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토크
지난해부터 불어온 '글루텐 프리(Gluten Free)' 열풍으로 밀가루가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장에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얘기부터 비만, 아토피, 자가면역질환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밀가루 끊기에 도전하는 사람들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밀은 약 1만5000년 전부터 먹어왔던 식품인데 문제가 되는 이유가 뭘까.

사회자 지난해부터 밀가루 끊기 열풍이 불었죠. 요즘에도 건강을 위해 밀가루 끊기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갑자기 밀가루가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된 이유가 뭘까요?
한동하 방송 때문이죠(웃음). 밀가루를 제2의 주식으로 아무 문제없이 섭취하면서 건강을 유지해왔는데,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밀가루는 독이기 때문에 끊어야 한다' 고 방송한 적이 있었거든요.
사회자 미국에서도 글루텐 프리 열풍이 불었다고 하던데요.
한동하 그렇죠. 하지만 미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이 똑같지 않잖아요. 그걸 그대로 적용한 게 문제라는 거죠. 밀가루의 유해성을 얘기할 때 셀리악병(글루텐 민감성 장질환)을 자주 언급합니다. 미국에는 밀가루를 유전적으로 소화할 수 없는 인구가 1% 정도 돼요. 셀리악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보유한 인종이 전 세계에서 40% 이상이고, 셀리악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90%가 그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셀리악병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5% 이하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셀리악병에 걸릴 위험이 극히 적은데도 밀가루에 대한 공포가 만들어졌다는 거죠.
박용우 저는 셀리악병의 정의부터 명확히 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밀가루에 관한 문제라 하면 밀 알레르기부터 밀가루 음식을 먹었을 때 불편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해요. 그중 객관적인 문제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셀리악병이에요. 셀리악병은 조직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돼야 확진을 합니다. 하지만 진단이 어려워요. 의사들이 관심을 갖고 보지 않거나 환자들이 직접 셀리악병을 의심하고 병원에 찾아가지 않는 한 발견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실제로 병을 앓고 있지만 잘 모를 수 있는 게 셀리악병이죠.
한동하 보고된 바로는 국내에서 셀리악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한 명이라고 하는데 물론 더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반대로 과민성장증후군처럼 셀리악병과 증상은 비슷한데 글루텐만 제거하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글루텐 민감증 환자도 있습니다. 밀가루 알레르기 환자의 증상이 셀리악병과 비슷하기 때문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셀리악병인줄 알고 밀가루를 끊는 현상이 나타나요.
이동호 셀리악병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말씀하신 밀가루 알레르기와 글루텐 민감증은 셀리악병과 완전 다른 문제예요. 셀리악병 환자는 확실히 밀가루를 피해야 합니다. 유전적으로 글루텐 단백질을 분해하지 못하고 글루텐 성분에 대해서 자가항체가 생겨서 소장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체중이 줄고 빈혈이 생기며, 영양소 흡수도 안 돼 밀가루를 끊어야 하는 병이에요. 하지만 셀리악병 환자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한 명만 보고가 됐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히 드문 질환이죠. 밀가루를 먹으면 건강이 나빠진다는 건 셀리악병에 초점을 둔 이론입니다. 셀리악병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에게 똑같이 밀가루를 끊으라고 하는 건 비약이고, 잘못된 건강지침일 수 있습니다. 혹자는 우리나라 식품산업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까 쌀 제품을 부각시키면서 밀가루의 단점을 부각시키려는 목적으로 밀가루 끊기 열풍이 나왔다고도 얘기합니다. 밀가루 논란이 식품업계의 과도한 경쟁에서 출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좀 씁쓸하죠.

밀가루 자체는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는 식품
한동하 우리나라에서는 글루텐에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글루텐 프리 제품은 거의 탄수화물로 돼있거든요. 글루텐 프리를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의미가 없어요. 글루텐 프리 제품을 먹으면 고탄수화물 식이를 하게 돼 더 살이 찔 수 있는데 그건 묵과되고 있죠. 그리고 밀가루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 속에 들어가는 첨가물이 문제입니다. 나트륨, 설탕, 식용색소 등. 밀가루 음식을 먹을 때 첨가하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것도 같이 논의가 돼야 합니다.
