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자라는 아이들]① 韓 아동·청소년 ‘신체활동 부족’ 세계 1위
저체력·비만 늘고, 성인기 만성질환 위험 증가
이대로 방치하면 건강수명 다시 줄어들 염려도
"운동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구조부터 바꿔야"
대한민국 아이들의 시계는 학원 버스, 책상,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만 흐른다. 마음껏 뛰어놀 시간과 공간을 잃어버린 결과는 ‘세계에서 가장 안 움직이는 청소년’이라는 씁쓸한 성적표로 돌아왔다. 단순히 오래 사는 삶이 아닌, 질병 없이 사는 ‘건강수명’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당장 시작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헬스조선이 짚어본다.
2050년까지 국민 건강수명을 80세 이상으로 끌어올리자는 '건강수명 5080'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수명은 노년기의 의료 관리만으로 결정는 게 아니다. 성장기 신체활동과 체력, 수면, 비만, 정신건강이 오랜 시간 쌓여 평생 건강의 기반이 된다. 문제는 한국 청소년의 일상이 점점 더 '앉아 있는 생활'에 갇히고 있다는 점이다. 책상과 학원, 스마트폰 중심의 생활로 몸을 움직일 시간과 공간이 줄고 있다. 지금 아이들의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건강수명 80세라는 목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소년 10명 중 9명, 권고 수준 신체활동 못 채워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신체활동 지표는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17세 아동·청소년에게 하루 평균 60분 이상의 중·고강도 신체활동과 주 3일 이상의 근육·뼈 강화 활동을 권고한다. 그러나 WHO 조사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신체활동 부족률은 94.2%로 조사 대상 146개국 중 가장 높았다. 세계 평균(81%)보다 13.2%포인트 높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의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는 '하루 60분 이상, 주 5일 이상 신체활동'을 실천한 비율은 남학생 24.5%, 여학생 8.5%에 그쳤다. 근력운동 실천율도 남학생 37.7%, 여학생 10.3%로 성별 격차가 컸다.
학생들의 체력 저하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 학생건강체력평가(PAPS)에서 저체력(4·5등급) 학생 비율은 2022년 16.6%, 2023년 15.9%, 2024년 16.6%, 2025년 16.9%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만과 비타민D 결핍도 늘고 있다. 2025년 기준 학생 비만군 비율은 29.7%로 10명 중 3명에 가까웠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비타민D 결핍으로 병원을 찾은 0~19세 환자도 2014년 4254명에서 2024년 1만 130명으로 약 2.4배 늘었다.
◇운동 부족, 비만 넘어 평생 건강에 영향
◇청소년 10명 중 9명, 권고 수준 신체활동 못 채워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신체활동 지표는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17세 아동·청소년에게 하루 평균 60분 이상의 중·고강도 신체활동과 주 3일 이상의 근육·뼈 강화 활동을 권고한다. 그러나 WHO 조사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신체활동 부족률은 94.2%로 조사 대상 146개국 중 가장 높았다. 세계 평균(81%)보다 13.2%포인트 높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의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는 '하루 60분 이상, 주 5일 이상 신체활동'을 실천한 비율은 남학생 24.5%, 여학생 8.5%에 그쳤다. 근력운동 실천율도 남학생 37.7%, 여학생 10.3%로 성별 격차가 컸다.
학생들의 체력 저하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 학생건강체력평가(PAPS)에서 저체력(4·5등급) 학생 비율은 2022년 16.6%, 2023년 15.9%, 2024년 16.6%, 2025년 16.9%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만과 비타민D 결핍도 늘고 있다. 2025년 기준 학생 비만군 비율은 29.7%로 10명 중 3명에 가까웠다.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비타민D 결핍으로 병원을 찾은 0~19세 환자도 2014년 4254명에서 2024년 1만 130명으로 약 2.4배 늘었다.
◇운동 부족, 비만 넘어 평생 건강에 영향
성장기의 운동 부족은 비만을 넘어 체력 저하, 근골격계·대사질환,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윤 교수는 "적절한 신체활동은 심폐기능과 운동능력 발달뿐 아니라 정신건강과 사회성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운동 부족이 체력 저하나 근골격계 문제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외활동이 적은 아이는 햇빛 노출이 줄어 비타민D 부족 가능성도 크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류인혁 교수는 "소아·청소년기 활동량이 부족하면 심폐체력과 골밀도, 근력이 떨어지고 자세 이상이나 목·허리 통증이 동반되기 쉽다"며 "그 영향은 성인기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청소년기 비만은 성인 비만,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2형당뇨병 등 만성질환 위험을 높인다. 류인혁 교수는 "건강수명은 단순히 오래 사는 기간이 아니라 질병이나 장애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라며 "성장기의 충분한 신체활동은 건강수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보호 요인"이라고 말했다.
