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맞춤 처방까지 간다... 비만약 혁신 어디까지?

입력 2022.02.21 07:4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비만 명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권혁태 교수

새해 시작 후 두 달. 연례행사처럼 많은 이들이 다이어트를 선언했고, 많은 이들이 올해도 다이어트를 포기했다. 해마다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운동법과 식품·약들이 쏟아지고 체중 관리에 대한 경각심도 전보다 높아졌지만 국내 비만 인구는 여전히 무섭게 늘고 있다. 이유는 모두 알고 있다. 여러 다이어트 수단이 늘어나는 것만큼, 인간을 살찌우는 음식도 늘었기 때문이다. 기술 역시 인간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수 있도록 점차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잊어선 안 된다. 비만은 목숨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병이다. 비만한 사람이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과 암, 정신건강 문제 등의 발생 위험이 높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만병의 근원 비만, 올해는 탈출할 수 있을까. 다양한 비만 치료법을 연구 중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권혁태 교수를 만나 비만의 위험성과 치료 방법에 대해 들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권혁태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비만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분류 기준이 무엇인가?
비만의 사전적 정의는 ‘체지방 과다’, 즉 지방이 많다는 것이다. 비만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지방을 측정해야 하지만, 직접 지방을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체질량 지수(BMI), 허리둘레와 같이 지방을 잘 반영하는 지표들을 활용한다. 우리나라는 BMI 기준 25 이상이면 비만, 25~30은 1단계, 30~35는 2단계, 35 이상은 3단계로 구분된다. 흔히 비만의 종류나 유형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만, 학계에서 정의하는 비만의 유형은 없다.

-BMI 만으로 비만을 진단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지방량을 측정해야 한다. 실제 헬스 트레이너와 같이 근육량이 많은 사람의 경우 키와 몸무게를 토대로 계산한 BMI상으로는 비만에 해당되지만, 의학적 기준에 부합하는 체지방 과다 상태라고는 볼 수 없다. 다만 BMI는 키와 몸무게만 안다면 누구든 쉽게 계산·측정할 수 있다 보니,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BMI나 허리둘레 측정 외에 비만을 진단하는 방법이 있다면?
체지방 측정이다. 체지방률 기준으로 남성 25%, 여성 32% 이상이면 체지방 과다상태로 볼 수 있다. 건강에 영향을 주는 내장지방의 경우,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CT, MRI 검사를 진행한다. 이밖에 삼두박근 피부 두께로 피하지방량을 확인하는 등 간접적으로 비만 여부를 추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BMI, 허리둘레와 인바디 등으로 측정한 체지방률, 내장지방 면적이 일반적으로 비만을 평가하는 기준이라고 보면 된다.

-성별·연령 등에 따라 비만 유형이 다를 수 있는가?
폐경 이전 여성이 비만할 경우 주로 피하지방이 많이 쌓이며, 피하지방이 많은 엉덩이, 허벅지에 살이 많은 특징을 보인다. 반면 남성이나 폐경 이후 여성은 내장지방이 많이 쌓이다보니 배 위주로 지방이 축적된다. 남성·여성 호르몬 모두 근육을 유지시켜주고 내장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주는데, 이 같은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 줄면서 내장지방이 축적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내장비만이 더 위험한 이유는?
사용하는 에너지보다 섭취하는 에너지가 많으면 피하지방이 쌓이게 된다. 피하지방이 한계에 이를 경우 내장지방으로 저장되기 시작하고, 원래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간, 심장, 췌장 등에 지방이 쌓이면서 지방간, 심장병, 당뇨병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사람마다 피하지방으로 저장되는 한계는 다르며, 후천적으로 한계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내장비만은 어떻게 의심할 수 있나?
배 안에 내장지방이 쌓이면 몸무게에 비해 배가 많이 나온다. 똑같이 배가 나왔어도 피하에 지방이 많으면 두툼하게 잘 잡히지만, 배가 많이 나오고 잘 잡히지 않는다면 배 안에 내장지방이 많이 들어있는 상태라고 간접적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권혁태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국내 비만 유병률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이유는?
비만의 주요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뉜다. 타고난 체질과 장내 미생물이 유전적 요인이라면, 식습관, 신체활동은 환경적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비만이 늘어나는 이유는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만들어지며 신체활동이 줄고, 전보다 쉽게 음식을 구하고 먹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유전적 측면에서 본다면 타고난 유전자 자체는 쉽게 바뀌지 않지만 장내 미생물은 쉽게 바뀔 수 있다. 과거보다 비만을 유발하는 장내 미생물이 많아지면서 비만에 미치는 영향 또한 커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는 비만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코로나19 이후 비만 유병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이미 여러 조사나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활동량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코로나19 발생 초기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들 중 체중이나 혈압, 당 수치 관리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반대로 비만한 사람이 코로나19 발생 위험이 높다거나 코로나19 확진 시 합병증, 사망률이 높다는 등 비만이 코로나19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들도 있다.