이동호 밀가루가 해롭다고 탓하기보다 식품을 다양하게 먹어야 할 필요가 있어요. 밀가루를 기본으로 해서 다양한 채소와 해조류, 멸치 등을 섭취하면 밀가루만으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햄버거나 피자처럼 다양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없는 밀가루 음식을 섭취하면 당연히 건강에 해롭죠.
한동하 개인적인 의견으론 밀가루 자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통밀을 갈면 색깔이 누렇습니다. 겉껍질이 있으니까요. 근데 시중에 판매되는 밀가루는 겉껍질을 제거하고 안쪽 하얀 부분만 갈아서 만든 거예요. 소비자가 좋아하니까 그렇게 만드는 겁니다. 보기에 좋고 부드럽게 씹히니까 흰 밀가루를 찾는 거죠. 통밀을 갈아서 만든 밀가루를 먹으면 영양소 결핍이 없어요. 그리고 밀 자체에는 글루텐이 없습니다. 밀가루에 물을 넣고 반죽하면 밀 속에 있는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 서로 결합하면서 글루텐이 생기거든요. 글루텐을 적게 만들려면 밀을 거칠게 분쇄를 해야 해요.
박용우 밀을 갈지 않고 통밀로 두면 오래 보관하지 못해요. 오래 보존하면서 값싸게 활용할 수 있는 식품 중 밀만 한 게 없어요. 밀가루가 해롭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밀가루가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섭취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삼시 세 끼 밥을 통해 탄수화물을 먹어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빵이나 면, 과자도 먹죠. 농사를 지어 신체활동이 많던 시절에는 밥을 많이 먹어도 괜찮았어요. 단백질 섭취가 적었기 때문에 곡류에서 단백질을 얻을 수 있었죠. 지금은 신체 활동량이 적고 습관적으로 밥을 먹는데 밀가루 음식이 들어가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탄수화물 섭취가 많아진 거예요. 밥은 채소나 단백질 음식과 같이 먹게 되는데 빵이나 면은 단품으로 먹는 경우가 많죠. 쌀이 주식이 되면서 다양한 부식으로 영양소 균형을 맞췄는데 밀가루 음식이 들어오면서 다양성이 줄고 탄수화물 섭취량도 많아진 거죠.
사회자 이진호 원장님은 밀가루 섭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진호 지난 100년 동안 다양한 질병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면 갑상선질환, 자가면역질환, 아토피질환 같은 거죠. 이런 병이 발생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게 식생활 패턴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 변화를 주도한 게 밀가루죠. 병원에 오는 환자를 보면 더 느껴요. 만성피로 환자나 자가면역 난치성피부 환자들이 식이조절을 하면 증상이 눈에 띄게 호전됩니다. 밀가루를 두 달 동안 끊게 하면 증상 변화를 굉장히 많이 느껴요. 밀가루 음식은 인스턴트식품과 연관이 많으니 그런 것도 있겠죠. 집중력 장애, 관절통, 수면장애, 만성피로를 겪는 분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게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겁니다.
한동하 방금 하신 얘기를 그대로 하면 밀가루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들조차 밀가루가 나쁘다고 착각한다는 거죠.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밀가루는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는 식품입니다. 그런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물론 존중받아야 하지만 건강한 사람들도 밀가루를 먹을 권리는 있죠.
사회자 건강한 사람도 밀가루를 먹으면 살이 찐다는 이유로 많이 끊고 있지 않나요?
한동하 그것도 잘못된 겁니다. 밀가루가 욕먹을 이유가 없죠. 쌀과 같아요. 밀가루가 비난받으려면 탄수화물이 있는 모든 식품이 비난받아야 해요(웃음).
