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다 재미없어요" 우울증 경보음, 놓치지 마세요

입력 2014.06.25 09:17

-소아·청소년 우울증 심각
초등생 3%·중고생 30%가 증세… 아이들, 증상 모르거나 표현 잘 못해
자식 우울증 눈치 못 채는 부모 태반, 방치하면 만성화… 자해·자살 위험

어린이와 청소년의 상당수가 심한 우울감을 느끼고 있지만, 부모들은 대부분 그 사실을 잘 모르고 방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가 2011~2013년 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92명을 포함한 중고생 217명과 그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 결과다.

김 교수는 중고생을 대상으로 우울 검사(BDI) 등 3가지 검사를, 부모를 대상으로 자녀의 우울 정도를 파악하는 검사(P-GBI) 등 3가지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절반 이상 파악하고 있는 반면, 부모들은 자녀들의 감정 상태를 거의 알아채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어린이·청소년의 우울 증세는 성인과 다르고, 부모가 자녀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학계에서는 우울 증세가 있는 초등학생은 3%, 중고등학생은 30%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소아·청소년들의 우울증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성인과 다르기 때문에 부모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우울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소아·청소년들의 우울증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성인과 다르기 때문에 부모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우울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재미없다"는 어린이, 우울증일 수도

성인 우울증은 울음이나 어두운 표정 등을 통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증상을 눈치챈다. 반면 청소년은 우울한 감정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우울하다" 대신 "재미가 없다"고 말하고, "제일 좋아했던 축구도 요즘엔 하기 싫다"는 식으로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표현한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홍순범 교수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2주 이상 무표정하고 무기력한 증상을 보이면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정 표현과 관계없이 밤에 잠을 못 자거나, 학교에 못 갈 정도로 잠이 늘어나는 것도 우울증 증세일 수 있다. 김효원 교수는 "자녀의 불면·과수면, 폭식, 학교 결석 등의 변화를 단순한 '사춘기' 현상으로 보지 말고 우울증 증상이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완치, 부모부터 밝아져야

국내 중고생 중 우울감을 경험한 학생.
어린이·청소년 우울증은 방치하면 만성으로 악화돼 성인기까지 이어지며, 심할 경우 자해를 하거나 자살 충동을 느낀다. 따라서 부모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감정의 변화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어린이·청소년 우울증은 잘 치료하면 80% 이상 완치된다. 김효원 교수는 "아이들의 우울증은 정서적 공감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며 "엄마, 아빠가 자신들의 편이고, 감정을 이해해준다고 아이들이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우울한 경우 자녀의 우울 증세도 심해지므로 부모 스스로가 우울한 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울한 부모의 자녀들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보통 부모를 둔 아이보다 3배 정도 높다. 아이의 우울증 정도가 심하고 오래 지속되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같은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치료하는 집단 치료, 가족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가족 치료, 놀이 치료 등의 방법이 있다. 약물치료는 중증일 경우 가족 동의하에 이뤄지기 때문에 병원 치료를 꺼릴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