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소 항암치료군포 지샘병원, 복막 전이된 위암·대장암에 적용 항암제 덜 쓰는 동맥 항암치료 등… 첨단 치료법 국내 첫 개발·도입
작년 9월 위암 3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하던 직장인 강모(49·서울 성동구)씨. 암치료가 잘 안 되자 주치의는 "약물을 세게 쓰자"고 권했다. 계속되는 항암치료로 인해 몸 전체가 약해진 강씨는 항암치료 강도를 높이지 않을 방법을 찾다가, 군포 지샘병원(효산의료재단)으로 옮겨서 기존 항암치료 수준을 유지하면서 암세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국소 항암치료를 받게 됐다. 강씨는 "온 몸에 항암치료를 강하게 받지 않아도 암이 잘 억제되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지샘병원 의료진이 라이펙 시술을 하고 있다. 라이펙은 복강경으로 항암제를 직접 암조직·세포가 있는 곳에 투입하는 시술이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기존 항암치료에 맞춤형 치료 더해 효과 높여
기존의 항암치료(경구약물·정맥 주사 항암제)는 약물이 전신에 가해져, 암세포 뿐 아니라 정상세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면 강씨처럼 면역력이 떨어지고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효산의료재단 이대희 대표이사(혈액종양내과 전문의)는 "이런 항암치료는 약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으면 약의 세기를 높일 수밖에 없다"며 "정상 장기나 세포에도 똑같이 더욱 강한 약이 가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포 지샘병원은 암세포에만 국한돼 적용되는 국소 항암치료법을 국내 최초로 개발·도입, 기존 항암치료와 함께 쓰며 치료 효과를 높이고 정상세포·장기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했다.
▷라이펙＝지샘병원 의료진이 2008년 개발한 시술법으로, 호스가 달린 복강경을 이용해 항암제를 직접 암세포가 있는 곳에 투입한 뒤, 해당 부위에 고온(41~43도)을 가하는 방식이다. 항암제의 대부분이 암조직에만 영향을 미치며, 고온으로 인해 흡수가 잘 돼 효과적으로 암조직을 없앤다. 일반적인 정맥 항암치료만으로는 치료가 잘 안되는 복막전이암(주로 위암·대장암 말기에 암세포가 복막 표전으로 전이돼 생김)에 주로 쓴다. 작년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국제온열암치료학회에서 지샘병원 의료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예상 생존기간이 3.1개월, 5.2개월 정도였던 77명의 복막전이 상태의 위암·대장암 환자 생존기간이 라이펙 시술 후 각각 15.5개월과 19.4개월로 늘어났다. 복막전이암의 심각성을 평가하는 점수도 크게 내려갔다. 이 내용은 2011년 대한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도 발표됐으며, 비슷한 연구 결과가 올해 국제온열치료학술지에도 실릴 예정이다.
▷동맥 내 항암치료＝지샘병원이 일본에서 국내 최초로 도입한 시술법이다. 암조직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혈관 내로 특수 카테터를 삽입, 항암제를 주사한다. 항암제가 혈관을 따라 암세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치료 효과가 커진다. 혈관조영술 검사를 통해 암조직과 관련된 혈관이 확인되는 모든 암(대장암, 난소암, 유방암 등)에 시술이 가능하다. 이대희 대표이사는 "일반적인 항암치료는 정맥으로 주사되는데, 항암제가 정맥을 통해 온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희석되므로 항암제의 90% 이상이 암조직 외 다른 세포·장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동맥 내 항암치료는 정맥 항암치료보다 항암제 투여량이 10~20%에 불과하며, 투여한 약제의 80~90%가 암조직에 작용한다"고 말했다.
▷천연물 항암제＝초음파나 CT를 보면서 몸속 암세포·조직이 있는 부위를 찾아내고, 그 부위에 직접적으로 긴 주사를 꽂아 천연원료로 이루어진 항암제를 주사하는 방법이다. 아직 임상시험 단계다. 이대희 대표이사는 "효과를 본 환자가 많아서 계속 연구·개발 중"라고 말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 건강·면역력도 관리
지샘병원은 암치료 뿐 아니라 환자의 근본적인 면역력을 끌어올리고 심리 건강까지 챙겨주는 '통합전인치유' 시스템을 갖췄다. 내과·외과·방사선과·보완대체과·감염내과 등의 의료진이 협진하며, 신체 건강 뿐 아니라 심리·정서적 건강까지 챙길 수 있도록 운동 요법, 가족 상담, 예술 치료 요법 등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환자 맞춤형 면역 관리 요법도 있다. 이대희 대표이사는 "한의학, 첨단·현대의학, 보완대체요법의 이점을 더해 환자의 면역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며 "면역력이 커지면 몸속 자연살해세포 등이 많아져 암세포가 저절로 없어질 수도 있고, 항암치료 후 몸이 쇠약해지거나 정상 장기·세포가 망가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