밀가루 음식 안에 있는 첨가물이 건강을 해친다
이동호 문제가 되는 건 밀가루보다 과당입니다. 옥수수를 시럽으로 만들어서 농축한 후 각종 음식에 첨가물로 넣는데, 과당은 설탕과 달리 간에서 대사돼서 지방간도 만들고 내장지방도 만들어서 복부비만을 유발해요. 밀가루뿐 아니라 밥도 많이 먹으면 살쪄요. 이건 절대적인 양의 문젠데 과당은 달라요. 조금 먹고도 잉여 에너지가 생겨서 지방간을 만들고 내장지방을 만듭니다. 정제된 과당이 위험해요. 건강하려면 과당 섭취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박용우 이 교수님 말씀처럼 지방간의 원인으로 과당이 지목됐죠. 하지만 과당 혼자 식품으로 나와 있는 건 드물어요. 시중엔 액상과당이나 설탕 형태로 나와 있죠. 밀가루보다 과당이 나쁜 건 맞아요. 밀가루 음식에는 나트륨과 설탕이 들어 있다는 것이 문제죠. 설탕, 특히 과당이 제일 큰 문제고. 설탕이나 액상과당을 알게 모르게 밀가루 음식으로 많이 섭취한다는 겁니다.
한동하 글루텐 프리 열풍이 불면서 밀가루가 문제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던 때가 있었어요. 그때 많은 매체에서 기사를 냈는데 '밀가루 한 달만 끊어보기'라는 기사가 있었어요. 결론적으로 6㎏이 빠졌다는 내용이었죠. '뭐야 이거?' 하고 다시 읽어봤는데 밀가루 음식 끊으면서 설탕 끊고, 인스턴트 음식 끊고, 규칙적인 운동을 했다는 거였어요. 제목은 '밀가루 한 달 끊기'였지만 결국 '한 달 동안 모든 식생활 바꿔보기'였죠. 근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얘기해요. "밀가루를 끊었더니 살이 빠지더라"하고. "밀가루 많이 먹으면 살이 찌지 않나요?"라고 물으셨죠? 당연히 찌죠. 탄수화물이니까.
이동호 이탈리아 사람들은 밀가루를 미국 사람들보다 두 배 이상 먹지만 비만은 적어요. 일종의 패러독스죠. 밀가루가 범인이라면 이탈리아 사람들이 다 뚱보여야 하지 않나요? 스파게티를 얼마나 많이 먹는데(웃음). 미국은 과당, 액상과당, 인스턴트 음식 천국이에요. 그러니까 비만인 사람이 많죠. 우리나라에서도 지방간이나 고지혈증은 이제 40~50대 아저씨들 질환이 아니에요. 초등학생에게도 발병합니다. 초등학교에 가보면 한창 클 애들한테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있어요. 액상과당이 범인 중 하나죠. 꼭 밀가루만 범인이 아니라는 거예요. 진실을 보려면 나무만 봐선 안 돼요. 숲을 같이 봐야죠. 밀가루와 함께 섭취하는 과당, 나트륨, 첨가물 얘기도 같이 해야 해요.
한동하 이탈리아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보다 1인당 밀 섭취량은 두 배인데 비만율은 4분의 1인 이유가 뭘까요? 그 이유를 알아봤더니 미국은 밀가루 음식에 첨가물이 너무 많았고, 이탈리아는 화덕에 밀가루를 굽고 첨가물도 올리브와 토마토였어요. 밀가루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조리방식과 식품첨가물이 문제라는 거죠. 밀가루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식생활을 보고 판단해야 해요.
이동호 어떤 음식을 곁들여 먹는가를 살펴봐야 해요. 음식은 단품으로만 먹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밀가루를 바라봐야 할 것 같아요.

글루텐에 대해서는 학문적으로 아직 더 밝혀져야
한동하 한의학에 사용되는 <본초서>를 보면 밀이 '소맥'이라는 단어로 나와요. 그때는 밀을 약으로 썼어요. '끓는 물에 달여서 마신다' '밀을 가루로 낸 후 물에 타서 마신다' 이렇게 써 있어요. 부인들의 히스테리 진정작용이 있었고, 갈증을 치료한다고 하고, 이뇨작용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어요.
