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자 확인, 조선시대에는 피를 물에 떨어뜨려서‥

최근 인기 있는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가 바로 ‘출생의 비밀’이다.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기 위해 친자 확인을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렇다면, 친자 확인 검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일까?

친자 확인을 위한 검사는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법의학서인 <신주무원록>에는 친자를 확인하기 위해 두 사람의 피를 물이 들어있는 그릇 안에 동시에 떨어뜨렸다. 친자가 맞으면 피가 하나로 응결하고 아니면 응결하지 않는다고 봤다. 현재, 혈액형에 따른 적혈구와 혈청의 응고 원리로 살펴보면 너무나 터무니없는 방법인 것이다.

요즘에는 친자확인을 위해 ABO혈액형이나 조직적합성 검사를 이용한다. 하지만 두 검사법 모두 항원과 혈청의 반응을 이용하는데, 검사의 대상인 항원의 수가 제한돼 있다. 이는 명확하게 친자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특히 ABO혈액형은 A, B, AB, O 네 가지 혈액형 밖에 없어 친자감별에 사용하기에는 매우 부적합하다. 또, 본인의 혈액형을 잘못 알고 있거나 ABO 아형(항체와의 반응이 약한 경우)의 경우 혈액형 판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ABO혈액형에 근거한 판단 방식은 섣부르다는 지적이 있다.

1985년에는 영국 레스터대 유전학 교수인 알렉 제프리가, 사람마다 DNA의 특정부위가 달라서 모두 천차만별인 것을 발견했다. 일명 DNA지문(DNA fingerprinting)이라고 한다. DNA지문법은 주로 범죄수사용이지만, 99.99%의 정확성 덕분에 친자 확인 유전자검사에 쓰인다.

최근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DNA지문법에는 STR(short tandem repeat)법 VNTR(variable number of tandem repeat)이 있다. STR은 2~6개의 짧은 염기서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VNTR은 9~80개의 염기서열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요즘은 VNTR보다는 STR을 대상으로 분석한다. STR은 반복되는 염기서열이 염색체 중 수만 곳에서 존재하고 개인별로 반복되는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친자검사에는 보통 15~20개의 STR유전자를 조사해 모두 일치하면 친자 관계로 여기고, 3개 이상의 STR유전자가 불일치하면 친자가 아니라고 여긴다. 1~2곳에서 불일치가 있으면 돌연변이의 가능성을 조사한다. 주로 미국 FBI에서 개인 식별에 이용하는 13개의 STR유전자를 포함해 검사가 이뤄진다.

친자가 아닌데 우연히 일치할 확률은 수백억분의 일이다. 지구의 인구가 현재 70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정확하게 친자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법원에서도 유전자 검사의 높은 신뢰도 때문에 친자확인소송에서 결정적 증거로 인정한다.

STR법의 다른 장점은 핵산증폭법을 이용하기 때문에 소량의 DNA를 이용해서도 검사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모낭이 달린 머리카락, 손톱, 발톱, 구강세포가 묻은 면봉, 혈흔(피가 묻은 종이나 옷), 소변, 담배꽁초, 칫솔, 양수 등 DNA가 포함된 모든 것이 검사대상이 된다. 최근에는 자동화장비로 덕분에 검체를 접수한 후 24시간 이내에 결과를 알 수 있다.

친자확인검사가 필요한 경우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채취는 검사 결과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 시행하고 증인이 돼야 한다. 그리고 검사대상자와 증인이 같이 검체를 확인한 후 검사가 의뢰돼야 한다.

또, 유전자 검사가 법적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는 법원이 검사를 통해 명령하는 경우다. 개인이 사적으로 검사하는 경우는 증거자료가 되기 어렵기 때문에 임의로 검사할 경우 이점을 반드시 고려한다. 특히, 당사자의 동의 없이 몰래 하는 유전자검사는 불법이며, 태아의 친자확인검사는 생명윤리법으로 금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