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처럼… 은둔형 외톨이, 잠재적 범죄자일까?

입력 2023.06.09 09:49
은둔형 외톨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또래 여성을 살인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정유정(23)의 범행 전 행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은둔이다. 정유정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5년 간 별다른 직업 없이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았다고 한다. 또 경찰 조사에 따르면 그의 휴대전화엔 다른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은 내역도, 친구 이름도 존재하지 않았다. 정유정이 학창시절 사회성이 결여된 모습이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증언까지 퍼지면서 오랜 은둔이 범죄의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런데 은둔은 범죄와 별 상관이 없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이미지, 대부분 편견
은둔형 외톨이와 관련된 오해가 많다. 그들이 사람을 싫어할 것이라는 게 대표적이다. 사실이 아니다.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욕구는 있지만 어떻게 관계를 해야 할지 미숙해서 회피할 뿐이다. 실제 파이교육그룹의 ‘은둔형 외톨이 심층면담 결과’에 따르면 그들은 ‘대화를 나눌 친구나 사람’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듣고 싶은 말은 ‘뭐하냐’는 물음이었고 듣고 싶지 않은 말은 ‘앞으로 어떻게 살래’였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기 쉬운 성격 유형이 있다는 것도 편견이다. 예민하고 내향적일 가능성이 높지만 외향적인 사람도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 있다. 또 타인과 교류하지 않을 뿐 간간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은둔형 외톨이들도 많다. 성격은 물론 은둔을 선택한 원인도 제각각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나미 교수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원인은 길에서 만나는 사람만큼 다양하며 설사 정신질환이 원인이라 할지라도 조현병, 망상증, 우울증, 범불안장애, 사회공포증, 아스퍼거증후군 등 후보군이 많다”며 “은둔형 외톨이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으려는 건 굉장히 위험하고 비효율적인 접근 방법”이라고 말했다.

◇은둔이 범죄로 이어졌다?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은둔은 범죄의 원인이 되긴 어렵다. 타인과의 교류를 차단했기 때문에 범행동기를 가질 확률이 낮다. 살인, 폭력 등 강력범죄의 대부분은 타인과의 시비로 인해 우발적으로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굳이 따지자면 은둔형 외톨이들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낮을 것이라고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립 인구에 속하며 강력범죄를 저지른 ‘무직 범죄자’도 2012년 6569명에서 2021년 5312명으로 19.1% 감소했다.

이나미 교수는 “오랜 은둔이 범죄로 이어진 게 아니라 어렸을 때 애착문제를 겪던 개인이 여러 요인으로 은둔을 선택한 뒤 부정적인 생각에 몰두하거나 정신질환을 겪다가 갑작스런 심경의 변화로 범행을 저지르는 등 굉장히 많은 가능성이 겹쳐져야 발생하는 일”이라며 “한 개인을 악마화하거나 사이코패스 지수를 알리면서 은둔형 외톨이와 엮는 건 백해무익하다”고 말했다.

◇공동체 무너지고 코로나19까지, 은둔형 외톨이 급증세
전문가들은 범죄보다는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난다는 시실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개인이 은둔하기에 매우 어려운 환경이었다. 대가족, 이웃 등 촘촘한 공동체가 고립감을 느끼는 것부터 차단하고 나섰다. 그러나 공동체가 깨지고 핵가족, 1인 가구가 늘어난 상태에서 특히 기댈 곳 없던 일부는 실패 경험 후 고립과 은둔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은둔을 오랫동안 지속하기 좋은 환경까지 조성됐다. 인간은 누구나 타인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인터넷 방송이나 커뮤니티 등이 타인과 소통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해 은둔형 외톨이들의 탈출 의지를 앗아갔다.

실제 은둔형 외톨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19~34세 청년 중 고립·은둔청년은 약 53만8000명으로 추정된다. 2019년만 해도 33만4000명 규모였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폭증한 것이다. 은둔형 외톨이가 146만으로 추정되는 일본보다는 인구 대비 적지만 증가 속도로 봤을 때 일본을 뛰어넘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원책 없는 수준 “공론화 시작해야…”
우리나라 법은 은둔형 외톨이를 사회적 약자로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 2022년 10월, 은둔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이 은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해결이 어렵다면 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책무성을 명시한 ‘은둔형 외톨이 지원법안’이 발의됐지만 거기까지였다. 현재 중앙정부 대책으로는 여성가족부의 ‘고위기 청소년 지원 강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은둔 청소년이 생활비와 치료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게 사실상 전부다. 지자체별로 센터를 설립하는 등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서울, 인천, 광주 등 손에 꼽아 공백이 큰 실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성아 연구위원은 “지역에 따른 지원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중앙정부 차원의 표준화된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며 “심리 상담이나 치료가 도움 될 수 있겠지만 고립의 근본적 원인이 사회적 관계의 결핍이라는 점에서 지역 주민들과 어울려 살 수 있는 기회와 장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는 건 전세계적인 추세인데 이대로 방치하면 그 가족은 물론 사회까지 병들어 갈 수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어떻게 해야 은둔형 외톨이들을 사회로 복귀시키고 다시 기능하게 만들 수 있는지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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