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필자의 외래로 엉거주춤한 상태로 잔뜩 찌푸린 상으로 들어온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A씨는 오랜 노총각 생활을 40대가 되어서야 끝내고 정말 운 좋게 띠동갑의 어린 부인과 두 달 전 꿈과 같은 결혼을 하게 되었다. 평소 남부럽지 않는 성기능을 자랑하던 A씨도 어린 부인을 만족시켜줘야 한다는 강박감에 남모른 고민을 조금씩 하고 있던 차에 추석 연휴 때 만난 학교 동창의 자랑 아닌 자랑에 귀가 솔깃하게 된다.
그 친구는 당뇨합병증으로 발기부전이 있어 비뇨기과에서 음경해면체 자가주사요법을 처방받아 성관계전에 자신의 음경에 발기유발제 주사를 놓아서 발기를 유도한 후 성관계를 하곤 했는데, 그 효과에 너무나 만족한 나머지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만 발기유발주사를 꺼내들곤 자랑을 과하게 한 것이다. 이 주사만 음경에 살짝 놓으면 한 시간은 완전 딱딱한 막대처럼 발기가 잘 된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는 그만 호기심이 발동한 A씨는 자신의 음경에 친구에게 빌린 그 주사를 놓고 말았다. 발기부전이 있는 친구에게 맞추어 용량이 조절된 그 주사제는 발기력이 정상인 A씨에는 과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A씨는 처음에 발기가 아주 단단히 되어 좋았지만,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갈수록 발기는 가라앉지 않고 음경은 점점 더 아파오기 시작했다. 집에서 냉찜질을 하고 별 수를 다 써봤지만 하루가 지나 A씨는 우리 병원 응급실에 실려 오고야 말았다. 응급실에서 해면체에서 피를 흡입하고 혈관을 수축시키는 시술을 받고서야 A씨의 음경은 제 모습을 찾았다.
그러나 그 이후 A씨의 음경은 이전의 정상적인 발기력은 회복하지 못하고 흐물흐물한 그것으로 전락해 신혼의 단꿈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발기가 수 시간 지속되어 가라앉지 않는 현상을 지속발기증이라 하며 혈액질환이 있거나 음경에 손상을 입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발기유발제를 과도하게 주사한 것이 원인이다. 특히 A씨처럼 비뇨기과에서 철저한 검사후 맞춤 처방을 받지 않고 친구나 지인에게서 얻은, 자신에게 과도한 용량을 주사한 경우가 전형적이다.
지속발기증이 발생하면 음경해면체가 망가져서 이후에는 정상적인 발기능을 상실한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발기력에 문제가 없는 남성이 호기심에 타인의 발기유발제를 자신의 음경에 주사하는 것은 짚불을 업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매우 위험한 행동임을 꼭 기억해야 한다.
/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