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타이레놀, 자폐 걱정 안 해도 된다”… 248만명 연구 재확인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임신 중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증 위험을 높인다는 우려에 대해 대한모체태아의학회가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현재까지 축적된 근거를 보면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발열과 통증을 치료하지 않는 것이 산모와 태아에게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모체태아의학회는 지난달 19~20일 경주에서 열린 제32차 학술대회에서 임신 중 해열·진통제 복용과 다태임신, 뇌성마비 원인, 자궁 수술 후 임신 등 산모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4가지 주제에 대한 공식 팩트시트와 지침을 9일 발표했다.

학회는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증의 연관성에 대해 “대규모 연구 결과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근거로는 2024년 발표된 스웨덴의 형제 비교(sibling-control) 코호트 연구를 제시했다. 이 연구는 1995~2019년 출생한 248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 ADHD, 지적장애 발생을 분석했다. 단순 분석에서는 미약한 연관성이 관찰됐지만 가족력과 유전·환경 요인을 함께 통제한 형제 비교 분석에서는 자폐증(HR 0.98), ADHD(HR 0.98), 지적장애(HR 1.01) 모두 유의한 위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다.

학회는 이 같은 결과가 “기존 연구에서 제기됐던 연관성이 가족력이나 환경 등 교란변수의 영향일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미국산부인과학회(ACOG), 세계보건기구(WHO), 영국 왕립산부인과학회(RCOG),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도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을 적정 용량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1차 해열·진통제로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임신 중 고열이나 심한 통증을 방치할 경우 조산이나 신경관 결손, 태아 성장 제한 등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전문가 상담을 거쳐 적정 용량으로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회는 난임 시술 증가로 다태임신이 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건강한 단태아 출산을 목표로 하는 ‘단일 배아 이식’을 적극 권고했다. 단일 배아 이식은 시험관아기 시술 과정에서 수정된 배아를 한 개만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배아를 2개 이상 이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임신 성공률을 유지하면서도 쌍둥이 이상 다태임신을 줄여 조산과 임신중독증, 저체중아 출산 등 산모와 태아의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어 국제적으로 권고되고 있다. 국내 다태아 출생 비율은 2007년 2.7%에서 2023년 5.5%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다태임신은 조산과 신생아 집중치료실 입원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고위험 임신으로 꼽힌다.

뇌성마비의 원인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학회는 과거와 달리 최신 연구에서는 분만 과정의 일시적인 저산소증뿐 아니라 산전 감염, 태반 기능 이상, 유전적 소인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며, 제대혈 산도나 태아심박동검사 등 일부 검사 결과만으로 원인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자궁근종절제술이나 자궁선근증감축술을 받은 여성은 이후 임신에서 자궁파열과 유착태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임신 계획 단계부터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임신 후에는 고위험 임신에 준한 산전관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박중신 대한모체태아의학회장은 “산모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주제들을 최신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리했다”며 “앞으로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보를 제공해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