박용우 진정작용 얘기를 하셨는데, 엑소르핀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글루텐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펩타이드가 오피오이드수용체(동물세포에 있는 단백질 막)를 자극하는데, 이 펩타이드를 엑소르핀이라고 합니다. 몸 바깥에서 나오는 마약이라는 의미죠. 엑소르핀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단 동물실험에서는 확인됐어요. 엑소르핀 때문에 한 원장님이 말씀하신 진정작용하고도 연결될 수 있다는 거죠.
한 원장님은 글루텐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저는 글루텐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비만은 많이 먹어서 살찌는 것보다 우리 몸에서 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생각하거든요. 글루텐에 민감한 사람들이 살이 찌기 쉽다는 걸 체험을 통해 많이 봤어요. 그 사람들에게 일주일만 밀가루 음식을 끊게 해도 증상 완화가 나타나요. 다시 밀가루 음식을 먹어서 증상이 나타나면 '아, 이 사람이 밀가루와 안 맞는구나'라고 생각하는데 안 맞는 원인이 글루텐일 수도 있다는 거죠. 우리 몸에는 '못견딤증'이라는 것이 있어요. 우리 몸에서 분해할 수 있을 정도로 들어오면 문제가 안 생기는데, 역치 이상이 들어오면 우리 몸에서 분해하지 못하고 내보내기 때문에 설사가 생기고 몸이 힘들어합니다. 그런데 글루텐이라는 게 우리 몸에서 쉽게 소화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소화가 안 되면 소장으로 그냥 내려가요. 그러면 뭔가 몸에 이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죠.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건 아니지만.
한동하 박 원장님께서 방금 말씀하신 것도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죠. 뭐 당연히 그렇습니다. 글루텐 과민성 환자들이 있어요. 알레르기까지는 아니고 단지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가 없기 때문에 그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조금 전에 엑소르핀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그런 재료들이 많이 있어요. 음식을 먹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도 그런 거고요. 엑소르핀은 글루텐에 의해서만 나오는 게 아니에요. 우유 카제인, 쌀 단백질, 시금치 단백질에서도 만들어져요. 그런데 왜 밀가루만 문제를 삼느냐 이거죠(웃음).
이진호 맛있다고 시금치를 즐겨 먹진 않으니까요(웃음).
박용우 밀이 종자 개량을 많이 하잖아요. 그러면서 글루텐 함량을 늘리는 밀가루들이 등장합니다. 우리가 먹고 있는 밀가루 음식의 글루텐 함량이 많아졌어요. 식감이 좋고 만들기도 좋으니까요. 그렇게 만든 밀이 전 세계적으로 유통이 되고 있다는 게 문제죠.
이동호 국제 저널들을 보면 글루텐 민감성이 글루텐 때문인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어요. 글루텐에 관해서는 아직 학문적으로 더 밝혀져야 해요. 질병의 원인을 하나로 국한시키는 건 오류가 될 수 있어요. 여러 요소들이 같이 맞물리면서 질병이 발생하는 거죠.
밀가루 먹고 불편함 있다면 2주 정도 끊어보는 것도 좋아
이진호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면 밀가루를 끊는 게 좋지 않을까요? 밀가루에 첨가물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밀가루를 안 먹었을 때 살이 빠지고 첨가물도 안 먹을 수 있다면 끊는 게 좋다는 거죠.
이동호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값싸게 끼니를 채울 수 있는 게 밀가루예요. 밀가루를 먹으면서 다양한 채소나 식품의 다양성을 생각하면서 먹으라고 얘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해롭다거나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필요 없는 공포감을 만드는 게 옳은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진호 밀가루를 먹어서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안 먹는 것이 좋다는 거죠.
이동호 그러니까 셀리악병이 있는 사람은 확실히 먹지 말아야 해요.
이진호 우리나라엔 셀리악병 환자가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밀가루를 먹고 소화가 안 되거나 불편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요.
