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번 소변 시원하게 보는 행복 누리려면 방광염부터 관리 하세요”

입력 2019.05.28 07:2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방광질환 명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윤하나 교수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 이대서울병원 제공

방광염, 과민성방광, 만성방광통증증후군 등 방광질환은 여성들을 괴롭히는 질환이다. 질·항문·요도가 한곳에 모여 있는 여성은 남성보다 방광염에 쉽게 노출된다. 원인은 모르지만 방광이 과민해져 소변이 조금만 차도 소변을 보고 싶은 과민성방광도 여성에게 많다. 방광질환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소변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 불편이 크고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부부생활에 어려움도 크다. 그러나 배설 문제를 밝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 많은 사람들이 병을 숨기고 사는 경우가 많다. 방광질환의 명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윤하나 교수에게 방광질환의 모든 것에 대해 들었다.

-방광질환은 왜 여성에게 흔한가?

여성은 남성보다 요도가 짧고 곧게 펴져 있어서 세균 노출이 쉽기 때문에 방광염에 잘 걸린다. 임신, 출산 등으로 인해 방광을 받쳐주는 근육이 느슨해져 방광이 밑으로 쳐지고 그만큼 방광염 위험이 높아진다. 과민성방광 역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성에게 더 흔하다. 한국 여성의 14.3%, 남성의 10%가 과민성방광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방광염은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방광염은 성인 여성의 30% 이상이 평생 한번은 경험할 정도로 흔한 병이라 쉽게 생각하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 되고 간질성 방광염(방광이 헐고 굳는 병) 같은 치명적인 질병까지 이어진다. 1년에 3회 이상 방광염이 재발을 하면 만성 재발성 방광염이므로 철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방광염 증상은?

하루에 15~20회(정상 하루 4~6회) 소변을 자주 본다. 소변을 보기 전에는 아랫배가 뻐근하고 아프며, 소변을 보고 나서도 시원하지가 않다. 그래서 소변 보는 게 괴롭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잠도 잘 못 자고 그러다보니 몸도 피곤하고, 가끔 소변을 지리기도 해 사회 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방광염은 나이가 들수록 방광 보호 기능이 떨어져 중년 여성이 더 많이 걸린다.

-방광염은 스트레스와도 관련이 있나?

그렇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방광 면역력이 떨어지고, 세균 감염에 취약해진다. 방광염은 질 주변에 사는 대장균이 방광으로 침입해 주로 발생한다. 면역력이 정상일 때는 면역시스템이 대장균을 무찌를 수 있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염이 된다. 스트레스로 식욕이 떨이지고 물도 잘 안 마셔서 소변 양이 줄어들면 방광염이 생길 수도 있다.

-방광염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진단부터 제대로 받자. 방광을 중점적으로 보는 비뇨의학과에서 검사를 받는다. 소변에 균이 있는지, 백혈구나 혈액이 보이는 지 살핀다. 세균이 자라면 어떤 세균인지 살펴서 처음부터 제대로 된 항생제를 써서 치료를 해야 한다. 증상만 해결하고 대충 치료하면 재발이 된다.

방광염은 생활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대변을 본 후 휴지는 앞에서 뒷 방향으로 닦는다. 소변을 본 후에는 휴지로 세게 닦지 말고 살짝 물기만 제거한다. 수분 섭취(하루 6~8잔)도 충분히 해야 한다. 커피·홍차·코코아·콜라·술 등 방광을 자극하는 음료는 피하고, 비타민C·크렌베리주스 등 방광염 개선에 도움이 되는 식품을 먹으면 좋다.

-방광에 통증이 계속 되는 만성방광통증증후군이란 병도 있다.

특별한 원인이 없이 배꼽 아래에 통증이 6주 이상 계속되면 만성방광통증후군이라고 한다. 통증은 소변이 찰 때, 소변 볼 때, 보고 나서 등 언제든지 생길 수 있고, 통증의 범위나 위치도 다양해서 배꼽 아래 어디든 생길 수 있다. 요도에서 치골부 쪽으로 뻗치는 통증, 아랫배가 무지근한 통증, 아랫배 속에 돌멩이 하나 들어 있는 것 같이 환자들은 불쾌감을 다양하게 표현한다. 만성방광통증증후군은 잘 낫지 않기 때문에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초기에 소염진통제, 염증억제약 등을 쓴다. 전기자극 등을 이용해 방광근육이완 치료도 하고 따뜻한 찜질도 한다. 치료법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다.만성방광통증증후군 환자 중 일부는 간질성 방광염으로 진행한다.

-간질성 방광염은 어떤 질병인가?