마른 아이도 예외는 아니다. 이윤 교수는 "근육량이 적어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경우라면 체력적으로나 대사적으로 오히려 건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류 교수도 "정상체중이나 저체중이라도 활동량이 부족하면 대사 위험인자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의 건강을 체중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운동 부족, 개인 문제 아닌 생활환경 문제
전문가들은 청소년 신체활동 부족을 개인의 의지보다 생활환경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정현우 교수는 "한국 청소년의 신체활동 부족은 다음 세대의 건강과 삶의 질 전반을 좌우하는 교육·사회적 과제"라며 "우리나라의 문제는 체육 수업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기보다, 이것이 학생들의 일상적인 움직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등학생과 여학생의 신체활동 부족이 두드러진다. 고등학생은 입시 부담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체육수업은 줄고 자율학습과 학원 시간은 늘어나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다. 여학생의 경우는 더 복합적이다. 정 교수는 "운동을 좋아하는 여학생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운동과 거리가 있는 여학생은 사실상 거의 움직이지 않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어릴 때부터 움직임의 즐거움과 자신감, 기본 운동 역량을 길러주는 '피지컬 리터러시(Physical Literacy)'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학교 3학년 A양은 "체육시간에 운동을 잘하는 친구들 위주로 분위기가 흘러가면 괜히 위축된다"며 "못하면 민망하고, 땀이 나거나 얼굴이 빨개지는 것도 신경 쓰여서 점점 피하게 된다"고 했다.
스마트폰도 신체활동을 줄이는 요인이다. 입시와 사교육이 운동 시간을 직접 줄인다면, 스마트폰은 남은 여가 시간을 잠식한다.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친구들과 뛰어놀던 시간은 영상 시청, 게임, SNS로 대체됐다. 정 교수는 "지금의 청소년 생활환경은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설계된 환경이 아니라 오래 앉아 있도록 설계된 환경에 가깝다"고 말했다.
해법은 일상 속 움직임을 회복하는 것이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아이에게 처음부터 하루 60분 운동을 요구하기보다 등하굣길 10~15분 걷기, 계단 오르기, 쉬는 시간 운동장 걷기처럼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활동부터 늘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는 "운동을 또 시키려고 학원을 하나 더 보내는 방식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부담스럽다"며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훨씬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기 비만은 성인 비만,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2형당뇨병 등 만성질환 위험을 높인다. 류인혁 교수는 "건강수명은 단순히 오래 사는 기간이 아니라 질병이나 장애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라며 "성장기의 충분한 신체활동은 건강수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보호 요인"이라고 말했다.
마른 아이도 예외는 아니다. 이윤 교수는 "근육량이 적어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경우라면 체력적으로나 대사적으로 오히려 건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류 교수도 "정상체중이나 저체중이라도 활동량이 부족하면 대사 위험인자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의 건강을 체중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운동 부족, 개인 문제 아닌 생활환경 문제
전문가들은 청소년 신체활동 부족을 개인의 의지보다 생활환경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정현우 교수는 "한국 청소년의 신체활동 부족은 다음 세대의 건강과 삶의 질 전반을 좌우하는 교육·사회적 과제"라며 "우리나라의 문제는 체육 수업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기보다, 이것이 학생들의 일상적인 움직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등학생과 여학생의 신체활동 부족이 두드러진다. 고등학생은 입시 부담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체육수업은 줄고 자율학습과 학원 시간은 늘어나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다. 여학생의 경우는 더 복합적이다. 정 교수는 "운동을 좋아하는 여학생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운동과 거리가 있는 여학생은 사실상 거의 움직이지 않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어릴 때부터 움직임의 즐거움과 자신감, 기본 운동 역량을 길러주는 '피지컬 리터러시(Physical Literacy)'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학교 3학년 A양은 "체육시간에 운동을 잘하는 친구들 위주로 분위기가 흘러가면 괜히 위축된다"며 "못하면 민망하고, 땀이 나거나 얼굴이 빨개지는 것도 신경 쓰여서 점점 피하게 된다"고 했다.
스마트폰도 신체활동을 줄이는 요인이다. 입시와 사교육이 운동 시간을 직접 줄인다면, 스마트폰은 남은 여가 시간을 잠식한다.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친구들과 뛰어놀던 시간은 영상 시청, 게임, SNS로 대체됐다. 정 교수는 "지금의 청소년 생활환경은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설계된 환경이 아니라 오래 앉아 있도록 설계된 환경에 가깝다"고 말했다.
해법은 일상 속 움직임을 회복하는 것이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아이에게 처음부터 하루 60분 운동을 요구하기보다 등하굣길 10~15분 걷기, 계단 오르기, 쉬는 시간 운동장 걷기처럼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활동부터 늘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는 "운동을 또 시키려고 학원을 하나 더 보내는 방식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부담스럽다"며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훨씬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