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미 소프틀리’ 88세 美 팝가수 로버타 플랙 별세… 과거 ‘이 병’으로 은퇴 선언도

입력 2025.02.25 14:59

[해외토픽]

로버타 플랙
1970년대 미국 유명 팝가수 로버타 플랙이 사망했다./사진=AP통신
1970년대 미국 유명 팝가수 로버타 플랙이 사망했다. 향년 88세.

지난 24일(현지시각) 플랙의 홍보 담당자인 일레인 쇼크는 성명을 통해 그가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었다고 발표했다. 직접적 사인은 심장마비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플랙은 영화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1971)’의 주제곡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를 부르면서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후 이 노래와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으로 그래미에서 '올해의 레코드' 상을 2년 연속 거머쥔 최초의 가수라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편, 플랙은 2022년 루게릭병을 진단받아 더 이상 노래를 할 수 없다고 전하며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생전 그가 앓았던 루게릭병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이 선택적으로 파괴되면서 근력이 약해지는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정식 명칭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이다. ‘루게릭병’이란 이름은 이 질환을 앓았던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 루 게릭(Lou Gehrig, 1903~1941)의 이름을 따 지어졌다. 루게릭병은 대뇌와 뇌간, 척수까지 이어져 있는 운동신경세포 모두를 파괴하는 질환으로, 발병 2~5년째에 호흡근 마비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예외적으로 환자 중 10~20%가 10년 이상 생존하기도 한다.

루게릭병 초기에는 증상이 매우 미미하다. 하지만 점차 근육을 쓰지 못하게 되면서 구강, 팔·다리, 호흡근 등의 운동 장애가 나타난다. 이때 어느 부위의 운동신경세포가 파괴됐는지에 따라 환자의 증상이 달라진다. 구강 근육을 조절하는 세포가 파괴되면 발음장애, 삼킴장애 등을 겪는다. 팔·다리 근육에 이상이 나타나면 경련, 근 위축, 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말기에는 주로 삼킴 기능 장애로 인해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자주 사레가 들거나 호흡곤란을 겪는다. 감각 이상이나 통증, 지적 기능 장애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루게릭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루게릭병 환자의 약 10%는 가족력으로 발병된다는 점에서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라 추정하고 있다. 흡연이 루게릭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입장도 있다. 이외에도 활성산소, 단백질 항상성 장애(단백질이 새로 합성되고 활동하고 분해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생기는 장애) 등 여러 원인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

루게릭병은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직 없다. 환자들은 약물 치료를 통해 루게릭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시도한다. 국내 대표 루게릭병 치료제로는 릴루졸과 에다라본이 있다. 경구로 복용하는 릴루졸은 신경세포의 손상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운동 장애 완화 외에도 기대수명을 10~25% 정도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다라본은 정맥주사로 투여해서 운동신경세포를 파괴하는 산화스트레스를 줄여 루게릭병의 진행을 더디게 한다. 다만, 릴루졸은 ▲오심 ▲어지러움 ▲체중 감소 ▲간수치 상승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으며, 에다리본은 급성 신부전과 간 장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의사와의 충분한 상담 후 처방받는 것을 권한다. 이외에도 재활과 물리치료를 병행해 근육 약화, 호흡곤란, 언어 장애 등을 치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