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염엔 무조건 항생제? 자연 치유력 높이는 게 우선"

입력 2021.10.07 15:23

[전문의에게 묻다]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최현섭 교수

 

여성에게 방광염은 감기처럼 흔한 질환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요도가 짧아 요도 입구 주변의 세균이 방광으로 쉽게 들어오기 때문. 실제 여성 중 절반은 일생에 방광염을 1회 이상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방광염이 한 번 생기면 재발하기도 쉽다는 것이다. 요도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생소해서 더욱 고통스러운 데다, 잦은 배뇨감은 사회생활까지 방해한다. 컨디션만 떨어지면 귀신같이 찾아오는 방광염을 어떻게 물리칠 수 있을까.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최현섭 교수를 만나 물었다.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최현섭 교수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최현섭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방광염이 쉽게 재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방광염에 걸렸다고 하면 전혀 다른 데서 균이 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방광염은 내 몸에 원래 있던 대장균이 올라오면서 걸리는 것이다. 대장균은 절대 나쁜 균이 아니므로 몸 상태만 좋다면 신체의 자가면역 능력으로 회복할 수 있다. 방광염 재발도 '완전히 치료되지 않은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몸 상태가 저하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봐야 한다. 방광염은 특히 가을철에 환자가 많다. 김장이나 추석을 거치면서 몸이 피로해져 발병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발성 방광염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일상에 스트레스가 많거나, 다른 질병이 있거나, 잠을 잘 못 주무시는 분들이 많다. 면역세포들이 방광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지 않도록 문단속을 잘하는 것이 재발성 방광염을 해결하기 위한 열쇠다.

-방광염에 걸리면 산부인과를 찾기도 한다. 비뇨의학과의 진료는 어떻게 다른가?

단순 급성 방광염이라면 산부인과, 내과, 비뇨의학과 어느 곳을 가든 치료 방향은 똑같다. 소변검사를 하고, 소변에 염증이 발견되면 항생제 치료를 한다. 그러나 방광염이 자꾸 재발한다면 단순한 염증이 아닐 수도 있다. 비뇨의학과에서는 방광을 단순 물주머니로 보는 것이 아니라, 더욱 역동적으로 작동하는 우리 몸의 장기로서 본다. 결석이나 종양 같은 이물은 없는지, 방광 주변 장기와의 연관성 등 전반적인 기능을 평가하는 것이다. 방광염이 쉽게 치료되지 않거나 자주 재발할 땐 비뇨의학과를 찾아서 기능적, 해부학적인 이상이 없는지 점검할 것을 권한다.

-얼마나 자주 재발할 때 '재발성 방광염'으로 진단하는지?

교과서적으로는 1년에 3번 이상, 6개월에 2번 이상 재발을 경험할 때 진단한다. 그러나 보통 환자분들은 "다른 병원에서 검사 결과 균이 없다고 하는데, 낫지 않은 것 같다"고 하시면서 방문하시곤 한다. 최근에는 방광염이 충분히 의심된다면 균이 없다고 단정하지 않는 쪽으로 진료 지침이 바뀐 상태다. 소변에서 균이 검출되지 않았더라도, 균이 방광 조직을 파고 들어가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방광 조직 속에 숨어 있던 균들은 몸이 피곤했을 때 다시 살아나 증상을 일으킨다. 재발성 방광염은 급성 방광염과 달리 증상이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듯 오래 간다. 환자분들은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무언가 찌리하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재발성 방광염, 방치하면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나?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시는 분들이 신우신염 등 합병증이다. 사실 재발성 방광염이 큰 합병증을 유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방광염은 대부분 방광에서만 문제를 일으키고 끝난다. 재발성 방광염 역시 방광염으로만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제대로 방치하지 않으면 합병증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대장균이 콩팥까지 올라가 신우신염이 되는 환자도 드물게 있다. 방광 점막이 과도하게 손상되면 방광의 위축을 일으키고, 방광 조직이 갈라지는 '간질성 방광염'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지만 과도하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최현섭 교수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최현섭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재발성 방광염은 급성 방광염과 다르게 치료하나?

급성 방광염은 치료가 어렵지 않다. 항생제를 쓰면 상당히 극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건강한 여성의 급성 방광염이라면 항생제 치료가 정답이다. 그러나 재발성이 됐을 땐 왜 자꾸 재발하는지 환자와 면밀하게 대화해봐야 한다. 몸 상태가 나쁘지 않은지, 개인위생은 잘 지키고 있는지, 면역력이 떨어질 만한 다른 질환이 없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항생제를 무한히 쓸 수는 없으니 항생제 외에 소염진통제 등 증상을 줄여줄 수 있는 약들을 함께 처방하기도 한다. 면역증강제로 요도를 타고 올라오는 대장균들을 자연적으로 몰아낼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다양한 항생제가 있다. 방광염엔 어떤 항생제를 쓰나?