-비만으로 인해 병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비만은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것이 혼자 살을 빼는 것보다 분명한 효과가 있다. 비만으로 인해 고혈압, 고지혈증 등과 같은 합병증이 생겼거나, 체중에 의해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등 직접적 고통을 받는다면 병원을 방문해 체계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의 경우 BMI 30 이상(2단계)에 해당되는 경우, BMI 27 이상인 동시에 앞서 언급한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약물 치료 등을 받는 것을 권한다.

-큰 문제가 없음에도 단순 체중 감량을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있나?
젊은 여성들의 경우 BMI가 정상임에도 병원을 방문하곤 한다. 우리나라 특유의 날씬함에 대한 사회적 강박이 크기 때문이다. 심지어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약 처방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경우 약을 처방받으면 약 복용 기간 동안에는 입맛이 없어지고 먹는 양이 적어져 살이 빠지지만, 약을 끊은 뒤에는 대부분 다시 살이 찐다. 이는 연구를 통해서도 밝혀진 사실이다.

-병원에서 시행되는 검사 종류는?
기본적으로 키, 몸무게, 허리둘레 측정 등 비만 자체를 평가하는 검사를 진행한다. 동시에 ‘비만을 유발하는 질환’에 대한 검사, ‘비만으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질환’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같은 다른 질환에 의한 이차적 비만 발생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가 전자에 속하며, 후자는 비만 합병증을 알아보는 혈당, 간 기능 검사 등이 해당된다.

-비만 치료에는 어떤 약물들이 사용되나?
1~3개월 정도 단기간 사용하는 식욕억제제의 경우 효과가 일시적이고 약을 끊으면 다시 살이 찌다보니 학계에서는 해당 약들을 취급하지 않는 분위기다. 주목받는 약물은 오랫동안, 최소 1년 이상 복용할 수 있도록 안전성이 확보된 약들로,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제니칼’, ‘콘트라브’, ‘큐시미아’, ‘삭센다’ 등이 해당된다. 각 약품 별로 지방 흡수량을 줄여준다거나 식욕을 억제하고 위장관 운동을 느리게 하는 등의 기능을 한다. 이밖에 현재 국내에 들어오진 않았으나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위고비’와 여러 개발 중인 약제들이 있다.

-비만 약은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가?
비만 약에 우호적인 전문가들은 살이 빠졌다고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아닌, 만성질환을 관리하듯 계속 복용하면서 체중 관리를 위한 노력을 동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실제 약을 복용한 환자들을 보면 2~3년 정도면 다시 살이 찌며, 유지되는 환자는 10% 정도다. 다만 비만 약을 고혈압 약처럼 장기간 복용하기 위해서는 30~40년 이상 축적된 오랜 안전성 관련 데이터가 확보돼야 한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비만 약에 대한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장기간 처방·복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부담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재정 부담이 클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우리나라 역시 비만에 대한 보험 적용이 필요하다.

-약물 치료가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임신 중일 경우 대부분 비만 약 복용이 금기되며, 약에 따라서도 금기되는 환자군이 있다. 예를 들어 큐시미아의 경우 녹내장 환자는 복용할 수 없다. 이밖에 심한 조현병, 우울증 등으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여러 약물을 복용 중인 경우에도 비만 약 복용이 어려울 수 있다. 식욕억제제 역시 대부분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두 약물을 함께 먹으면 약물 상호작용에 의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물 치료와 운동·식단 관리를 병행해야 하는 이유는?
약 복용으로 식욕이 억제돼 먹는 양이 줄어도, 운동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근육이 손실된다. 근육이 많이 빠질 경우 기초대사량이 크게 줄어들며, 이는 향후 요요 현상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 상태에서 약을 끊고 예전처럼 많이 먹을 경우, 근육이 아닌 지방 위주로 급격히 살이 찌고, 전보다 더욱 살을 빼기 어려워진다. 결론적으로 운동과 식단관리를 하지 않으면, 약물 복용을 중단한 후 복용 전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비만 치료지침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환자가 최소 3개월 정도 운동, 식단조절을 시도한 뒤 실패하면 약을 쓰도록 정하고 있다.

