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근의 푸드테라피] 빵은 정말 건강의 敵일까?

  • 글 조홍근(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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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4.17 08:30

    조홍근의 푸드테라피

    당뇨병과 당뇨병 전단계 인구 약 1000만 명에 이르면서 가장 큰 원인으로 탄수화물이 거론되고 있다. 대표 용의자는 밀가루였고, 밀가루로 만든 여러 음식, 그 중에서도 빵이 당뇨병과 비만을 일으키는 주범 또는 종범으로 취급되기 시작하였다.

    물론 당뇨인의 경우 흔히 유통되는 빵을 먹으면 혈당이 굉장히 빨리 많이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당뇨인에게는 빵을 금지한다. 그러나 이상한 점이 있다. 빵이 당뇨병과 비만 등을 일으키는 나쁜 음식이라면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인이나 중동인들은 모두 당뇨병에 걸려 있어야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4000년 역사를 가진 빵

    빵은 밀의 역사와 함께 한다. 껍질을 비교적 쉽게 벗길 수 있는 벼와 달리 밀은 껍데기가 무척 단단하고 균일하게 깎기 힘들어 쌀처럼 도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루를 만드는 제분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밀가루는 특유의 끈기가 있어 빵을 해먹기 좋았다.여러 기록으로 보면 빵은 밀의 원산지인 중동에서 시작된 것 같다. 최초로 빵이 역사에 출현한 것은 세계 최초의 도시 우르크의 기록인데, 기원전 2000년 전이다. 그러니까 빵은 약 4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거의 유사 이래 인류와 함께 해 온 가장 오래된 주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빵은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가 먹는 부푼 빵을 ‘로프 브레드(loaf bread)’라고 하는데 가장 흔히 유통되는 빵이다. 로프 브레드는 미생물의 도움이 없이 강한 열로 반죽을 부풀게 하는 방법과 유산균이나 이스트의 도움으로 반죽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만든다. 반죽을 해서 따뜻한 곳에 방치하면 공기 중의 유산균이 반죽 위에 가라 앉아 밀가루를 발효시키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빵은 맛이 시므로 이런 방법을 샤워도(sourdough) 발효법이라고 한다. 반면에 술 양조장에서 받아 온 이스트를 첨가해서 밀가루를 발효시키는 방법을 이스트 발효법이라고 한다. 아일랜드에서 개발된 베이킹 소다는 논외로 한다.

    여러종류의 빵들

    샤워도 발효빵이 더 건강할까?

    샤워도 발효빵은 주로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에서 많이 먹었고 이스트 발효빵은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많이 먹었다. 빵에 대한 평가와 선호도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랐다고 한다. 주로 이스트 발효빵만을 먹어 왔던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이스트 발효빵은 공장빵에 쓰는 방법으로 획일적이고 해롭다고 폄하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샤워도 발효빵을 ‘자연 친화적’인 슬로우 푸드로 여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은 취향의 문제이지 가치 판단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유럽 중세 의료계와 영양학계에서는 이스트 빵이 건강에 해롭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고 프랑스에서는 이스트 발효빵 금지령에 대한 요구도 있었다. 반면에 영국에서는 맛이 신 샤워도 발효빵을 가난의 상징으로 보았다고 한다. 영국은 맥주가 대중화되어 있어 이스트를 누구나 구할 수 있어 이스트 발효빵을 쉽게 만들 수 있었던 반면, 프랑스는 맥주 양조장이 별로 없어 샤워도 발효빵이 필연적 선택이었다는 견해가 많다. 따라서 현재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샤워도 발효빵 예찬은 일종의 취향이자 유행이지 사실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현재 영미지역에서도 슬로우 푸드 열풍으로 전통적인 이스트 발효빵 대신 르뱅 발효법을 이용한 샤워도 발효빵이 고급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평가 역전된 흰 빵과 전곡빵

