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잇단 확진… ‘방송가 방역’ 문제없나

입력 2021.04.27 11:30

자체 방역 강화 노력 필요

여성이 카메라 앞에 서있는 모습​
연예인들이 잇달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촬영장 방역 상태를 지적하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방송 녹화에 참여한 연예인들이 잇달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촬영 현장 방역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장 스텝 포함 수십 명이 모인 촬영장에서 많은 접촉이 발생하는 등 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임에도, 출연자들은 예외조항에 속한다는 이유로 기본 방역 수칙인 마스크 착용조차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방송 촬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기본적인 방역 활동을 강화·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예인 잇단 확진에… “촬영장 방역 강화해야” 한 목소리

지난 24일 전 프로골퍼 박세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박세리는 21일 뮤지컬 배우 손준호와 함께 방송 촬영에 임했으며, 23일 손준호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뒤 즉시 자발적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일주일 간 방송가에서는 박세리, 손준호 외에도 방송인 권혁수, 아이돌그룹 디크런치 멤버 2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연예인들의 확진 사례가 속출했다. 이로 인해 대중들 사이에서는 촬영장의 느슨한 방역 상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연예인들은 감염병예방법 예외조항에 따라 방송 촬영 중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데, 이 같은 조항이 연예인에게만 적용되는 ‘방역 특혜’라는 설명이다. 출연자들도 촬영 중 예외 없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일부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노 마스크’가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대중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반응도 보인다. 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경우, 아이들이 TV나 인터넷을 통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연예인들을 본 후 방역 수칙을 잘못 받아들이진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특수성 이해하지만… 자체 방역 강화 노력 필요”

방송국과 촬영 현장 방역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다. 촬영 현장에 수십 명, 많게는 100명 이상의 스텝이 운집한 데다, 방송국 건물에도 매일 수많은 사람이 거쳐 간다는 점에서 방역 안전지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는 장소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방송국과 촬영 현장은 ​지역사회 감염 확산 시 ​매우 위험한 곳 중 하나”라며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이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방역 상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촬영 현장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시청각물 촬영 대상인 연예인들의 경우 본업과 생계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고, 촬영장에서도 출연 전·후 마스크 착용을 준수하며 스텝들은 상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 또한 촬영현장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더 많은 대중들의 지지와 공감을 받기 위해서는 방송가 자체적인 방역강화 움직임이 요구된다고 조언한다. 정재훈 교수는 “방송국 측의 입장을 더 많은 대중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발열체크, 손 씻기, 출연자 제외 마스크 착용, 촬영 대기 중 방역수칙 준수 등 기본적인 수칙을 잘 지키고 현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에서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더라도, 또 다시 감염 사례가 나온다면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자가 검사키트를 촬영장에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검사 정확도·민감도가 낮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자체적으로 발열체크를 비롯해 증상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확진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