이동호 근데 글루텐 불내증도 글루텐이 원인인지 아닌지 밝혀지지 않았는데 공포감을 조장하는 건 옳지 않죠.
박용우 글루텐 불내증 범주 안에 글루텐 알레르기도 포함됩니다. 글루텐 불내증 카테고리가 넓어요. 환자가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뭔가가 불편하다고 하면 확진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끊어서 좋아지면 밀가루 때문이라는 추정만 할 뿐이죠. 밀가루를 먹고 불편한 증상을 느낀 사람이 많다면 혹시 원인이 밀가루 때문은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에게 밀가루를 한번 끊어보라고 얘기하는 게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진호 가장 돈 안 드는 치료죠(웃음).
한동하 비만과 만성피로 원인의 100%가 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글루텐 관련 증상이 없는데 글루텐 프리 음식을 고집하는 것보다 건강하게 밀가루를 섭취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일반 사람들에겐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현명한 소비자가 건강한 밀가루를 만든다
사회자 그렇다면 밀가루를 건강하게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동하 밀가루 음식을 만들 때 첨가물을 적게 넣어야 해요. 소금이나 설탕을 평소보다 적게 넣는 습관을 들이는 게 필요하고요. 조리방법을 달리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대부분 설탕이 들어간 빵이나 피자, 햄버거, 라면 같은 음식으로 먹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죠. 한국에 유통되는 밀가루 98%가 수입인데, 밀가루를 수입하는 게 아니고 밀을 수입해요. 밀가루를 만드는 제분업체에서 곱게 껍질을 벗기지 않고 거칠게 제분해 갈색 밀가루를 만들면 충분히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습니다.
박용우 제분업체에서 그렇게 하기가 어렵죠. 유통기한 문제가 있으니까요. 식품을 공급하는 가공업체에 요청해도 바뀌기 어려워요. 설탕과 소금이 들어가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찾지 않아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비자들이 현명해지는 겁니다. 밀가루를 구입하기 전에 영양성분표를 확인해서 당분, 나트륨,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이 높은 것은 사지 말자는 운동만 해도 소비자들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춘 좋은 제품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한동하 동의합니다. 건강한 밀가루를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소비자들이 좋은 밀가루를 찾겠죠.
이동호 우리 인체는 하나의 우주입니다. 탄수화물이나 비타민 몇 개 가지고 몸이 작동하는 건 아니죠. 어렵던 시절에는 끼니를 해결하기에 급급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요. 그런 면에서 밀가루 안에 있는 탄수화물과 비타민도 먹고 다양한 영양소를 균형 맞춰서 먹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혀가 좋아하는 빵보다는 몸에 좋은 견과류가 가득한 빵, 통밀빵을 챙겨 먹는 거죠. 저도 한 원장님과 박 원장님처럼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요구하고 선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동하 식품업계에서도 노력하고 있어요. 밀가루 접착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다른 곡류를 얼마나 첨가할 수 있는지 연구 중이죠. 흑미가루, 표고버섯가루, 콩 단백질과 밀가루를 같이 섞어서 식품을 만들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죠. 머지않아 건강한 밀가루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진호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는 시대가 됐잖아요. 밀가루엔 탄수화물이 있으니까 너무 많이 먹지 마시고, 한 원장님 말씀처럼 건강하게 섭취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패널소개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거머리의 면역억제기전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거머리요법을 연구하는 '거머리박사'로 유명하다. 밀가루 자체는 건강한 식품이라 주장하며, 건강한 밀가루 섭취 방법을 알리고 있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밀가루 자체로는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없다며, 억울한 밀가루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박용우
리셋의원 원장. 국내 최초로 비만클리닉 진료를 시작했다. 활발한 방송과 강연, 저술을 통해 현대인의 비만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밀가루를 먹고 속이 불편하면 2주간 끊어볼 것을 권장한다.
이진호
이내과의원 원장. 대한만성피로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알레르기, 만성 피로, 불면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통합기능의학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임상 경험으로 밀가루를 끊으면 건강할 수 있다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