 통증과 췌장염 가능성을 보고 추가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A씨는 총담관 담석과 췌장염 진단을 받았다. 이에 의료진은 ERCP를 시행했다. ERCP는 입으로 내시경을 넣어 십이지장까지 접근한 뒤, 담관과 췌관을 확인하고 담석을 제거하는 시술이다.

A씨는 시술 후 급성 췌장염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혈액검사와 복부 방사선검사 등을 시행했다. 다음 날에는 갈색 구토가 나타나 금식 조치가 이뤄졌다. 이후 의식이 혼미해지고 복부 압통이 나타나 뇌 CT·MRI, 혈액배양검사, 항생제 투여 등이 시행됐다.

그러나 상태는 악화됐다. A씨는 흉통과 복통을 호소했고, 소변량도 줄었다. 의료진은 이뇨제를 투여하고 복부에 고인 체액을 빼내기 위해 배액관을 삽입했다. 이후 A씨는 청색증과 의식 소실, 심실세동이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받았고 의식은 회복됐다. 하지만 지속적 신대체요법과 기관 내 삽관, 패혈증·신부전 치료를 받던 중 결국 사망했다.

◇유족 "경과 관찰 부적절" vs 병원 "필요한 처치 시행"
A씨 유족은 ERCP 이후 환자 상태에 대한 경과 관찰과 처치가 부적절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특히 시술 후 췌장염과 구토 증상 등이 나타났는데도 대응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봤다.

반면 B병원은 환자 상태에 맞춰 필요한 경과 관찰과 처치를 했다고 반박했다. 병원 측은 시술 이후 시행한 방사선검사에서 조영제 누출은 확인되지 않았고, 췌장염 진단 후 금식, 약물치료, 항생제 투여, 영상 검사, 배액관 삽입 등 필요한 치료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의료 중재원 "시술 자체는 적절"
의료 중재원은 먼저 ERCP 시행 자체는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총담관 담석은 담낭 안에 머무는 담석과 달리 담관염이나 담석성 췌장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발견되면 증상이 없더라도 ERCP 등으로 제거하는 것이 권고된다. 의료 중재원은 B병원이 A씨의 복통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시행했고, 투약과 경과 관찰을 거쳐 ERCP 시행을 결정한 점을 고려하면 시술 필요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시술 과정도 대체로 부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의무기록에는 내시경유두괄약근절개술 후 다량의 출혈이 있었지만 지혈됐다고 기록돼 있었다. 시술 시간은 약 50분으로 다소 길었지만, 담석은 성공적으로 제거된 것으로 봤다.

다만 의료 중재원은 ERCP가 끝나기 직전 조영제가 불규칙하게 유출된 소견이 있었다고 봤다. 이런 경우 천공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지만, 이후 시행한 복부 방사선검사와 복부 CT에서 천공을 의심할 만한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의료 중재원은 담석 제거 과정에서 조영제 일부가 췌장 쪽으로 들어갈 수 있고, 이로 인해 급성 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곧바로 부적절한 시술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시술 후 처치에도 큰 문제는 없다고 봤다. B병원은 ERCP 후 급성 췌장염을 비교적 빨리 진단했고, 금식, 단백분해효소억제제와 항생제 투여, 복부 CT 촬영, 복강 내 체액 배액을 위한 배액관 삽입, 중환자실 전실 등을 시행했다.

그러나 의료 중재원은 A씨가 고령이고 고혈압·협심증 등 기저질환이 있던 상태에서 ERCP 합병증인 급성 췌장염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전신 상태가 악화되면서 패혈증, 신부전, 폐렴 등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결국 의료 중재원은 B병원이 A씨 유족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권고했고, 양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조정이 성립됐다.

◇ERCP 전후 환자 상태 주의 깊게 살펴야
ERCP는 담관결석을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중요한 시술이다. 다만 췌장염, 감염, 출혈, 천공, 진정제 관련 호흡·심장 문제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ERCP 후 발생하는 급성 췌장염은 비교적 흔한 합병증으로 알려져 있다. ERCP 연관 급성췌장염 발생률은 2.5~9.7%이며, 사망률은 0.7%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된다.

따라서 ERCP는 치료 목적이 분명할 때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 진단 목적이라면 복부초음파, 자기공명담췌관조영술, 초음파내시경 등 상대적으로 덜 침습적인 검사를 먼저 고려할 수 있다. 치료가 필요한 담관결석이라도 환자의 나이, 기저질환, 전신 상태, 합병증 위험을 함께 따져야 한다.

환자와 보호자도 시술 전 병력과 복용약을 의료진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병, 신장질환 같은 기저질환이 있거나 항응고제·항혈소판제·진통소염제 등을 복용 중이라면 반드시 말해야 한다. 조영제, 요오드, 마취제, 진정제 등에 알레르기가 있었던 경우도 알려야 한다.

시술 후에는 가벼운 복통이나 메스꺼움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거나 점점 악화되면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발열, 심한 복통이나 흉통, 호흡곤란, 피가 섞인 구토 또는 커피 찌꺼기 같은 구토, 검은색 변, 삼키기 어려움, 심해지는 목 통증 등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상태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어 보호자도 시술 후 경과를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