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정기적 대화하는 생활, 가벼운 운동 이상의 효과 있어… 스트레스 줄이고 혈압 떨어뜨려
감정 표현하고 잘 듣는 것 중요… 통화·메시지보다 직접 만나야
/클립아트코리아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싶다면 수다를 떨자. 꾸준한 운동과 충분한 영양공급이 노년층 건강 유지를 위해 중요하다는 점은 이미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운동이나 영양공급만큼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대화다. 타인과 대화를 제대로 하지 않는 노년층에 대해, 의학계는 '사회적 노쇠(老衰)' 판정을 내린다.
◇수다 떨어야 심혈관 건강
최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소화기내과 연구팀이 국내 65세 이상 408명의 건강상태를 관찰한 결과, 사회적 노쇠를 겪는 노년은 그렇지 않은 노년보다 장애 발생 위험이 2.5배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옷 갈아입기, 세수, 양치질 등 일상적인 일을 혼자서 해내지 못하는 상황을 장애로 정의했다. 우울감 발생 위험도 4배 높았다.
인천나은병원 오동주 원장은 "최근 미국에서는 노인정 같은 복지시설에서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대화하는 노인이 평소 가볍게 운동하는 노인보다 건강한 심혈관을 가진다는 논문도 발표됐다"며 "대화는 혈관 속 스트레스 물질을 줄이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고독감을 낮춰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호르몬을 분비시킨다"고 말했다.
노년이 되면 고혈압·부정맥 등 혈관질환을 앓을 확률이 커진다. 혈관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년층이 대화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덴마크 코펜하겐 병원 최신 연구도 있다. 실제로 혈관질환뿐 아니라, 대화 부족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노년은 혈관질환 외에도 알츠하이머·심장질환에 취약하다는 연구가 많다.
◇대화, 인지·신체·정서에 영향
전문가들은 노년층 대화가 ▲인지기능 ▲신체기능 ▲정서기능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나래 교수는 "대화를 할 때는 듣기, 말하기, 생각하기의 세 과정이 함께 이뤄져 뇌에 다양한 자극을 준다"며 "치매 예방 지침 중 하나가 '많이 대화하기'일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동우 교수는 "낮선 환경에서 처음 본 사람과 대화하면 전두엽에 새로운 연결망을 형성해 뇌 인지기능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대화는 혈관 속 스트레스 물질을 줄인다. 또한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는 몸을 움직이기 마련이다. 대화가 신체에 좋은 영향을 주는 이유다.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김광준 교수는 "노인정, 복지센터, 학원, 종교시설 등에서 친구와 대화하는 노년층이 많은데, 이동할 때 자연스럽게 운동량이 늘어난다"며 "집안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 몸에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서 안정은 대화가 유발하는 대표 순기능이다. 인간은 감정을 타인에게 표현할 때 안정감을 느낀다. 김광준 교수는 "노년층일수록 감정 표현이 서툴고, 사회생활에서 멀어지다보니 혼자 지내려는 경향이 강해 정신건강에 취약하다"며 "친한 사람을 만들어 많이 대화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특히 배우자나 자식과 대화하면 분노·우울감 감소에 좋다.
◇조용한 곳에서 매일 대화하라
노년층이 편안하고 즐겁게 대화를 이어나가려면 몇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조용한 곳에서=청력이 저하된 노년층이 잡음이 많은 곳에서 대화하면 의사소통이 어렵다. 강동우 교수는 "상대방 말을 잘 듣지 못해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뇌도 제대로 자극받지 못하니, 조용한 곳에서 대화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청력에 문제가 있다면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감정을 표현하기=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해 참는 노년층이 많다. 대화할 때 느끼는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해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말하기와 듣기 5대5 비율로=대화는 '핑퐁'처럼 오가야 뇌에 자극이 된다. 자신의 가치관만 고집하지 말고,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이해하는 과정은 필수다. 김광준 교수는 "말하고 듣기가 5대5 비율로 이뤄져야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매일 1번 이상 대화=하루에 1번은 누군가와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게 좋다. 전화나 메시지보다 실제로 만나 오감(五感)을 활용해야 인지·신체기능 자극이 크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는 "친구와 약속이 없는 날에도 산책 삼아 밖으로 나가라"며 "자주 가는 가게 주인에게 인사를 하거나,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도 대화"라고 말했다.
[교실서 의자 치우니… 비만 예방 '톡톡']
서거나 짐볼에 앉아 수업 듣는 '움직이는 교실'… 키·체중 정상 증가
'움직이는 교실'의 아동 비만 예방 효과가 국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거듭 입증되고 있다. 현재 초중고교 학생 4명 중 1명(25%)은 비만이나 과체중이다〈교육부, 2018년 기준〉.
/강동구청 제공
움직이는 교실은 스탠딩 책상과 짐볼을 교실에 비치해 학생들의 수업 참여 방식에 변화를 준다. 학생들은 서 있거나 짐볼·균형방석에 앉은 채 수업을 듣는다. 플레이볼(play ball), 월클라이밍(wall climbing)을 위한 교구가 제공되고, 학교 자투리 공간에 게임존이 설치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쉽게 신체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교실이다〈사진〉.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팀이 강동구청과 함께, 초등학교 6곳(강동초·고덕초·묘곡초·성일초·천일초·명일초)에 움직이는 교실을 조성했다. 그리고 3~6학년 학생 1176명을 대상으로 올 4월과 11월에 각각 신체 계측, 체력 측정, 혈액검사를 했다. 그 결과, BMI(체질량지수)는 남학생이 19.62에서 20.09, 여학생이 18.74에서 18.87로 소폭 증가했다. 허리둘레는 남학생은 64.72㎝에서 66.35㎝로, 여학생은 61.83㎝에서 63.08㎝로 완만히 늘었다. 강 교수는 "성장에 따른 정상적인 증가폭"이라고 말했다. 혈압 변화는 없었으며, 혈당은 감소했다. 체력도 평가했다. 근력·근지구력, 순발력, 심폐지구력 모두 크게 높아졌다.
움직이는 교실은 2013년 핀란드의 세이나요키시(市)에서 시행한 어린이 비만 예방 프로그램을 모델로 했다. 세이나요키시 대부분의 초등학교에 서 있는 책상 등 움직이는 교실을 조성했으며, 3년간 사업 결과 어린이 비만율이 절반으로 줄어 이슈가 됐다. 강재헌 교수는 "초등학교에서 체육시간이 2교시 정도로 작게 편성돼 있어 신체활동 시간이 크게 부족하다"며 "운동을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듦으로써 아이들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묘곡초등학교 오언석 교장은 "특히 서 있는 책상이 반응이 좋다"며 "아이들이 항상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움직이는 교실은 2017년부터 강동구에서 진행이 됐는데, 지난해 움직이는 교실 참여 학교와 비참여 학교(대조군)를 비교하는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움직이는 교실 참여 학생은 대조군 대비 체중·BMI·허리둘레 증가 폭이 절반가량에 불과했다. 반면 유연성·순발력·심폐지구력은 크게 늘었다. 강재헌 교수는 "아동 비만의 7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며 "움직이는 교실의 전국 확대를 위한 정부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