간질성 방광염은 방광질환 중에서 가장 골치 아픈 질환이다. 이유 없이 방광이 헐고 찢어지며 굳는 질환이다. 소변이 조금만 차도 통증이 심해 소변을 20~30분 마다 본다. 방광내시경을 해보면 방광 안의 혈관이 충혈돼 있고, 궤양의 흔적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 검사를 위해 방광에 식염수를 채우면 혈관이 점점이 터져 몽글몽글 피가 맺히는 모양도 볼 수 있고, 더 심하면 방광 점막이 찢어진다. 나중에는 간경화처럼 방광 조직이 딱딱해지면서 탄력이 없이 굳어지게 된다. 방광은 풍선처럼 줄어들었다 늘어났다 해야 소변을 채우고 비울 수 있는 데, 이런 변화는 치명적이다. 간질성 방광염은30~40대 여성에 많은데, 문제는 원인을 아직 명백히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속시원한 치료법은 없다는 것이다.

-간질성 방광염에 어떤 치료를 하고 있나

항염작용을 하는 약물, 진통제, 항생제, 방광근이완제 등 증상에 따라 적절한 약물을 쓰면서, 헐고 있는 방광 점막을 회복시키기 위해 방광점막층 회복제를 먹거나 방광 내에 주입하는 치료를 한다. 이런 치료들은 조기부터 꾸준히 치료하면 좋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더 심한 사람은 내시경으로 궤양을 긁어내고 전기 칼로 지지고, 새살이 잘 자라게 하는 약을 쓰기도 한다.

약물 치료에도 효과가 없거나 급격히 방광의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에는, 원래의 방광을 일부 절제하고 장으로 방광의 일부를 만들어 방광의 용적을 키워주는 방광확장수술을 한다. 소변이 50~100 cc(정상 방광 용적 400~500 cc)만 차도 아파서 못 참으니 아예 문제가 있는 부분을 잘라내고 장을 이용하여 나머지를 늘려주는 것이다. 이런 치료를 하면 소변을 통증없이 참고 볼 수 있게 된다. 방광암도 아닌데, 방광을 절제하는 수술을 할만큼 간질성 방광염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병이다.

-간질성 방광염을 예방할 방법은?

방광염이 자주 생기는 사람은 제대로 치료를 해야 한다. 대부분 사소한 잦은 방광염 증상을 무시하고 제대로 치료받지 않거나 그저 항생제만 그때 그때 먹으면서 수년간을 버텨오던 사람들이 결국 나중에 만성방광통증후군, 간질성 방광염을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만성방광통증후군, 간질성 방광염은 시작은 미미한데 병의 경과와 끝은 너무나 괴롭다. 일단 일 년에 두 차례 이상 방광염이 자주 생기고, 방광염은 아니라는데 자꾸 아랫배가 아프고 소변이 개운하지 않다던지, 요도나 하복부에 소변을 보기 전에 통증을 느낀다면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살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안될 일이 많겠지만, 방광은 특히 더하다. 내 몸의 노폐물을 거르고 나온 소변이 아무 문제없이 잘 들어 있다가 하루 6번 시원하게 소변을 내보내 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방광 건강을 잃고 나서 후회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여성의 성생활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간질성 방광염, 과민성 방광, 요실금 환자는 성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성적 흥분도 제대로 되지 않고 생식기 통증도 심하며 성욕도 떨어진다. 특히 폐경 이후에는 피부가 얇아지고 분비물이 나오지 않으며 통증이 심하다. 미국에서 여성비아그라가 나왔지만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성은 남성과는 달리 심리적인 요인, 신체적인 요인, 주변환경 등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들이 작용한다. 성욕, 성반응 등 성기능에 중요한 여러 반응 단계에 간섭하기 때문에 약물 하나 만 먹어서 치료되기는 매우 어렵고, 한 가지 원인만 잡는다고 좋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왜 성생활 문제가 생겼는지, 호르몬의 상태는 정상인데 잘 안되는 것인지, 다른 심리적인 원인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당사자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상대방에게도 문제가 있는 지, 요실금이나 과민성방광, 간질성방광염, 질 탈출 등 여성의 비뇨생식기의 기능과 관련된 질환들이 성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등등 매우 다방면으로 검사하고 모든 연관성을 염두에 두고 치료하여야 한다. 현재 여성 성기능 장애의 치료는 심리적인 문제라면 정신 심리치료를 병행하고, 신경이나 혈관, 호르몬의 문제처럼 몸의 기능적 문제라면 부족한 기능을 보완해주는 약, 물리치료, 통증 부위의 신경 차단이나 제거 수술 등 원인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를 접근해나가고 있다.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 이대서울병원 제공

윤하나 교수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 1호이다. 현재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40여명이 있다.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방광질환, 비뇨장애, 요실금, 여성 성기능장애 전문가로 관련 분야에서 국내외 학술지에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남성과 여성이 다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성인지 의학’의 개념을 치료에 접목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대학병원에 젠더&성의학클리닉을 설립해 성별에 맞는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비뇨통증힐링클리닉을 개설해 스트레스, 불안 등 심리적인 요인과 관련이 깊은 과민성방광, 만성방광통증증후군, 간질성 방광염 등 만성 방광질환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