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은행 ‘기증 정자’는 안전할까?

난임에 대해 쉽고 유익한 정보를 알려드릴 산부인과 전문의, 이유정 입니다.

서울아이비에프여성의원/이유정

남성 측 요인으로 오랜 기간 임신이 되지 않은 A 씨 부부는 수소문 끝에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 방문했다. 타 병원에서 고환채취술도 시도해 봤지만, 정자를 얻지 못했고, 비가역적인 무정자증이 있었기 때문에 본원에서 운영 중인 정자은행을 통해 기증(수증) 정자를 이용하길 원했다. 수증 매칭 지표를 작성하고 최종적으로 수증 정자를 선택했다. 수증 정자로 시험관 시술을 진행하였고 마침내 임신에 성공했다. 눈물을 글썽이는 남편을 보면서 익명으로 존재하는 기증자에게 더욱 감사하였다.

정자은행이란 정자를 채취하여서 -196℃ 액체질소 탱크 속에 동결시켜 보관하였다가 필요할 때 보조생식술에 사용하는 보관시설을 말한다. 필자가 근무 중인 병원은 2019년부터 정자은행을 설립하여서 남성 측 요인으로 임신을 시도할 수 없는 부부를 위해 운영하고 있다. 지인을 통한 정자 기증이 아닌 익명의 자발적 공여자로부터 수증한 동결 정자를 이용해 임신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동결정자를 이용해 임신을 시도한 것은 1983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이고 1986년 최초로 출산이 이뤄졌다. 현대적 개념으로 처음 세워진 개방형 정자은행은 1997년 부산대병원이며, 2000년 서울대병원, 2003년 전남대병원에서 연이어 설립됐다. 하지만, 2007년부터 2021년까지 실제로 정자를 기증받아 시술한 건수는 36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발표가 있다. 반대로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황나미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무정자증으로 정자 기증을 받아야 하는 시술 수요자는 연간 470~700여명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무정자증 남성은 점점 많아지지만, 아직 기증 정자를 이용한 임신 시도는 활발하지 않은 것이다. 

남성 불임 부부가 기증 정자를 이용한 임신 시도를 망설이는 가장 큰 원인은 기증 정자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종식하기 위해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정자 기증에 앞서 철저하게 혈액 및 정액검사를 진행한다. 혈액형, 간염바이러스, 성매개감염병 혈청검사(매독, 에이즈), STD 12종 검사, Cytomegalovirus(CMV) 항체 검사, 성인 T림프구성 백혈병 바이러스 검사 등을 시행한다. 그뿐만 아니라 정액검사를 통해 정액량, 정자 수(농도), 총 정자 수, 정자의 모양, 정자의 운동성, 정자의 전진운동성, 살아있는 정자 등을 철저하게 확인한다. 그뿐만 아니라 병력, 가족력, 과거력 등을 문진을 통해 빠짐없이 파악한다. 지적장애 또는 정신질환, 간질, 치매 등의 병력은 없는지, 부모, 조부모 및 외조부모, 형제자매 등에게 다운증후군, 정신지체, 간질, 근조절능 이상 등의 가족력은 없는지, 동성애, 약물남용, 6개월 이내에 2명 이상의 성파트너와의 성접촉 등의 과거력은 없는지 철저하게 확인한다. 또한, 정자 기증 전 곤지름(콘딜로마) 또는 궤양, 바이러스성 피부 질환은 없는지 이학적 검사를 시행한다. 더불어 배아생성의료기관 운영 지침에 따라 난자 기증자에 준한 추가검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철저한 검진 덕분에 기증자 적격 수치는 평균적으로 30%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정자 수증에 앞서 기증자가 수증자 정보를 알게 되는 등 비밀이 유지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경우가 있다. 이 또한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기증 정자는 기증 적합 검체로 판단된 후, 개인 식별 정보를 완전히 삭제하여 냉동 보관한다. 그 이후 의료진과 수증자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정자 기증자의 임상 정보와 검체 관리 정보밖에 없다. 기증자의 이름,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직접적인 기본 식별정보는 물론, 해당 개인의 친척, 고용주 또는 가족의 이름이나 신원 확인이 가능한 독특한 특징 등의 잠재적 식별정보까지 모두 삭제한다. 이러한 익명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기증자도 수증자의 신원 정보를 알 수 없고, 수증자도 기증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무정자증은 정말 예기치 못한 진단명이다. 고통스러운 고환채취술로도 정자를 얻지 못한 남성 난임 부부의 심정은 헤아릴 수도 없다. 남성 난임 부부의 경우 기증 정자를 이용하여 남성 측 문제를 해결하면 대부분 임신에 성공한다. 정자은행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정자 수증 자격에 해당한다면 기증 정자 이용도 고려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난임에 대해 쉽고 유익한 정보를 알려드릴 산부인과 전문의, 이유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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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이비에프여성의원 /이유정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생식내분비 전임의
•대한보조생식학회 정회원
•대한생식의학회 정회원
•미국불임학회 회원
•유럽불임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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