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는 시한폭탄 아냐… 터졌어도 회복 가능"

입력 2021.04.19 06:00 | 수정 2021.04.23 09:26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뇌동맥류 명의’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최석근 교수


최석근 교수

뇌동맥류는 흔히 ‘시한폭탄’에 비유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두려움이 있어서다. 그런데 “뇌동맥류는 시한폭탄이 아니다. 충분히 미리 발견할 수 있고, 이미 터졌다 하더라도 치료만 적기에 잘 받으면 되돌릴 수 있는 질환”이라고 말하는 의사가 있다.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최석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뇌동맥류 명의다. 시술과 수술 모두 섭렵하고 있어서 환자에게 딱 맞는 치료법을 제시해준다. 최석근 교수와 뇌동맥류에 대해 얘기 나눠봤다.

-뇌동맥류의 원인을 ‘직립보행’이라고 꼽았다. 이유는?
사람은 직립보행하기 때문에 뇌가 심장보다 훨씬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팔에 있는 혈관처럼 Y자 형태가 아니라, 뇌혈관은 아주 구부구불하다. 심장이 이완할 때 혈액이 역류해 실신하는 것 등을 막기 위해서다. 혈관이 두 갈래로 많이 벌어져 있어서, 그 중 약한 부분에 계속 혈압이 가해지면 동맥류가 잘 생기는 것이다.

팔의 혈관과 뇌의 혈관은 모양이 다르다

-누구나 뇌동맥류가 생기는가?
특별히 잘 생기는 사람이 있다. 혈관이나 연부 조직에 난포가 생기는 유전질환을 갖고 있으면 위험하다. 뇌동맥류 가족력이 있어도 조심해야 한다. 이 외에는 혈관 탄력성이 안 좋은 사람에게 뇌동맥류가 잘 생긴다. 대표적으로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좋아하거나 고지방식사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담배는 혈관에 흠을 내 동맥류가 커지기 좋은 상태를 만든다. 술을 마시면 지방 대사가 저하돼 혈관에 지방 축적된다. 고지방식을 해도 LDL이 혈관에 침착해 탄력성을 잃는다. 운동하지 않는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사람은 검사를 한 번쯤 받아보면 좋다.

-건강검진 중 주로 발견된다던데?
국가 검진은 아니고, 프리미엄 건강 검진으로 MRI나 MRA 받다가 발견하는 경우 많다.

-그런 검진을 안 받아서, 뇌동맥류를 발견 못 하면 어떻게 되나?
건강한 사람이 뇌동맥류를 발견하자고 고가의 MRI나 MRA를 받을 필요는 전혀 없다. 전체 동맥류는 발견되더라도 1년 안에 파열될 확률이 1%에 불과하다. 터질지도 모른다는 스트레스가 오히려 더 안 좋을 수 있다.

뇌동맥류가 일단 발견되더라도 상황에 따라 추적검사를 실시한다. 치료하기 편한 위치에 동맥류가 있으면 바로 시술이나 수술한다. 그게 아니고, 터질 위험이 낮아 보이면 추적 검사를 하면 된다. 동맥류 크기가 일정한지 확인하면서, 모양이나 크기가 달라지면 그때 치료하는 것이다.

최석근 교수

-의사마다 권고 사항이 다를 수도 있겠는데?
뇌동맥류는 허리디스크와 다르다. 디스크의 경우 대부분 진단, 치료법, 예후 등이 비교적 일괄적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뇌동맥류는 100개가 있으면 100개 모두 위험성과 치료 난이도가 다르다. 무서운 사례를 일반화하면 안 된다. 그런데 의사 경험이 부족하면 책임을 면하기 위해 다 수술하거나 혹은 모두 시술해버리곤 한다. 일부 의사들은 위기감을 조성해 곧바로 치료하도록 유도한다. 시술이나 수술로 인한 이득이 놔뒀을 때의 위험성보다 크지 않은데도 말이다. 경험이 많은 의사일수록 뇌동맥류의 위험성을 정확히 알려줄 수 있다. 그래서 뇌동맥류 치료에 있어서는 여러 의사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뇌동맥류 자체만으로 증상을 유발하나?
혈관이 터지지 않고 부풀거나 살짝 찢어지면서 두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때의 두통은 스멀스멀 아픈 게 아니라 시점이 명확하면서 머리 전체에서 갑작스럽고 강한 통증이 느껴진다. 그러면 병원에 가봐야 한다.