    흰 빵은 과거에 부귀의 상징이었다. 밀을 제분하면서 여러 번 체로 걸러 껍질과 배아를 다 걸러내야 하얀 밀가루가 나오는데 기술이 낙후되었던 과거에는 전체 밀 중량의 50%를 버려야 가능했다고 한다. 일종의 과시적 소비였고 일반인은 껍질과 배아가 섞여 있는 검은 빵을 먹었다. 희고 보드라운 빵은 소화가 잘된다. 그래서 당뇨병을 걱정할 겨를이 없었던 중세와 근대에는 흰 빵을 건강의 상징으로 찬미했다고 한다. 당시 서민의 소원은 흰 빵 한 번 먹어보는 것이었다고 하는데 현대에 와서 그 평가가 180도 역전돼 흰 빵은 당뇨병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언급되고 있다. 당뇨인들에게 빵을 피하라고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는 주식으로 밥을 먹는다. 빵은 단지 간식인 경우가 많다. 빵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의 주식 빵은 대체로 거칠고 단단하고 딱딱하고 달지도 않다. 밀보다 호밀이 많은 독일과 러시아의 주식은 흰 빵이 아니라 검고 딱딱한 호밀빵이었다. 전통적인 유럽빵은 설탕을 넣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설탕을 넣는 경향이 있다. 이탈리아의 어느 지방의 빵은 심지어 소금도 넣지 않는다.

    흰 빵은 해조류, 채소와 함께 먹으면 좋아

    주식 빵과 달리 간식으로 만드는 빵은 달고 기름지기도 하고 보들보들해서 소화도 잘된다. 이 점이 당뇨인에게는 큰 문제이다. 흰 빵 50g이나 포도당 50g을 섭취하고 2시간 동안 측정한 혈당 면적을 100으로 잡았을 때, 같은 양의 특정 음식을 먹고 보이는 동일한 시간대의 혈당의 변화량의 비율을 당지수(Glycemic index:GI)라고 한다.

    당지수가 100에 가까우면 혈당이 빨리 많이 올라간다는 뜻이고 당지수가 0에 가까우면 혈당이 거의 올라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흰 밀가루로 만든 흰 빵은 당지수가 70을 넘는다. 혈당이 빨리 올라간다는 뜻으로 당뇨인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글루텐-프리 빵이 무조건 건강에 좋은 줄 알지만 당지수가 70정도 되는 제품도 있으니 무분별하고 불필요하게 더 비싸게 사 먹을 필요는 없다. 케이크와 머핀도 당지수가 낮지 않아 60~80 정도를 기록하는데 혈당만 많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포화지방 때문에 혈중 콜레스테롤도 많이 올라가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빵이 이렇게 혈당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밀껍질과 배아를 같이 갈아 만든 전곡빵은 당지수가 40~50미만이므로 혈당이 천천히 올라간다. 덤으로 비타민, 미네랄과 섬유질도 섭취할 수 있다. 보리빵과 호밀빵 역시 당지수가 40 주변이 되므로 건강을 위해서 좋다. 그래도 흰 빵을 먹고 싶다면 섬유질 음식이나 음료와 같이 먹으면 당지수를 60미만으로 내릴 수 있다. 콩이나 해조류나 야채 등과 같이 먹을 때 소화 흡수가 늦게 된다.

    따라서 빵이 건강의 적이 아니라, 본인의 조건에 맞지 않은 빵을 많이 먹는 행위가 건강의 적이다. 대개의 경우 음식에는 죄가 없다. 부적절한 섭취가 문제일 뿐이다.


    조홍근 내과 전문의
    조홍근  당뇨와 혈관질환의 전문가로 예방과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내과 전문의. 주요 매체에 정기적 칼럼을 게재하며, 의사는 물론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정기적으로 질환의 메커니즘을 쉽게 풀어 쓰는 글을 쓰고 있다. 《죽상동맥경화증과 지질대사》, 《대사증후군》, 《내몸 건강 설명서》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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