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몰두하는 사이… 휘어가는 아이들의 '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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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 척추측만증 환자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척추 건강을 위해 무엇보다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지 않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병원을 찾는 소아·청소년 척추측만증 환자가 늘고 있다. 실제 지자체가 시행한 조기검진 결과(서울 강북구 2026년 사업 등)를 보면 대상 학생의 6.4~9% 이상이 유소견자(Cobb 각도 5~10도 이상)로 분류됐으며, 일부 표본에서는 10명 중 1명 이상이 관리 대상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서도 전체 척추측만증 환자의 40% 이상이 10대 청소년에 집중돼 있다. 과거에 비해 척추측만증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이며, 조기에 발견하려면 부모는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

◇초등학교 고학년~중학생 급성장기 많이 발견돼
척추측만증은 척추가 옆으로 휘면서 동시에 회전하는 질환이다. 소아·청소년 환자의 약 80%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으로 알려져 있다. 남양주백병원 최선종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청소년 척추측만증 환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늘었고,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며 "환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는 초등학교 5~6학년부터 중학생까지로, 키가 가장 빠르게 자라고 성장판이 활발하게 열려 있는 급성장기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학교 건강검진에서 척추측만증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성북우리아이들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혜련 교수는 "초·중학생 건강검진에서 시행하는 '척추 전방 굴곡 검사'는 등과 갈비뼈의 비대칭을 확인해 측만증을 조기에 발견하는 핵심 창구가 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어깨나 골반 높이의 차이를 부모나 학생이 직접 발견해 병원을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초기에는 통증이 거의 없어 아이 스스로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중요한 이유다. 대표적인 이상 신호는 ▲양쪽 어깨 높이가 다른 경우 ▲골반 높이가 다른 경우 ▲한쪽 날개뼈가 더 튀어나와 보이는 경우 ▲바지나 치마가 한쪽으로 돌아가는 경우 ▲신발 한쪽 밑창만 유난히 빨리 닳는 경우 등이다.

가정에서 쉽게 해볼 수 있는 자가 확인법으로는 '아담스 전방 굴곡 검사'가 있다. 아이가 무릎을 편 상태에서 허리를 약 90도로 숙였을 때 한쪽 등이나 갈비뼈가 반대쪽보다 더 튀어나와 보인다면 척추가 회전하고 있을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때는 병원을 방문해 X선(엑스레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똑바로 앉아라'고 자주 말하지만, 실제로는 척추측만증 때문에 자세가 비뚤어져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아이를 나무라기보다 어깨와 골반의 좌우 균형, 등의 비대칭 등을 주기적으로 살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인 명확하지 않지만… 스마트폰·운동 부족이 '악화 요인'
의료진은 최근 아이들의 생활습관이 척추 변형을 악화시키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김 교수는 "스마트폰 과다 사용과 장시간 구부정한 자세, 운동 부족은 척추를 지탱하는 코어 근육과 기립근을 약화시켜 척추 변형에 취약한 환경을 만든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성장 양상도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영양 상태가 개선되고 성조숙증이 늘면서 급성장 시기가 빨라진 데다, 키 열풍 속 성장클리닉을 찾아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 아이들이 증가하면서 단기간에 키가 크게 자라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선종 병원장은 "척추측만증은 뼈가 빠르게 자라는 성장기에 진행 위험이 가장 크다"며 "키가 급격히 커지는 동안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가 성장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면 위로만 뻗어 나가려는 성장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척추가 옆으로 돌아가며 휘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의 성장은 단순히 키가 얼마나 크는지가 아니라 척추가 바르게 자라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영양 과잉과 성장 자극이 많은 시대인 만큼 부모들도 '질적인 성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기 치료 목표는 '완치'보다 진행 억제
척추측만증은 이미 구조적으로 휘어진 척추를 완전히 일자로 되돌리기 어려운 질환이다. 따라서 치료의 목표는 성장기 동안 만곡이 더 심해지는 것을 막는 데 있다. 최 병원장은 "척추가 휘기 시작하면 주변 근육의 균형도 함께 무너지면서 변형이 점점 심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며 "조기에 발견하면 바른 자세 훈련과 맞춤형 운동을 통해 근육 불균형을 개선하고 만곡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성장이 끝날 때까지 방치하면 척추가 휘어진 상태로 굳어 성인이 된 뒤 만성 요통이나 디스크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흉곽 변형으로 심폐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의료진이 성장판이 열려 있는 시기를 척추 건강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치료는 척추가 휜 정도(Cobb 각도)와 성장 상태를 종합해 결정한다. 만곡이 20~25도 이하인 초기 단계에서는 교정운동과 자세 교정,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시행한다. 단순히 좌우 스트레칭 운동만이 아니라, 굽어 있는 등을 곧게 펴고 척추 주변을 뒤에서 단단하게 받쳐주는 '등 근육 및 코어 강화 운동'이 치료의 핵심이 된다. 25도를 넘으면 반드시 보조기 치료를 통해 진행을 억제한다. 만곡이 40~50도 이상으로 심해지거나 장기 기능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수술적 치료(척추 고정술)를 고려한다.

◇오래 앉아 있다면 중간중간 몸 움직여야
전문가들은 척추 건강을 위해 무엇보다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지 않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 병원장은 "꼿꼿하고 바른 자세라도 오래 앉아있으면 척추와 근육에는 피로와 하중이 누적된다"며 "예방의 핵심은 완벽한 자세가 아닌, 나쁜 자세의 지속 시간을 강제로 끊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50분 정도 앉아 있었다면 5분 정도 일어나 걷거나 가볍게 스트레칭하는 것이다. 이때 '맥켄지 신전 운동'을 함께 하면 도움이 된다. 서거나 앉은 자세에서 양손을 허리에 댄 뒤 흉추(등)와 요추(허리)를 천천히 뒤로 젖혀주는 동작이다. 복식호흡을 함께 하면 척추를 지지하는 깊은 코어 근육을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최 병원장은 "아침에 5분 정도 20회씩 하는 '모닝 루틴'을 만들고, 학교나 학원에서도 50분 공부한 뒤 쉬는 시간마다 5회 정도만 꾸준히 시행해도 굽은 자세를 펴고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운동을 선택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성장기에는 몸의 한쪽을 반복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골프, 배드민턴, 테니스, 볼링 등 비대칭 운동은 척추 변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신 좌우 신체를 균등하게 사용하는 달리기나 수영, 철봉 매달리기 같은 대칭 운동을 취미로 삼는 것을 권한다. 김혜련 교수는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과 척추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고, 충분한 수면과 비타민D 섭취를 통해 뼈 건강까지 함께 관리하면 성장기 척추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