-이때 MRI나 MRA를 찍어야 하나?
CT 혈관 촬영을 먼저 하길 권유한다. 조영제를 넣어 CT를 찍어보는 것만으로도 뇌동맥류를 확인할 수 있다. 추적검사의 경우도 MRA를 찍을 필요가 거의 없다.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최석근 교수

-치료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시술이나 수술 안하고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다. 생활을 교정하면서 지켜본다.

다른 하나는 머리를 열지 않고 코일색전술(시술)을 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머리를 절개하는 수술이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머리를 열지 않는 코일색전술을 우선 권고한다. 하지만 혈관이 너무 구불구불하거나 동맥이 경화돼 있거나 시술 기구가 혈관 벽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등 뇌동맥류 위치가 안 좋으면 시술보다는 수술이 적합하다. 시술 후 혈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간과하고 무조건 시술을 선택하는 건 옳지 않다. 열기 때문에 위험하고 안 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치료 후 신경학적인 장애가 오지 않을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코일은 완전히 동맥류를 막는 게 아니다. 백금으로 된 코일을 집어넣어 얼기설기 막아놓는 것이라서, 치료 후 추적 검사 시 MRI가 필요하고 일부는 재 시술해야 할 수도 있다. 수술은 머리를 열어 직접 보며 치료하기 때문에 재발 가능성이 낮다. 각각의 장단점을 잘 따져봐야 한다.

-시술이나 수술 후 새로운 위치에 뇌동맥류 생길 수 있나?
그렇다. 치료가 잘 돼 더 이상 문제가 없는 게 확인돼도 4~5년마다 CT 찍기를 권하는 이유다. 올림픽이 월드컵이 열리는 주기마다 잊지 말고 검사받길 권한다. 이미 뇌동맥류가 잘 생기는 소인을 갖고 있는 것이며, 후천적으로 생활습관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새로운 뇌동맥류가 자랄 가능성이 높다.

-무서운 병 같은데?
치료가 불가능한 뇌동맥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미 파열됐더라도 치료만 제대로 하면 되돌릴 수 있는 뇌질환이 바로 뇌동맥류다. 나는 뇌동맥류를 ‘시한폭탄’에 비유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환자에게 애매한 위기감만 조장한다. 폭탄이 터졌다 하더라도 치료할 방법이 있게 마련이다. 환자가 갖고 있는 뇌동맥류나 이미 터진 뇌동맥류의 직접적인 위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알려줘서 불안하지 않게 만드는 게 의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환자도 겁먹을 필요 없다. 커피를 한 잔 사 들고 거리를 다니면서 쏟을까봐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조심히 잘 들고 다니면 되듯, 생활 패턴을 건강히 유지하면 뇌동맥류가 있더라도 충분히 안 터지게 할 수 있다.

최석근 교수
뇌혈관질환, 특히 뇌동맥류나 안면경련 등을 주로 수술하는 의사다. 경희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이며 신경외과중환자실장이다. 최석근 교수는 기본을 중요시한다. 성품이 좋고 착한 의사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 술기를 제대로 연마해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한 의사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뇌수술 시 머리를 열 때부터 직접 집도한다. 수술의 모든 과정의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회에서는 기본과 원칙에 대한 강의를 주로 많이 한다. 이제는 치료 후 환자 삶의 질에 집중해야 할 시대라고 말한다. 머리카락을 밀지 않아도 감염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논문을 집필했으며, 두피와 뇌를 박리하는 과정에서 뇌손상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수영 영법에 비유해<사진> 강의하기도 했다.

World Neurosurgery(SCI학술지) 신경 영상 부분 편집자, 대한뇌혈관외과학회 총무이사, 대한신경외과학회 기획위원회 및 학회사사편찬위원회 위원, 대한뇌종앙양학회지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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