2017년부터 방광염 치료에 관한 진료 가이드라인이 크게 변경됐다. 과거엔 방광염 치료에 대장균에 '퀴놀론계 항생제'를 쓰는 게 원칙이었다. 그러나 퀴놀론계 항생제는 방광이나 신장뿐만 아니라 온몸에 골고루 영향을 줘서 내성 발현이 비교적 빠른 계통이다. 이외에도 2세대 항생제인 세팔로스포린 등 광범위 항생제를 써왔지만, 내성균에 대한 우려로 가능하면 쓰지 않기로 변경됐다. 신우신염이나 발열을 동반하는 심각한 요로감염일 때 쓸 수 있도록 내성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안타깝게도 과거 광범위 항생제를 많이 써왔다 보니 이미 내성이 많이 생긴 상황이다. 2017년에 직접 요로감염 환자의 소변 표본에서 조사한 결과, 퀴놀론계 항생제의 내성은 42.9%에 달했다. 최근엔 부수적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광염에만 효과가 있는 항생제들을 쓰는 추세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재발성 방광염 치료법은?

방광염은 그냥 둬도 우리 몸의 면역계통이 세균을 밀어내며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이런 기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면역증강제를 쓰는 방법이 많이 쓰이고 있다. 국내서 쓰이는 것은 '유로박솜'이다. 18가지 종류의 대장균을 사멸시킨 다음, 이를 동결건조 시켜서 대장균 표면에 붙어 있던 부산물을 응축해 만든 제품이다. 이 부산물을 우리 몸의 대장균들이 섭취하면 대장균의 표면 단백질에 면역 반응을 유발한다. 먹는 예방접종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3개월 정도 꾸준히 복용하면 대장균 형태의 단백질을 발견했을 때 우리 몸이 면역력을 스스로 높인다. 이미 20년 전부터 국내에 있던 약이지만, 항생제만으로 치료하다 보니 관심 밖에 있었다. 항생제가 안 듣는 시대가 되어서야 주목받게 된 것이다. 재발성 방광염(만성 방광염)에 해당한다면 보험 급여도 적용돼 약값도 저렴하다. 해외에선 경구약이 아닌 질좌제나 입안에 뿌리는 형태의 면역증강제도 출시돼 있다.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최현섭 교수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최현섭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방광염 재발을 막기 위한 생활습관은?

재발성 방광염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인이 힘든 점이 있다면 의사나 주변 가족분들에게 솔직히 털어놔야 한다. 단순히 방광염을 고백하기보다, 어떤 부분이 힘든지 자세히 말하는 게 좋다. 또 최대한 소변을 참지 말아야 한다. 소변을 줄이겠다고 수분 섭취를 줄이면 더욱 큰 문제가 된다.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몸을 이완하는 시간을 갖고, 잠을 푹 자야 한다. 물도 자주 마시길 권한다. 500ml 정도의 물병을 아침에 한 병, 저녁에 한 병 약처럼 생각하고 마시면 도움이 된다.

-질 유산균, 크렌베리 복용도 도움이 되나?

특정 유산균이 요로감염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조적인 도움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방광염의 원인이 되는 대장균의 출처는 원래 항문이다. 항문에서 시작된 대장균이 요도를 타고 올라오려면 중간에 여성 생식기를 거쳐야 한다. 건강한 유산균이 자리잡고 있으면 대장균이 이곳을 거치지 못하고 막힌다. 반대로 정상적인 유산균이 다 죽어버리면 나머진 대장균들이 차지하게 될 수도 있다. 질 유산균으로 여성 생식기의 정상적인 미생물 균형을 잘 맞추면 방광염 예방에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다. 크랜베리도 대장균들이 방광벽에 달라붙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대개 주스 형태이므로 수분 섭취에도 도움이 된다. 부득이하게 병원을 찾기 힘든 경우라면 예방 목적으로 사용해도 되겠다.

-방광염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환자들이 "그냥 완치시켜주세요" "항생제 오래 먹고 싶어요"라며 고통스러움을 호소하곤 한다.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그런 얘기를 하게 될지 마음이 좋지 않다. 그런 환자분들을 위해 방광염이 어떤 병이고, 왜 생기고, 왜 자꾸 재발하는지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서 설명해 드리는 편이다. 자신이 왜 고통받는지 알게 된다면 불편한 마음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 환자를 봐야 하는 진료 환경에선 이런 환자 관리가 힘들다.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진료 여건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 환자분들도 방광염에 관해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고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최현섭 교수
▲성빈센트병원 비뇨의학과 최현섭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최현섭 교수는..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요로생식기감염, 배뇨장애, 소아비뇨의학 분야를 연구해오며 2014년에는 대한요로생식기가염학회에서 국제 기초의학 학술상을 수상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의과대학에서 연수했으며,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재무위원을 거쳐 현재 아시아요로감염·성매개질환학회(Asian Association of UTI & STI) 총무이사,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기획이사, 대한소아비뇨기과학회 학술위원을 역임하는 등 비뇨의학 분야에서 활발한 학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재발성 방광염 치료는 단순한 약 처방이 아닌, 환자와의 면밀한 대화와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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