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간학회 학술대회로 대한간학회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다 <대한간학회 한광협 이사장>

학회 탐방

내년 4월에는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간학회 학술대회(싱글 토픽 컨퍼런스)가 열린다. 학술대회 유치를 주도한 이는 대한간학회 한광협 이사장.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상황이라 학술대회가 열릴 땐 이사장에서 물러나지만 대한간학회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는 그의 행보는 멈추지 않을 듯하다.

얼마 전에 기사를 보니 한 이사장님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게 됐다는데….
왜 나오게 됐는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하하. 교과서 만드는 곳에서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고등학교 교과서 중에 <진로와 직업>이라는 게 있는데 의사를 대표해 절 인터뷰하겠다고요.

의사를 대표해 교과서에 실린 거라 어깨가 무거웠을 거 같은데요.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었습니다. 근데 저 같은 사람이 교과서에 나오는 거 보니까 '아무나 나와도 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하.

아무나 나올 수 없죠. 이번에 인터뷰하시면서 그동안 의사로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셨겠네요.
1979년에 의사 면허를 땄으니까 올해로 36년이 됐네요. 돌아보니 역시 의사는 환자 때문에 있는 직업이더라고요. 지금은 내가 두 가지 일을 맡고 있는데 하나는 대한간학회 이사장이고, 또 다른 건 의과대학 내과 교실 주임교수입니다. 대한간학회를 대표하는 입장이라 학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고 학문적으로 어떻게 도와야 할지 늘 고민하죠. 또 교수로서는 훌륭한 내과 의사를 배출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고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예전에도 의사가 된다는 건 힘들지 않았나요?
제가 의대에 들어갈 때는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어요. 의대가 8개밖에 없었고 의료에 대해 관심이 크지 않았던 시절이었죠. 국민건강보험도 없었을 때니 그럴 수밖에요. 저도 원래 의대에 가려던 게 아니었는데 우연찮게 의대에 들어가게 된 겁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가요?
원래 이공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누나가 권유하는 바람에 의대를 가게 됐어요. 그때 누나가 세브란스병원에서 일하고 있었거든요. 결국 의대에 가기로 결정했는데 돌이켜 보면 잘한 선택이었던 거 같아요. 지금까지 의사가 된 걸 후회한 적이 없어요.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의대에 갈 겁니다.

의사라는 자부심이 굉장히 큰 것 같습니다.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좋은 일을 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 얼마 전에 검찰에 있는 지인이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자기는 누군가를 잡아넣는 일을 하고 있어서 꼭 한 사람은 불행해진대요. 의사는 일할수록 고마워하는 사람이 많으니 부럽다고 하는 겁니다.

이미지
한광협

학술대회 조직위원장 맡아 끝까지 마무리할 듯

내년에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간학회 학술대회가 열린다고 들었습니다.
학술대회가 크게 두 가지 있는데, 매해 열리는 대표적인 학술대회는 저희가 유치하지 못했어요. 내년 4월에 열리는 건 싱글 토픽 컨퍼런스로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여는 학술대회입니다.

이사장님 임기가 올해 9월까지 아닌가요? 내년 4월이면 대한간학회 이사장에서 물러나셨을 때인데요.
그때는 대한간학회 이사장이 아니겠죠. 하지만 제가 시작한 일이니 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아서 끝까지 마무리 할 겁니다.

싱글 토픽 컨퍼런스긴 하지만 아시아태평양간학회 학술대회를 한다는 게 큰 의미가 있지 않나요?
저희 대한간학회에서 하고 있는 '더 리버 위크'는 우리가 주관해서 하는 거지만 내년에 있을 학술대회는 아시아태평양간학회에서 후원하는 것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싱글 토픽 컨퍼런스는 주제에 따라 돌아가면서 하는 거지만 대한간학회를 아시아태평양에 있는 간 전문가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죠. 더불어 우리나라도 소개할 수 있고요. 부산에서 개최하는 건 그런 이유도 있어요. 부산은 국제적으로도 많은 이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니까요.

학술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이 꽤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돌아가면서 기회가 오는 거라 그렇게 힘들진 않습니다. 예전에는 동남아시아나 극동아시아에서 주로 했는데 지금은 범위가 많이 확대됐죠. 얼마 전에는 터키에서 학술대회가 열렸고 싱글 토픽 컨퍼런스는 이집트에서도 합니다. 그만큼 여러 나라로 확장되니 유치 경쟁이 예전보다 치열해진 건 사실이에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기회가 온다

이사장님 이름 앞에는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것 같습니다.
환자 문제를 고민하니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 걸 해결하려고 연구하다 보니 '최초'라는 말이 따라 다니더군요. '최초'라는 말을 처음 들은 건 1980년대 후반이었어요. 당시에 'i131'이라는 동위원소를 가지고 세계 최초의 치료법을 개발했죠. 제 이름이 세간에 알려진 건 간암 치료법인 홀미움국소요법 덕분이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로 갔기에 '최초'라는 말을 많이 듣지 않았을까요?
그랬던 거 같아요. 등산하다 보면 길이 안 나올 때가 있잖아요. 근데 자세히 보면 등산을 많이 한 사람들만 아는 오솔길이 있어요. 그럼 그 길로 가는 거죠. 그러다 정말 길이 안 나오면 길을 만들면서 가는 거죠. 저한테는 간 분야가 그랬습니다. 간염이나 간암에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외국이나 다른 분야에서 쓰는 치료법을 도입해보곤 했죠. 방사선과 항암요법을 병행해 간암을 치료하는 건 식도암 분야에서 쓰던 방법을 도입한 거였습니다.

간 분야에서 최근에 관심을 갖고 계신 건 어떤 건가요?
국가에서 9년 과제를 받아 우리 병원 간경변증임상연구센터에서 연구를 했는데 '간스캔'이라는 검사 방법이 가장 성과였죠. 지방간에도 관심이 많은데 여전히 화두는 간암이에요. 아직도 간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걸 놓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예방에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요.

보통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하잖아요. 증상이 쉽게 나타나지 않으니까 소홀한 것 같아요.
그래서 참 답답해요. 간은 참 흥미로운 장기예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도전할 게 많죠. 근데 젊은 친구들은 어렵다고 안 하려고 해요. 게임할 때는 난이도 높은 걸 좋아하면서 공부는 그렇게 안 하더라고요. 하하, 저는 선생님이 간을 하라고 해서 그냥 했어요.

이미지
한광협

원래 간 분야에 관심이 많으셨던 거 아닌가요?
학생들도 다들 그렇게 아는데 전혀 아니에요. 어쩌다 보니 간 분야를 하게 된 겁니다. 제가 얘기하고 싶은 건 이거예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자기도 모르게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겁니다. 본인이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명의로 인정해준다는 거죠.

이사장님 간은 건강한가요?
저도 지방간이 있었어요. 간경변증임상연구센터에 지방간을 측정하는 장비를 새로 구입해서 직접 테스트를 해봤는데 지방간이 있더라고요. 저도 깜짝 놀랐죠. 두 달 동안 운동하며 먹는 걸 조심했더니 그제야 수치가 떨어지더군요. 흔한 피검사로는 알 수 없는 걸 몸소 경험한 셈이죠. 편집장님도 오신 김에 검사받고 가세요. 하하.

그래야겠네요. 하하. 간은 어떻게 관리해야 건강할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잖아요. 간도 마찬가지예요. 관심을 가지고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자동차는 6개월에 한 번씩 점검하면서 자기 몸은 절대 안 하려고 들어요. 그게 문제죠. 간이 싫어하는 과음, 과식을 멀리하면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