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제로 코로나19 치료?… '이버멕틴 맹신'이 위험한 이유

입력 2021.01.06 09:01

신뢰성 떨어지는 임상시험, 믿기에는 시기상조

이버벡틴 알약의 모습
구충제 ‘이버멕틴’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결과가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치료제로 사용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구충제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사율을 최대 80%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4월 초 호주 모나시대학 연구팀 시험관 실험 결과에 이어진 연구로, 당시 연구팀은 이버멕틴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48시간 안에 제거할 수 있다고 봤다. 그때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전문가들은 임상시험이 아니라서 신뢰성이 낮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11건이 나왔는데, 구충제 ‘이버멕틴’, 코로나19 치료제로 복용해도 되는 걸까?

◇임상시험 11개, 일관성 없어
지금까지 나온 이버멕틴 임상시험은 총 11건으로, 이집트,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등 개발도상국에서 코로나19 환자 총 14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임상시험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고, 안전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의 질과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지금까지 진행된 임상시험을 살펴본 결과 설계 방법, 투여 용량, 병용 요법이 일관적이지 않다”며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결론에 이르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빠르게 임상시험이 진행되다 보니 실험 설계에 아쉬움이 있었다. 일부 연구는 공개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개 방식 연구는 임상의와 참가자들이 누가 이버멕틴을 맞고, 위약을 맞는지 공개한 채 진행하는 연구다. 위약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위약이 누구에게 투여되는지 참가자와 임상의가 모두 모르게 측정해야 한다. 또 대부분 연구 대상의 인원수도 적었다.

투여 용량도 문제다. 임상시험마다 사용한 용량은 일정하지 않았다. 한 건의 12mg 고용량을 투여한 실험을 제외하고는 0.2~0.6mg/kg을 투여했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이 정도 용량으로 실험을 했을 때 효과가 있었다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이버멕틴은 흡수율이 낮아 체내에서 효과가 있으려면 고용량을 투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버멕틴이 코로나19에 효과 있는 이유로 숙주 세포의 핵 안팎을 이동하는 단백질을 억제해 바이러스의 생명주기를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보고된다. 시드니대 약학대 앤드류 맥라클란 교수는 이렇게 이버멕틴이 인체 내부에서 작용하기 위해서는 약 120mg 정도의 과량을 사용해야 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보통 기생충 감염 치료를 위한 권장 용량은 3~15mg 정도다. 이버멕틴을 과량 복용할수록 메스꺼움, 발진, 현기증, 복통, 발열 등의 부작용 위험을 증가시킨다.

또 어떤 시험 중에는 다른 약과 병행 투여해 시험을 진행해 결과를 냈다. 이 경우 이버멕틴만의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

한림대의대 기생충학교실 허선 교수는 “신뢰성 높은 임상 시험을 공유하는 웹사이트에는 아직 제대로 된 데이터가 나온 연구가 없다”며 “지금 나온 대부분의 연구의 결론은 앞으로 더 많은 임상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복용시 부작용 위험도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의 제일 우선은 안전성 확보다”라며 “이버멕틴은 식약처의 정상적인 허가 절차나 인증과정을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버멕틴은 다량 복용했을 때 뇌로 들어가 잠재적으로 시력 장애를 일으키고 중추 신경계를 방해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약과 병용했을 때도 급격한 혈압 강하, 간 손상, 구토, 설사, 복통, 현기증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보도 후 해외 배송으로 약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버벡틴은 국내에서 처방받지 않으면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허선 교수는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해서 예방 효과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코로나19에 확진됐어도 이버멕틴을 구하기보단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믿을만한 임상실험 진행 중
기다리면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있다. 믿을만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그중 하나인 콜롬비아 CES 의대의 연구 결과는 오는 3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여러 임상 결과가 몇 달 내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관계자는 “개발 현황을 지속적해서 관찰할 것이다”라며 “혹여 괜찮은 결과가 나오면 회사 측의 허가 신청 혹은 질병관리청의 특례 신청 등의 승인 과정을 지켜 다음 단계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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