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뇌 ②] 건강한 수면으로 통증을 치료하라

입력 2022.03.30 09:30

대한수면연구학회 칼럼

의사 프로필 사진
전남대학교병원 강경욱 교수​

통증이 있을 때 우리는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 경험을 하거나, 반대로 전날 저녁 잠을 잘 자지 못 했을 때, 다음 날 두통이나 신체 각 부위의 통증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수면과 통증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관계로 알려져 있다.

우리 몸에서 느끼는 여러가지 자극은 감각회로를 통해 뇌의 감각중추로 전달되어 감각을 느끼게 되는데, 통증자극이 지속적으로 뇌로 전달되면, 특정 신경구조물들은 통증이 뇌로 전달되는 것을 억제하게 된다. 이 때문에 계속 매를 맞으면, 통증을 덜 느끼는 맷집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통증이 만성이 되면, 통증을 억제하는 정상적인 신경 메커니즘의 과부하와 이상을 초래하여, 우리 몸이 스스로 통증을 억제하지 못하게 된다. 즉, 정상적일 때는 통증으로 인식되지 않던 작은 자극도 뇌로 너무 쉽게 전달되어, 심한 통증으로 느끼게 된다. 억제되지 않은 통증은 계속 뇌를 자극하여, 밤이 되도 잠을 이룰 수 없게 만들고, 교감신경계를 흥분시켜 환자가 겨우 잠에 들더라도 수시로 뇌를 깨우게 된다. 이런 불충분한 수면으로 인해 몸에 쌓인 피로는 다음 날 통증을 더욱 악화시키고, 심지어 진통제의 단기 효과까지 떨어트려 다시 밤 수면을 방해하는 악 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우리나라 성인 5명 중 1명은 다양한 만성통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조절되지 않는 통증은 수면장애, 집중력과 판단력 저하, 그리고 우울, 불안, 식욕부진, 기력저하 등의 증상을 일으켜, 만성통증환자의 절반 정도는 일상생활에 장애를 받는다. 특히, 만성통증환자의 약 70%는 밤에 잠들기 어렵고, 자주 깨는 수면장애가 동반되는데, 만성통증은 불면증 발생 위험을 18배 더 올린다. 또한, 통증의 정도와 수면장애의 정도는 서로 비례한다고 알려져 있다.

반대로 불면증을 포함한 여러 수면장애가 오래되면 만성통증과 두통이 발생한다. 여러 연구에서 처음에는 불면증만 호소하였던 사람들이 5-10년 후에 편두통과 긴장형두통과 같은 만성두통 및 섬유근육통, 근골격통증으로 진단될 확률이 정상인에 비해 약 1.5-3배 정도 높아졌다. 또한, 수면무호흡 환자들 중 29%에서는 아침 기상시 두통을 호소하고, 23%에서는 편두통 및 긴장형두통을 호소한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이 동반된 편두통환자에서 수면무호흡증의 치료인 지속양압기를 사용할 경우 수면의 질 호전과 더불어 편두통의 빈도 및 통증 강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

낮의 왕성한 활동을 통해 지치고, 손상된 뇌와 우리 몸은, 잠을 자는 동안 스스로 재생되고 회복되는 과정을 거치므로, 건강하고, 충분한 수면은 신체를 정상화시키는 리셋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통증을 억제하는 뇌 신경들도 충분한 수면을 통해 그 기능이 회복되어야 하는데, 수면장애나 수면부족이 지속되면, 통증을 억제하는 기능도 점차 그 기능을 잃게 되게 됨으로써,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 결국 점차 만성통증으로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만성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건강한 수면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이미 진단된 두통을 포함한 만성통증에 대해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조절되지 않는 경우 수면무호흡증, 불면증, 하지불안증후군과 같은 다양한 수면질환이 동반되었을 가능성에 대한 평가와 치료가 더불어 필요하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가 육체적 건강을 유지시킬 수 있듯이, 건강한 수면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은 뇌와 신체의 건강을 회복시키고, 지키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