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포커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타임스에 펜실베이니아대 종양학과 교수인 에제키 엠마누엘의 기고문이 실렸다. 최근 의학계의 화두로 떠오른 면역항암제에 관한 글이었다. 면역항암제는 특정 암세포를 죽이는 게 아니라 암과 싸우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강화시키는 약으로, 임상시험에서 온 몸에 퍼져 있던 암세포가 완전히 없어지는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이론적으로는 모든 암에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현재는 피부암인 흑색종과 폐암에 쓸 수 있다.
문제는 엄청나게 비싼 약값이다. 미국에서 여보이, 옵디보, 키트루다 같은 면역항암제를 1년간 쓸 경우 1억4000만원이나 되는 약값을 지불해야 한다. 너무 비싸 치료를 포기하는 이른바 '재정 독성(financial toxicity)'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모든 환자가 긍정적인 효과를 보는 것도 아니다. 폐암의 경우 면역항암제가 늘릴 수 있는 여생이 평균 3개월에 불과해 기존 표적항암제와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엠마누엘 교수는 정부 당국이 비용 효과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제약사와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상황은 더 심각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암치료 항목 비용의 95%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해주고 있는데 현재 면역항암제도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넣을지 말지 논의 중이다. 그런데 면역항암제 가격의 95%를 다른 약처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면 재정 고갈이 불보듯 뻔하다는 게 문제다. 예를 들어 폐암에 면역항암제가 급여화되면 1년에 1조원 이상이 추가로 들어간다. 이는 전체 암 치료에 소요되는 건강보험 재정의 20~25%를 차지하는 액수다. 이를 감당하려면 건강보험료를 올려야 할 수도 있는데, 국민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암 환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이해 관련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면역항암제가 가장 효과적인 암의 종류, 환자를 우선 순위에 따라 정하고 본인 부담금을 올리는 조건으로 이들에 대해서만 건강보험 적용을 해주는 방안도 연구해볼만 하다. 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마련하되 우리 경제 현실에 맞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