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똑바로 못 펴고 다리 저린 고향 어머님… 칼 안대고 하루에 증상 없앤다

직장인 오모(36·서울 종로구)씨는 추석을 앞두고 지난달 말 미리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과 선산 벌초를 하러 갔다. 그런데, 산길을 올라가던 오씨의 어머니는 다리가 저리고 터질 것 같아 오래 못 걷겠다며 가다서다 했다. 오씨의 어머니는 "몇달 전부터 이러긴 했는데, 늙으면 다리가 약해져서 다들 그렇다"며 대수롭잖게 여겼다. 하지만, 오씨는 어머니를 서울로 모셔와 김영수병원에서 진찰받도록 했다. 검사 결과 다리 문제가 아닌 척추관협착증이 원인이었다. 당뇨병으로 큰 수술을 받기 어려웠던 오씨 어머니는 국소마취로 고주파 수핵성형술을 시술받고 상태가 좋아져서 고향으로 내려갔다.

◇똑바로 누워서 못 자면 척추 문제

다리가 저릿하고 쑤시면 보통 찜질을 하거나 파스를 붙이고 만다. 하지만 50대 이상은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김영수병원 김영수 병원장은 "나이가 들면 척추 주변의 뼈·인대 등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척추관을 좁히는데, 그러면 다리로 이어지는 신경이 눌린다"며 "이 때문에 허리·엉덩이·다리 등에 통증과 감각 이상이 생기고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는 병이 척추관협착증"이라고 말했다.

허리디스크는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방치하면 신경이 점점 심하게 압박돼 대소변 장애 등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므로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바로 누워 자기가 힘들어서 무릎을 구부린 채 옆으로 누워 자게 되거나, 허리를 굽힌 상태가 편하고 허리를 똑바로 펴지 못하게 되거나, 20분도 제대로 걷기 힘들어 중간에 쉬어야 하면 척추관협착증 가능성이 크다.

◇30분 시술하고 당일 퇴원

척추에 문제가 있으면 '허리에 칼을 대야 하나보다'라고 겁먹고 치료를 외면하는 사람이 많다. 이 병원 김도형 원장은 "척추관협착증은 초기에 병원에 가면 비수술 치료만으로 증상을 상당부분 잡을 수 있다"며 "우리 병원은 척추관협착증 환자의 80~90%를 경막외신경성형술, 고주파수핵성형술 등 비수술 치료로 고친다"고 말했다.

경막외신경성형술은 꼬리뼈의 통증 부위를 국소마취한 후, 지름 1.7㎜ 짜리 카테터를 집어넣고 약물을 주입해 통증을 줄이는 시술법이다. 전신마취가 아니므로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병 환자 및 고령 환자도 안전하게 시술받을 수 있다. 절개를 하지 않아 흉터, 상처가 거의 없으며 시술시간도 30분 내외로 짧다. 시술 당일 퇴원할 수 있다.

고주파수핵성형술은 통증의 원인이 되는 디스크 내의 수핵에 가느다란 고주파 바늘을 삽입, 40~50도의 고주파열을 가해 튀어나온 디스크를 줄이는 시술법이다. 역시 국소마취로 시술하기 때문에 지병이 있는 사람도 큰 부담없이 시술받을 수 있다.

◇부작용·후유증 적은 메모리 루프 척추고정술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대소변 장애가 생겼을 만큼 척추관협착이 심하면 비수술 치료만으로는 어렵고,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예전에는 좁아진 척추관을 크게 뚫은 뒤, 척추에 나사못을 박아 척추를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대수술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수술을 받으면 5~6년 후 수술 받은 부위의 위·아래가 협착돼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한계를 풀기 위해 김영수 병원장은 단단한 나사못 대신 스프링 모양의 움직이는 특수 금속을 이용해 척추를 고정시키는 '메모리 루프 척추고정술'을 도입했다. 좁아진 척추관을 넓힌 뒤, 뼈 속에 나사못을 박지 않고 척추 2~3마디 뒤쪽을 탄력있는 메모리 루프로 묶어 약간 움직이게 고정시키는 수술법이다. 이렇게 하면 척추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관절이 부드럽게 잘 움직이게 된다.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수술시간이 짧고 후유증도 적다. 1~2주 입원 후 퇴원할 수 있으며 직장인의 경우 퇴원 후 1~2주 후부터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