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유전자의 작용 원리를 세계 최초로 밝혔다. 루게릭병(운동신경세포가 소실되는 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발병 원인과 치료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생명과학부 임정훈 교수팀이 생체시계 유전자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분자생물학적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오늘(7일) 밝혔다.
퇴행성 뇌질환 유전자인 '어택신-투(Ataxin-2)'는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생체시계 유전자'로도 작용한다. 어택신-투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루게릭병·척추소뇌실조증(소뇌에 문제가 생겨 운동 기능 장애가 나타나는 병)·파킨슨병(뇌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병) 등 퇴행성 뇌질환의 중요한 유전적 요인이지만, 어택신-투 단백질 복합체의 분자생물학적 작용 원리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임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어택신-투 단백질과 결합하는 새로운 단백질 유전자 'Lsm12', 'me31B'를 발견하고, 각 단백질 결합에 따라 달라지는 어택신-투의 분자생물학적 생체리듬 조절 원리를 밝혔다.
Lsm12 단백질은 어택신-투와 '트웬티-포(Twenty-Four)' 단백질을 연결한다. 이 두 단백질은 결합하면 수면 등의 생체리듬이 24시간의 주기성을 갖게 하는 '피어리어드(Period)' 단백질을 활성화한다.
me31B 단백질은 어택신-투와 직접 결합해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물질인 신경 펩타이드의 분비 시기를 조절한다. 이에 따라 수면 등 생체리듬의 주기가 지속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어택신-투 단백질 복합체가 어떤 구성이냐에 따라 생체시계 유전자의 발현과 수면 주기가 전혀 다르게 이뤄진다.
임정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루게릭병 등의 퇴행성 뇌질환이 발병하는 원인을 이해하는 근본적인 분자생물학적 모델을 확립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어택신-투 단백질 복합체가 어떻게 루게릭병의 발생에 기여하는지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6일 생화학·분자생물학 분야 학술지 '몰레큘러 셀(Molecular Cell)'에 발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