비만을 측정하는 그림을 가리키는 모습
비만 진단 시에는 키, 몸무게, 허리둘레 측정 등 기본적인 검사들과 함께 다른 질환에 의한 이차적 비만 발생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 비만 합병증 검사 등을 실시한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수술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보험 기준으로 보면 BMI 35 이상, 3단계 이상 비만에 해당되거나, BMI 30 이상인 동시에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수술 대상이 된다. 수술 역시 식단조절, 운동을 충분히 시도했음에도 체중이 빠지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수술은 요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BMI가 심각하게 높은 고도비만 환자에게는 개인적으로는 약물치료보다 수술 치료를 권하고 있다. 수술의 경우 생활습관 개선이나 약물 치료 대비 체중 감소 폭이 크고, 비만 환자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음을 연구를 통해 입증하기도 했다. 또한 동반된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지방흡입수술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지방흡입수술은 피하지방만 뺄 수 있으므로, 오로지 미용을 목적으로 한 체형 관리 측면에서만 권장된다. 내장지방은 기구를 통해 뺄 수 없으며, 피하지방만 빠질 경우 내장지방이 쌓일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여러 연구를 살펴봐도 지방흡입수술로 체중이 줄어든 후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은 떨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만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나 대사질환 개선 측면에서 지방흡입수술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이어트를 위해 다양한 전자기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까?
보조적 수단으로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기존 비만 치료법보다 월등하게 좋은 치료법이라고 주장할 만한 근거는 없다. 효과를 입증한 논문들을 보면 일반적인 방법과 기기를 사용한 방법의 차이가 2~3% 정도다. 비만을 치료하는 입장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향후 비만 치료에 어떤 변화들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나?
약물 사용 효과가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기존 비만 약의 위약 대비 효과가 7~9% 정도였다면, 최근 개발된 ‘위고비’의 경우 효과가 12~13%까지 나타났다. 처음으로 두 자릿수 효과가 확인된 셈이다. 20% 이상 효과가 있는 환자도 3분의 1에 달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약물 치료로 수술에 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암에 집중된 정밀의료가 비만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전적 연구를 통해 특정 유전자에 적합한 식단과 운동을 추천하거나 약물을 처방하는 식이다.

-비만을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비만은 수명을 단축시킨다. 고혈압, 당뇨병, 근골격계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유방암, 전립선암, 간암, 대장암 등과 같이 비만으로 인해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암들도 있다. 비만 환자는 암 재발 위험도 높다. 또한 비만할 경우 생식 기능이 떨어져 불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목표를 세워야 할까?
살을 빼기 힘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는 동물이며, 타고난 체질이 있기 때문이다. 타고난 체질을 이겨내려면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노력은 쉽지 않고 환경은 계속해서 살이 찌기 쉽도록 바뀌고 있다. 살을 빼고 싶다면 우선 현실적인 목표를 세운 뒤,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지켜가도록 한다. 예를 들어 극단적으로 여러 음식을 끊기보다, 음료수, 야식 등 한 가지만을 정해놓고 확실하게 끊는 것이다. 한 가지를 확실하게 끊고 습관으로 굳어지면 새로운 목표를 추가한다. 운동의 경우 반드시 특정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최대한 많이 움직이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버스 한 정류장 먼저 내리기, 직접 마트에 가서 장보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다이어트는 개별화돼야 하는 만큼 병원을 방문해 의사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권혁태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권혁태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에서 비만과 함께 건강노화, 암경험자 건강관리 등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체중 감량·유지가 필요한 비만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소개하고 있으며, 특히 체계적 영양·체력평가를 통한 맞춤 진료를 제공함으로써 다이어트 후 요요현상 발생을 최소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비만, 건강검진 등에 대한 여러 논문과 책을 저술한 권 교수는 현재 대사증후군, 지방간 등에 대한 역학적 연구와 유전자 연구를 진행 중이다. 동시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생활 습관 교정 등 최신 인공지능, ICT를 활용한 연구 또한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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