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전히 결핵 후진국… 20대 발병률 30~50대보다 높아

입력 2010.11.10 08:23

허약한 신세대·다이어트 여성이 결핵균 공격 대상

이미 사라진 질병이라고 흔히 착각하는 결핵이 국내에서 여전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결핵 환자수는 3만5845명으로 2008년( 3만4157명)보다 늘었다. 10만명당 발병률은 88명, 사망률은 5.5명으로, 미국(각각 4.8명ㆍ0.27명) 일본(22명ㆍ1.4명)보다 발병률 기준 4~18배 높으며,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병률 1위 국가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20대 발병률이 10만명당 81.6명으로 60대 이상 노년층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면역력 떨어지면 숨어 있다가 발병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결핵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령으로 갈수록 분포도가 높다"며 "20대 발병률이 30~50대보다 높은 것은 한국이 아직도 결핵 후진국임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결핵은 위생 상태 등이 낙후된 국가일수록 전 연령대에 걸쳐 환자가 분포돼 있다.

결핵균은 아주 흔한 세균이다. 지방 성분이 많은 세포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건조한 상태에서도 오래 살며, 강한 산이나 알칼리 성분에도 잘 견딘다. 따라서 일단 감염되면 사라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다만 결핵은 보균자 중 5~10%정도만 발병하는데, 발병자의 절반은 보균하고도 건강하게 살다가 최대 수십년이 지나서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한다. 우리나라에서 20대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결핵의 이런 발병 특성 때문이다.

조영수 서울시립서북병원 결핵과장은 "요즘 젊은층은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과 면역력은 약해 결핵균이 활동하기 좋은 상태"라며 "우리나라에선 생후 1년 안에 의무접종으로 결핵 백신을 맞히는데, 백신의 효과는 보통 10년이 지나면 떨어진다. 따라서 백신 효과는 없고 면역력은 약해져 있는 20대 발병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는 20대 여성이나 운동 등 체력 관리에 소홀한 수험생 등이 결핵 취약 그룹이다.

결핵은 국내에서 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최근에는 치료가 어려운 다제내성결핵도 증가하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약물 치료 6개월 이상 꾸준히 해야

결핵은 2주간 약을 복용하면 전염성이 사라지며, 6개월간 약물 치료를 하면 완치할 수 있다. 하지만 먹는 약의 종류가 많고, 부작용도 심한 편이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약을 끊는 환자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그동안 복용하던 여러가지 약에 대해 동시에 내성이 생기는 다제내성결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500여명의 다제내성결핵 환자가 있다. 조영수 과장은 "다제내성결핵은 완치율이 25~45%에 그치며, 사망률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제내성결핵균은 환자의 호흡기를 통해 배출돼 공기를 통해 한번도 결핵에 걸리지 않았던 사람에게 옮을 수 있다. 결핵균은 환자의 재채기 등으로 공기 중에 나오면 15분쯤 산다.

기존의 환자 철저히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

결핵은 공기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염되므로 사실상 100% 완벽한 예방을 할 수 없다. 따라서 기존 환자가 균을 퍼뜨리지 않도록 하면서 완치시키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결핵을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결핵퇴치운동본부를 중심으로 STOP-TB 협력위원회 등이 결성돼 있다. STOP-TB는 '결핵(TB)을 멈추게 하자'는 뜻이다.

손숙미 STOP-TB 협력위원회 위원장은 "결핵균은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아주 흔하므로 누구나 의외의 장소에서 감염될 수 있다"며 "정부와 민간 각 기관이 힘을 합쳐 결핵 환자를 철저히 치료하고 추가 감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희 질병관리본부 에이즈ㆍ결핵관리과장은 "결핵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격리 치료를 받게 되면 최저생계비 수준의 보조금을 환자에게 지급하는 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된다"며 "이 밖에 결핵 환자의 진료비를 경감해주는 등 결핵을 줄여나가기 위한 정책 방향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